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이라는 회오리는 산업혁명 이후 인류문명의 발전사에 있어 가장 큰 전환점으로서 이른바 디지털혁명이라 불리고 있다. 이러한 디지털혁명에서도 가장 두드러지는 분야는 바로 전자상거래라고 하겠다. 쇼핑몰에서 불기 시작한 전자상거래의 열풍은 많은 산업과 기업에 도입되어 B2B라는 이름으로 정착된 지 오래다. 뿐만 아니라 정부에서도 B2B 시범사업이라는 이름으로 관련 인프라 구축을 정책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유통과정이 복잡하기로 유명한 의약품 업계에는 그에 걸맞게 이미 여러 종류의 상거래 사이트와 유통기관이 등장해 서로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며 실제로 어떤 판단을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서 많은 제약회사가 고민하고 있다.
하지만 언뜻 보기에는 의약품 산업 내에는 상당히 많은 사이버 장터가 있으며 서로 경쟁관계에 놓여 있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으나, 그림을 통해서 역학관계를 이해해보면 전혀 그렇지가 않다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즉, 제약회사를 중심으로 한 제조의 기반 위에 그에 필요한 원료, 부자재 등의 조달과 완제의약품의 판매를 하나의 상거래 채널로 볼 수 있으며 또 다른 하나는 요양기관의 환자용 의약품 구매를 위한 상거래가 그것이다.
공개경쟁·상호협조 가능한 장터 구축
사이버 장터…개별기업의 다양한 욕구 충족시켜야
구매자 대금결제 최대한 폭 넓게 지원
효율적이고 신속한 물류배송체계 구축
신규거래선 등 다양한 고급 정보 제공
이들은 엄연히 서로 다른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것이다. 전자의 경우는 최근 사이트를 오픈한 파켓(www.pharket.com)이 유일하고, 후자의 경우는 아직 국내에는 구현된 장터가 없는 상황이다.
보건복지부에서 시행하는 `헬프라인'(www.kopams.com)의 경우 후자에 해당하지만 사이버 장터의 역할보다는 거래내역의 전송에 초점을 맞춘 의약품 유통정보기관으로서, 주문기능은 일종의 부가서비스 형태로 제공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보다 정확한 것 같다. 실질적으로 가장 경쟁이 치열한 분야는 현재의 의약품 유통현실과 버금가는 경쟁환경을 보여주는 의약품 구매대행 사이트들이다.
말하자면 약국체인에서 운영하는 구매대행 사이트나 여러 개의 종합병원이 구매력을 응집한 몇몇 병원정보 사이트가 그것이 될 것이다. 이들은 엄격하게 말하면 자유시장 경제원리에 입각한 상거래의 장이라기보다는 다수의 구매자를 모아 구매력을 강화함으로써 판매자에게 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협상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한 것이라고 봐야 옳을 것이다.
그래서 이러한 형태들은 개별기업이 지향해야 할 협업 상거래(Collaborative Commerce)와는 사실상 거리가 좀 있다.
이러한 의약품 전자상거래 유통질서 속에서 그에 속하는 구성원 모두가 함께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는 방향은 과연 어떤 것인가를 한번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결론은 의외로 간단하다. 어느 특정 주체의 권익을 위한 사이버 장터보다는 모두가 참여하여 공개 경쟁할 수 있고 서로 협력할 수 있는 장터라야 할 것이다. 즉, 제약회사나 요양기관이 자신들의 이익을 실현하기 위해 만든 공간이 아닌 제3자가 이들을 연결해 주기 위해 만들어 놓은 공간을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앞서 제3자가 만들어 놓은 이 사이버 장터는 개별 기업들이 실질적으로 원하는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켜야 할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렇다면 과연 이들이 실질적으로 원하는 다양한 욕구라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의약분업이 실시된 이후로 대금지급의 형태에 변화가 생겨 판매자에게는 안정적인 자금회수에 기여하고 있으나, 구매자의 경우는 담보나 진성어음의 확보 또는 현금지급 등에 있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우선 사이버 장터는 구매자의 대금결제를 최대한 폭넓게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구매전용카드나 전자외상매출채권 등 다양한 대금지급 수단도 지원돼야 하겠지만 보다 직접적인 지원방법인 저리의 자금을 쉽고 간편하게 제공할 수 있는 방안이 필수적이라 하겠다.
두 번째 고려해야 할 요소는 보다 효율적이고 신속한 배송체계가 될 것이다. 제약회사나 도매상은 스스로 배송기능을 수행하고 있거나 물류 전문업체에 위탁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한정된 배송능력으로 판매망을 넓히는 것은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마켓플레이스는 완벽한 3자 물류를 지원함으로써 판매고객의 비용절감은 물론 구매고객의 만족까지 한꺼번에 달성할 수 있을 것이고, 만족한 고객들은 다시 찾게 될 것이다.
금융지원과 물류지원이라는 두 가지 핵심 요소 외에도 마켓플레이스에서는 해당 참여 주체들에게 다양하고 유용한 정보 즉, 신규거래선에 대한 정보, 해외 업계 동향정보와 같은 고급정보뿐만 아니라 회원사 상호간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한 커뮤니케이션 채널 등을 다채롭게 제공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 마켓플레이스 스스로가 고객의 다양한 욕구를 파악하고 이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역량을 갖추었을 때, 고객은 저절로 찾아 올 것이고 의약품 전자상거래는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