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공포된 약사법 개정 내용에는 지역 처방의약품의 목록작성에 관한 사항이 포함되어 있다.
그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의료기관의 개설자는 당해 의료기관에서 처방하고자 하는 의약품의 목록을 그 의료기관이 소재하는 시'군'구의 의사회분회에 제출하고, 의사회분회는 의료기관별 처방의약품목록을 적정 품목수로 조정한 지역처방의약품목록과 그 지역처방의약품목록의 범위 내에서 조정한 의료기관별 처방의품목록을 당해 시'군'구 약사회분회에 제공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또한 약국개설자가 의약품을 구비하는 데 있어 그 품목수를 조정할 필요가 있는 때에는 의사회분회와 약사회분회가 이를 협의해 조정할 수 있다.
그러면 지역처방의약품목록 작성이 가지는 의의는 무엇인가?
첫째, 약국의 의약품구비 편의성과 재고부담 완화를 들 수 있다.
종전의 약사법이 의약협력위원회를 규정하고 지역별 상용처방의약품목록을 정하도록 규정되어 있었으나 의사회의 협조 거부로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 설사 의료계가 협조해 상용처방의약품목록이 제출됐다 하더라도 개별 의료기관의 처방의약품목록을 확인할 수 없어 일선 약국에서는 지역 처방의약품목록 전체를 구비해야 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그러나 개정 약사법은 지역 처방의약품목록과 함께 개별 의료기관별 처방의약품목록을 함께 제출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일선 약국에서는 인근 약국의 처방의약품목록을 중심으로 의약품을 우선 구비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이는 결국 병'의원의 재고부담 완화로 이어져 약국의 경영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둘째, 개정 약사법은 성분명 처방을 제도화하기 위한 초석이 된다.
종전의 약사법 하에서는 의사가 상용처방의약품목록에서 처방하는 경우 의사의 사전동의 없이는 대체조제가 불가능했다. 그러나 개정 약사법은 지역처방의약품목록에서 처방하는 경우에도 생물학적동등성시험이 인정된 의약품으로의 대체조제를 허용하고 있다.
또한 보건복지부는 '건강보험 재정안정 및 의약분업 정착 종합대책'(2001.5.30)을 통해 생동성시험을 확대하고 성분명 처방을 유도하기 위한 정책을 펴나갈 것임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의'약대 및 의료기관'실험기관 등으로 25개 컨소시엄을 구성해 1차년도에 24개 성분, 405품목에 대한 생동성시험 절차를 진행 중에 있으며, 해당 품목을 점차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따라서 생동성시험이 확대되면 자연히 성분명 처방에 대한 당위성 또한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보여진다.
일부에서는 현재도 약사가 의사의 사전동의 없이 대체조제를 할 수 있다고 주장할 수 있겠으나 이는 상용처방의약품목록이 선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며 현행법 역시 지역처방의약품목록이 제출되지 않을 경우 동일하게 대체조제를 할 수 있다. 또한 약효동등성시험을 통과한 대체조제의약품의 범위가 단일제제 중 정제, 좌제, 캅셀제에 국한되어 4,800여 품목에 불과한 반면 생물학적동등성 인정품목에는 생동성시험 통과 품목은 물론 생동성시험 불가 품목과 생동성시험을 하지 않더라도 생동성시험이 인정되는 품목이 포함되어 정제, 좌제, 캅셀제뿐만 아니라 경구용액제(시럽제'틴크제 등), 잠안제(점이제), 소화효소제제, 유산균제제, 혈액제제 등을 포괄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셋째, 지역처방의약품목록 작성은 의료기관과 약국간의 담합을 방지하는 데 기여한다. 그동안 의약분업 정착의 최대 걸림돌이 의료기관과 약국의 담합행위라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특정 의료기관과 약국이 담합을 통해 수시로 처방의약품을 변경하여 다른 약국의 처방전 수용을 어렵게 하는데도 이를 제어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그러나 개정 약사법은 개별 의료기관의 처방의약품목록을 공개하고 의사가 처방의약품목록에 포함되어 있는 의약품과 동일한 성분의 다른 품목을 반복해 처방하는 행위와 그 처방전에 의하여 조제한 약사의 행위를 담합행위로 규정하고 있어 처방의약품을 수시로 변경하는 것을 어렵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