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약학교육은 우수한 사람교육보다 우수한 의약품을 만들어 보고자 하는 교육과 연구에 치중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다 보니 사회가 기대하는 전문직능인으로서 약사의 교육과 훈련은 소홀해 왔으며 그 결과, 지식층의 일반국민과 타 보건의료인이 바라보는 보편적인 약사의 모습은 점차 비전문인으로 비쳐지고 있는 안타까운 지경에 이르고 있다.
이러한 약학교육의 왜곡현상을 몰고 온 책임은 약사의 교육에 책임을 지고 있는 약학대학과 이러한 교육현실을 눈감아 주고 면허를 부여한 보건복지부에 있다.
이제 약학교육의 개선은 약사직능의 사회에 대한 도덕성 회복이라는 차원에서 다루어야 할 때가 됐다. 일반 국민은 국가가 면허증을 발부할 때 당연히 주어진 전문업무를 충분히 수행할 수 있는 지식과 실무능력을 보유했는가를 정부가 충분히 검증했다고 가정한다.
약사국시 응시조건 인턴수련 의무화
교육연한연장 추진 논의 본격화해야
우수한 약보다 약사 만드는 교육 필요
처방감시·복약지도 실력부족으로 이뤄지지 않아
“약학교육의 개선은 약사 직능의 사회에 대한 도덕성 회복의 길”
이러한 관점에서 약사의 면허과정이 국민에게 과연 떳떳한 수준이었는가를 자문해 보면 그렇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단적으로 말하면 약사면허시험 응시조건에 인턴수련제도를 의무화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하고도 남는다.
만약 현재와 같은 면허제도를 그대로 유지하자고 한다면 바로 국민을 속이는 것이며 이 사회에서 주어진 약사직능의 존재가치를 부실한 면허를 소지한 약사가 희석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올해에도 여전히 4년이라는 짧은 교육기간 때문에 충분한 전문지식과 업무수련 없이 반쪽인 약사가 되어 사회로 내몰리는 졸업생을 바라보자면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어린아이를 집밖의 거리에 내보내는 것'과 같아 안타깝고 처량한 마음을 금할 수가 없다.
도대체 언제까지 이러한 일이 반복돼야 하는가? 하루빨리 약학계의 숙원인 교육연한의 연장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우리 모두 수수방관하고 있으니 도대체 이 나라에는 약학교육, 아니 약사교육은 존재하는 것인가?
이제 약학교육의 연한 연장의 필요성에 대해 언제, 어떻게 실천하느냐를 갖고 논해야 하며 이에 동참하지 않는 사람은 더 이상 약학교육을 책임지는 자리에 서지 말아야 한다.
그렇다면 이미 부실한 약학교육과 면허시험을 거쳐 사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현직 약사들은 어떻게 해야 하나? 보다 심하게 표현한다면 면허 재시험이라는 차원에서의 재교육 및 연수교육을 보다 강화하고 의무화해야 한다. 의약분업의 실시로 인해 약물사용과정에 일대 변혁이 일어났으니 그 필요성은 더욱 절실하다.
의약분업의 시작과 더불어 약사교육의 취약함과 문제점은 더욱 가시화되어 가고 있다.
그동안 의료기관에서 처방되고 사용되던 전문의약품들이 원외처방전에 따라 약사의 손에 의해 조제, 투여되는 약물사용과정의 일대 변혁에서 약사에게 당연히 주어지는 책임, 즉 철저한 처방감사와 복약지도가 실력 부족 또는 경험 부족으로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많은 약화사고가 발생하고 있으며 의약분업의 기대효과인 소비자의 알권리 충족, 의약품의 오남용 예방 등의 가시적인 성과가 드러나지 않아 의약분업의 실시 목적이 퇴색되어 가고 있다.
오히려 해바라기식 약국들의 출현으로 의료기관과 약국간의 담합이 성행해 의약분업의 실시 목적을 역행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최근 약사법 개정에 따른 시행세칙의 제정으로 약사의 복약지도 의무화가 곧 발효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약사의 당연한 의무인 복약지도를 법으로 의무화한 사건은 약사에 의한 복약지도가 중요하다는 것을 사회가 인식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것이다.
또한 처방조제료에 일정 금액의 복약지도료가 포함됐다는 것은 구조적으로 약사 본연의 업무인 환자상담 및 복약지도가 법적·경제적으로 보장받은 것이라 볼 수 있다.
현재의 의약분업 하에서 약사의 복약지도 의무사항을 충실히 이행하기 위해서는 법적으로 요구되는 사항을 충분히 충족시키며 복약지도의 궁극적인 목적인 복약순응도를 높일 수 있는 수준의 환자교육이 요구되고 있다. 효과적인 복약지도는 환자의 임상상태의 파악과 처방된 약물의 안전성과 합리성에 대한 판단에 의한 처방감사가 전제돼야 하며 각 의약품에 대한 해박한 전문지식이 동원돼야 가능하다.
따라서 불특정 다수의 질병과 약물치료에 대한 임상약학 지식은 법적으로 요구되는 복약지도 업무의 전제조건이 되는 것이다.
이제 약사직능의 외부환경은 더 이상 약학교육의 안이함을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법적으로 복약지도 업무의 의무화를 통해 임상약학 교육을 강요하기에 이르렀다.
즉, 이제 약사면허를 행사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이고 표준화된 임상약학 교육과 직무수련을 어떠한 형태로든 받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다.
이상과 같은 현실에서 약학교육의 방향은 더 이상 재론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약사직능의 먼 장래를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학생을 지도하는 교수들이 “학생들이 이대로 졸업하면 과연 사회가 바라고 있는 약사가 될 수 있을 것인가?”라는 걱정과 염려에서 교육환경의 개선에 착수해야 할 것이다. 이 뿐 아니라 이미 캠퍼스를 떠나 현직에 종사하며 외부환경의 요구에 적응하지 못하는 수많은 약사의 전문화 교육을 위해 앞장서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