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제약기업은 세계시장에서 세계적인 다국적기업의 전략적인 기술제휴와 M&A를 통한 제품 및 마케팅 능력의 강화, 중국·인도 등 개도국의 기술혁신과 시장경제원리에 입각한 마케팅활동 등으로 보다 치열한 경쟁상황에 직면해 있으며, 실거래가제도 및 의약분업 등의 실시로 내수시장의 입지마저 좁아져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이러한 난관을 극복하기 위한 우리나라 제약기업의 근본적인 대책은 적극적인 신약개발에 있으나 현실적으로 우선 추진해야 할 사항은 신제형 개발 및 신시장 개척으로 수출시장을 다각화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는 것이다.
`신약·신제형·신시장' 아직 길은 열려있다
신약… 과감한 아웃소싱 통해 기술자원 중복투자 최소화
신제형… 축적한 제제기술 응용 독자적인 제형으로 진출
신시장… 국내업체 과당경쟁 지양, BGMP시설 등 국제화
정부 및 관련단체는
의약품 정보지원센터 설립…미개척 시장정보 제공
국제수준의 의약품 제조기준 확립, 자금지원 강화
민관협동 시장조사단 파견 등 해외 마케팅 활성화
우리나라 제약산업 발전 방안
신약 개발
의약분업 이후 국내 의약품시장은 급속히 변화하고 있다. 제약사별로 전문의약품과 지명도가 높은 일반의약품의 비중이 높은 제약사는 성장하는 반면 일반의약품의 비중이 높고 지명도가 낮은 의약품을 보유한 제약사의 경우는 그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으며, 또한 BMS·글락소스미스클라인비참·릴리·MSD 등 외자기업의 매출증가도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그렇다면 끊임없는 변화를 요구하는 제약환경에서 우리 제약업계가 생존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가? 그것은 제약산업 본래의 특색인 기술집약적인 고부가가치산업이라는 특색을 정면 돌파하는 방법이다. 이에 가장 적합한 길은 신약개발이다. 신약개발은 쉽게 말해 장기간에 걸쳐 약효가 있는 물질을 발견하고 안전성 여부를 확인한 뒤 개발에 착수해야 하는 시간과 경제적 투자가 많이 필요한 첨단분야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1987년 물질특허제 도입 이후 정부의 신약개발에 대한 자금지원과 업계의 노력으로 1999년에서야 SK케미칼이 한국형 신약 1호인 백금착제 항암제인 선플라주를 개발했다. 그 후 최근에 대웅제약의 상처치료제 EGF, 동화약품의 간암치료제 밀리칸주 등의 국내신약이 개발됐다. 향후 주목받고 있는 신약으로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미국식품의약국(FDA)에 신약사용 허가를 신청한 LG화학의 퀴놀론계 항생제로 지난해 비록 사용 승인이 유보되기는 했지만 국내신약이 아닌 세계적인 신약으로 진출할 가능성이 있어 주목된다.
사실 이들 국산 신약들은 제약업체의 수익 기여 부분에 있어서는 미미한 실정이다. 하지만 이러한 성과는 향후 우리 제약산업의 발전에 매우 고무적이다. 과거 특허시한이 만료된 제네릭의약품을 단순히 카피하는 제조업체의 면모에서 벗어나 기술력과 경쟁력 있는 제약산업으로의 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는 데에 희망이 있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 제약산업의 현실은 이러한 신약들을 순수 제약사가 자체적인 능력으로 개발하기에는 재정적·기술적 어려움이 많다. 이는 산학협동이나 기업간의 협동연구, 과감한 아웃소싱을 통해 기술자원에 대한 중복투자를 줄이고 기능별로 특성화된 연구시스템을 만들어 효율적인 개발투자를 해서 극복해야 한다.
신제형 개발
제약사의 신약개발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즉, 신약의 개발기간이 1960년대의 8.1년에서 1990년대에는 14.2년으로 증가하고 있으나 신약개발에 따른 독점기간도 13년에서 0.25년으로 단축되고 있다.
국내 제약사는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서 기술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신약개발을 위한 기초과학 분야나 연구개발 자원은 부족하지만 그동안 축적한 제제기술(DDS)을 응용하여 신제형 제제기술을 수출한다면 상당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동아제약이 Itraconazole의 경구용제 제제기술을, 한미약품이 면역억제제 제제기술을 수출하여 다년간 상당금액의 성과를 올린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예이다.
신시장 개척
의약품 수출에 있어서 제약원료는 우리나라 의약품 수출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의약품 수출의 근간이다.
그러나 최근 2~3년 사이에 중국, 인도의 놀라운 성장과 선진국의 기술이전 회피에 따라 2000년에는 제약원료의 수출이 감소했으며 특히 지난해에는 30% 이상 감소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러한 수출의 감소추세는 세계 원료의약품 시장에서 우리나라 경쟁 상대국인 중국, 인도의 역할 증대와 국내 업체끼리의 과당경쟁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세계 원료의약품 시장에서 국내업체끼리의 과당경쟁을 회피하고, 원료의약품 수출을 증진하는 방안은 수출 유망품목을 선정하고 수직적·수평적으로 M&A하여 국제 경쟁력을 갖추고, 선진 시장을 공략할 수 있도록 BGMP시설 및 관리를 국제화하는 반면에 동 품목을 생산하는 나머지 회사는 다른 합성기술 및 제제기술을 개발해야 하며, 정부에서도 이를 적극 지원해야 한다.
정부 및 관련단체의 지원방안
첫째, 의약품 정보지원센터를 설립해 미개척지역에 대한 시장현황 및 등록정보를 파악, 제공하고 해당국가의 유관기관과 유대를 강화하여 시장변화에 대한 정보를 신속히 제공해 우리 기업이 시장다각화를 이룰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야 한다.
각 국에서 운영하고 있는 의약품 등록(허가)제도는 타 산업에 비해 등록서류 및 절차와 방법 등이 복잡하고 엄격해 수출자가 한 제품을 수출하기 위해 1년 이상 등록을 위한 준비 작업을 해야 하고, 등록하는 데만도 6개월 이상 소요되기 때문에 각 기업에서는 새로운 의약품 시장을 개척하는 데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고 있어서 시장규모가 작은 나라 또는 특별한 바이어가 없는 나라의 경우 등록은 물론, 시장현황에 대한 자료가 없어서 선진국보다 휠씬 늦게 시장에 진출하는 경우가 많으며, 시장이 활성화되어 주문이 있거나 국제입찰이 있어도 당해국에 등록된 제품을 조건으로 하기 때문에 수출 기회를 상실하고 있는 경우가 빈번한다.
둘째, 국제적 기준의 의약품 제조기준의 확립과 자금지원 강화이다.
우리나라 기업이 선진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홍보를 하고 품질이 우수하다고 아무리 이야기해도 중국이나 인도 제품과 동일하게 취급을 하기 때문에 수요자체를 일으키기가 어렵다고 한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정부에서 GMP기준을 FDA 등의 국제적 기준에 따른 의약품 제조기준으로 확립하고 제약기업에 자금지원과 세제혜택을 주어 이를 준수 및 관리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PIC/S나 ICH와 같은 국제협정 등에 회원국으로 가입하여 국제적 지위를 향상시켜야 한다.
셋째, 해외 마케팅 활동의 강화이다.
미개척지역에 대한 시장현황과 시장 접근 가능성을 타진하고 관련법규 및 등록절차 등을 적극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민관합동 시장조사단을 파견해야 하며, 관련단체와 합의하여 기존 거래선과의 관계를 유지·강화해야 한다. 그리고 수출증대를 목적으로 현지에서 실질적인 거래를 이루도록 하고 유관기관을 방문해 관련법규 및 시장환경 변화를 파악할 수 있도록 수출촉진단을 구성하여 파견토록 한다.
또한 제약 기업이 세계적인 의약품전시회에 참가토록 지원해야 한다. 수출에 있어서 전시회 참가는 가장 효과적인 마케팅 수단 중 하나이며 한국의 의약품산업을 세계에 홍보할 수 있는 최적의 기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