국민건강보험제도만큼 지난해 사회적 관심을 크게 불러일으킨 정책도 드문 것 같다. 이는 연초부터 보험재정 위기문제가 각 언론들의 지면을 채우기 시작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마련된 재정안정대책들이 특정 집단에만 국한되지 않고, 소비자'의료계'약계'제약업계 모두의 이해관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일 것이다.
이 중 의약품관련정책의 경우에는 의약분업과 건강보험제도를 연결시키는 핵심고리역할을 하고 있고, 예전에 비해 정보 공개의 확대, 제약산업의 발전이라는 환경 변화와 맞물려서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일반약 비급여 확대로 과잉투약 억제
고가약 억제 위한 참조가격제 시범사업 추진
건강보험 약가정책 현황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신규로 허가를 받은 의약품이 보험급여 대상인지의 여부는 현행 국민건강보험요양급여의기준에관한규칙(보건복지부령) [별표 2]에 명시되어 있는 `비급여대상' 기준에 따라 분류된다. 즉, 동 별표에 나열되어 있는 비급여대상의 기준에 해당되지 않으면 자동적으로 보험급여에 포함되는 네거티브(negative)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최근에 이러한 보험급여 범위와 관련해 추진된 정책의 하나가 일반의약품의 비급여 전환이다. 적용대상 의약품은 비교적 처방빈도가 미미하고 질환 치료시에도 비용효과성이 떨어지는 복합제제와 처방빈도가 높더라도 자체 효능상 경미한 질환에 사용되거나 질환의 직접 치료에 사용되지 않고 자가요법이 가능한 일반의약품으로서 총 1,413개 품목이다. 그리고 비급여 전환 시기는 일선 요양기관의 재고 소진, 공급자의 포장단위 변경, 처방형태 변경 등에 필요한 기간 등을 감안해 지난해 11월, 올해 1월, 올해 4월로 3단계에 걸쳐 추진될 예정이다.
이처럼 종전에 보험급여가 되던 의약품을 비급여로 전환하는 근본 취지는 한정된 재원으로 전 국민에게 적정급여를 하는 사회보험의 특성을 감안해 일반의약품을 급여에서 제외함으로써 발생한 여유 재원을 중질환 환자에게 활용할 수 있게 하여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충실하게 하기 위함이다. 아울러 일반의약품의 비급여 확대로 불필요한 처방이 억제됨으로써 과잉투약을 방지할 수 있는 효과도 거두고자 함이다. 보험약가의 합리적 조정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세 가지 정책들이 추진되고 있는데, 요양기관 및 도매업소의 의약품 실거래가에 대한 조사를 강화해 약가인하 요인이 확인될 경우 즉각적으로 인하 조치하고, 복제(카피) 의약품의 가격산정기준을 낮추며 퇴장방지 의약품의 약가를 적정수준으로 인상하는 것이 그 주요 내용이다.
사후관리를 통한 약가인하는 실거래가 도입시점부터 현재까지 총 여섯 차례에 걸쳐 이루어졌다. 그러나 99년 11월 실거래가 도입시의 평균 30.7% 인하율이 가장 큰 폭이며 이후에는 인하실적이 크지 않은 편이다. 따라서, 앞으로는 사후관리 강화와 병행해 별도의 약가인하 기전을 마련해야 한다는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복제의약품의 가격산정기준에 대해서는 2000년 11월 고시를 개정해 종전 오리지널 품목 대비 최고 90% 수준까지 인정받았던 것을 80% 수준으로 낮추었다.
이는 연구개발비 등에 있어서 거의 비용이 소요되지 않는 복제의약품의 가격산정기준이 지나치게 높다는 그간의 지적을 반영한 결과이다.
그러나 약품비 절감을 위해 약가를 무조건 인하하는 것만이 최선은 아니다. 약가가 지나치게 낮게 책정되어 품절가능성이 있고, 이로 인해 환자진료에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퇴장방지 의약품들의 경우 원가를 보상해 생산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주어야 의약품 사용의 비용 효과성이 제고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따라 2000년 8월에 20개 품목에 대한 원가를 보전한 바 있으며, 향후에도 단계적으로 원가를 보전해나갈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고가약 사용억제를 통한 약품비 절감대책을 들 수 있다. 생물학적동등성이 확보된 의약품 중 약사가 처방된 의약품보다 저가인 의약품으로 대체조제한 경우 약가 차액의 30%를 인센티브로 제공하고 있고, 상대적으로 고가인 의약품이나 오'남용이 우려되어 사전에 처방지침이 필요한 의약품 등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보험급여적용기준 및 방법을 마련하고 있으며, 주사제'항생제 등에 대한 약제비 적정성 평가도 추진하고 있다.
향후 과제
이상에서 간략하게나마 살펴 본 대책들은 대부분 지난해부터 추진되기 시작한 것이므로 어느 정도 시간을 갖고 그 성과를 분석'판단한 후 필요시 보완조치를 취해야 하며, 이와는 별개로 검토해야 할 중장기 과제들이 있다.
우선, 현행 약가산정기준을 재검토해 보아야 할 것이다. 아직까지도 약가에 대해서는 거품이 존재하고 있다는 불신이 사회적으로 없어지지 않고 있으며, 글리벡캅셀의 사례를 계기로 혁신적 신약의 산정기준에 대해서도 많은 문제점들이 제기된 바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보험제도에 부합되는 합리적 산정기준을 마련할 수 있도록 관련단체 등과의 충분한 실무협의를 거쳐 개선'보완해나갈 계획이다.
또한 보험상환(reimbursement) 기준에 대해서도 새로운 대안을 검토해 볼 필요성이 있다. 프랑스, 덴마크, 이탈리아 등과 같은 나라에서는 치료상 중요성 등을 감안하여 약품군별로 보험상환하는 비용이 구분되어 있다. 이러한 외국의 사례가 반드시 우리나라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는 없겠지만 우리의 실정에 맞는 정책을 개발해나가는 데 있어서 참고할 만한 좋은 선례가 될 것이다.
끝으로, 고가약 억제대책의 일환으로 시행하고자 하는 참조가격제(reference price system)에 대해서도 관련단체 등으로부터 의견수렴을 거쳐 시범사업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그리고 일정기간 실시해본 후 성과를 평가해 확대 또는 폐지 여부를 결정하고자 한다.
결론
어떤 정책도 완벽할 수는 없다. 변화하는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들을 최소화하는 것이 최선의 정책이다. 그러나 최선의 정책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정부만의 몫은 아니다. 국민건강보험제도는 소비자'의료계'약계'제약업계가 함께 가꿔 나가야 할 중요한 사회안전망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