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제약시장 규모는 오는 2005년에 이르면 1,000억달러를 돌파할 수 있을 전망이다.
특히 지금과 같은 경제 회복세와 통화안정 추세가 지속된다면 2005년까지 향후 5년 동안 아시아 제약시장은 연평균 5.8%에서 최고 10.4%의 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일본은 제외)
아시아 제약시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이는 국가들로는 한국, 중국, 대만, 인도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들 국가에서 제약시장의 성장을 견인하고 있는 원동력은 방대한 인구규모, 노령화 추세, 질병패턴의 서구화, 의료시설 및 관련기술 등 인프라의 전반적인 향상, 정부 차원의 의료'제약 부문 R&D 지원 등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들은 최근 의료비 급등이라는 현안에 직면함에 따라 약가를 통제하고, 로컬기업을 지원하는 정책을 실행에 옮기고 있다.
현재 아시아 지역의 제약'의료관련 기업들은 다음과 같은 도전요인들에 직면하고 있다.
첫째, 아시아 각국의 보건당국은 미국 FDA를 모델로 삼고 있다. 그런데 FDA는 최근 들어 관련법규와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에 있다.
둘째, 각국의 보건당국은 `親 로컬기업'親 제네릭 정책)(pro-local and pro-generic policies)을 채택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중국과 말레이시아이다. 이는 다국적기업들의 아시아시장 진출을 어렵게 하는 한 요인이다.
셋째, M&A와 합병을 통해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확보를 도모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시장을 주도하는 가장 결정적인 요인은 여전히 강한 개발력과 제품력이다.
넷째, 한국과 일본 등은 복잡한 유통 인프라로 인해 물류비용 증가라는 고민거리를 안고 있다. 이는 또 시장진입의 걸림돌로도 작용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 국가에 진출을 원하는 외국기업들은 현지의 로컬기업과 파트너십 관계를 구축해야 할 필요가 있다.
반면 아시아 제약시장의 성장을 견인하고 있는 요인들도 적지 않다.
첫째, 인구의 노령화와 평균수명 연장 추세에 힘입어 라이프스타일 드러그와 고령자들을 타깃으로 한 고가 의약품들의 매출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둘째, 전자상거래 등 소비자들을 직접적으로 상대하는 마케팅이 확산됨에 따라 환자들의 브랜드 인식도가 제고되는 등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셋째, 최근 들어 임상시험이 활성화되는 추세에 있다. 싱가포르는 국제적 임상시험의 중심지로 부각되고 있으며, 중국에서도 현재 진행 중인 각종 신약들의 임상 1상시험 건수만도 40여건에 달하고 있다. 현재 30여 다국적기업들이 이를 위한 연구비를 지원하고 있다.
넷째, 공공의료보험제도가 틀을 갖춰감에 따라 보험 적용범위도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다섯째, 정부 차원에서 생명공학 육성에 힘쓰는 국가들이 늘어나고 있다. 인도의 경우 생명공학, 임상시험, 특허 관련연구 등에 지출된 비용에 대해서는 소득세에서 150%까지 감면해 주는 내용을 2002년도 예산안에 반영하는 내용이 검토됐을 정도다.
이처럼 긍정적인 환경이 조성되고 있음에도 불구, 제약산업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들도 여전히 불식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시아의 현실이다.
첫째, 일부 국가들은 정부 차원에서 약가통제에 나서고 있다. 일본, 호주, 필리핀 등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둘째, 특허보호가 미흡한 수준이어서 제네릭 품목들이 득세하고 약가통제 압력도 여전하다. 게다가 총 150개가 넘는 의약품들이 오는 2006년까지 특허 또는 독점적 지위 만료를 앞두고 있다.
셋째, 구매력에 한계가 있어 아직도 많은 이들은 전통적인 민간요법이나 생약에 의존하고 있다. 인도의 경우 전체 인구의 30% 정도만이 서양 의약품의 수혜층에 속한다. 중국과 대만도 전통 민간요법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정부는 민간요법에 대한 연구지원을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아시아 각국은 현재의 저비용 생산구조에서 갈수록 R&D와 생명공학을 중시하는 전략으로 옮겨가고 있다.
싱가포르의 경우 1999년 한해 동안에만 6억달러를 생명공학에 투자했다. 같은 해 홍콩과 대만 정부는 각각 5억1,600만달러 및 10억달러에 달하는 의료'제약 R&D 기금을 조성했다.
특히 싱가포르는 2020년까지 15개의 메이저급 로컬 생명공학기업을 육성한다는 목표로 3,400만달러 규모의 게놈 프로그램에 착수한다는 내용을 2000년 6월에 발표하기도 했다.
일본은 관'산'학이 힘을 합쳐 `밀레니엄 생명공학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2000년 4월부터 2001년 3월까지만 5억3,000만달러를 지원했다. 이 계획은 총 10억달러를 투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인도에서도 정부 산하 생명공학 전담부서가 앞으로 5년간 6,500만달러를 게놈 연구에 투자한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향후 아시아 제약시장에서 가장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일 분야는 심혈관계 치료제, 라이프스타일 드러그, 항암제 등이 될 것이다. 인구의 노령화 추세에 따라 관절염'당뇨병'골다공증'중추신경계 장애 등을 치료하는 약물들의 시장도 매우 유망하다고 하겠다.
제약기업의 입장에서 볼 때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가장 매력적인 제약시장은 일본과 호주이다. 시장규모나 시장진입의 용이성, 관련규제 및 특허보호 실태, 정치'경제적 안정성, 약가문제 등을 감안할 때 그렇다는 얘기다.
싱가포르는 유망시장 랭킹 3위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국가적 차원에서 제약'생명공학 분야의 국제적 중심지(hub)로 부상을 꿈꾸고 있는 데다 해외기업들의 진출에 유리한 환경과 인프라가 갖춰져 있다는 점은 많은 외국기업들의 눈길을 이 섬나라에 고정시키게 하고 있는 요인이다.
중국은 방대한 인구와 WTO 가입이라는 호재가 큰 강점이다. 한국의 경우 관련제도의 개혁에 힘입어 의료'제약시장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대만도 훌륭한 인프라가 구축되어 있어 외국기업들에게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