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분업 시행과 더불어 1약국 복수약사제의 도입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이는 분업 이후 쏟아지는 처방전을 원활히 수용하기 위해서는 1약국 1약사 체제의 약국경영이 어렵다는데 개국가가 공통적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1일 50건 이상의 처방전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최소 1명 이상의 약사가 더 필요하다는 것이 약국가의 설명이다.
분업 이전 동네약국 대부분이 1약국 1약사의 형태를 취했으나 최근 들어 동업약국 형태로 전환하거나 근무약사를 고용하는 등 복수약사제 도입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약국내에서도 처방전을 받는 약사와 조제하는 약사, OTC를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약사 등 점차 세분화되고 있는 등 약국들도 분업화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약국당 평균 근무인력 4.9명
분업 이후 약국 당 평균 근무인력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한 시민단체가 약국을 대상으로 모니터한 결과에 따르면 분업 이후 약국 한 곳 당 평균 약사수는 2.5명으로 나타났다.
이는 분업 이전 약국의 약 80%정도가 1약국 1약사 체제로 운영됐던 것과 비교하면 1약국 복수약사제 도입은 지속적인 증가추세에 있음을 반영하고 있다. 이와 함께 보험청구 업무를 수행하는 전산인력 등 약국 근무인력은 1약국 당 2.4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자료를 근거로 약국 당 평균 근무인력을 추정해보면 분업 이후 1약국 당 4.9명이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처럼 약국에서의 근무인력이 급증하고 있는 것은 처방전접수, 조제업무, 복약상담, 전산업무, OTC·건식 판매 등 기능이 세분화되고 있는 데다가 원외처방전 수용을 위해서는 1약사 체제로 약국경영 보전이 안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실례로 분업 이후 약국을 찾는 평균 환자수는 하루에 189.1명으로 집계됐으며 이 중 조제환자수는 평균 133.7명이었다.
이는 환자의 70% 이상이 병원에서 처방받은 처방전을 약국에 들고 오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으며 1약사 체제로는 많은 처방건수를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약사 1인당 하루 평균 조제환자수는 62.4명인 것으로 나타나 1약국 복수약사제 도입은 분업시대의 필연으로 자리잡고 있다. 또 1약국 1약사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일부 소형약국들은 거의 처방전 수용을 포기하고 있으며 한방·OTC처방으로 경영보전에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동업약국 급증
1약국 복수약사제 도입은 동업약국 형태가 늘어나는 추세로 진행되고 있다.
분업 이전에 미미했던 동업약국 개설은 분업시행 이후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약국가의 새로운 풍속도로 자리잡아 나가고 있다.
이는 자본력이 없는 소형약국들이 생존을 위해 과감히 동업약국 형태를 취하면서 경쟁력 확보에 나서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분업 이후 동업약국 형태는 △소규모 약국들의 결합 △동문중심의 결합 △체인약국끼리의 결합 △자본출자자가 따로 있고 근무약사들이 지분의 일부를 출자해 결합 △전문약사끼리의 결합 등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 중 소형약국끼리의 결합이 가장 보편화되고 있으며 경영과 학술을 분리해 약국의 기능을 세분화시키고 있다. 또 동업약국에 참여한 약사들은 경영과 임상능력의 노하우를 무기로 담합약국과의 경쟁력 확보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울 잠실에서 동업약국을 운영하고 있는 P약사는 “분업 이후 경영보전을 위해 약국끼리의 동업은 이제 피할 수 없는 현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약사들이 업무 분담을 통해 전문 약국경영을 추구하다보니 대형약국이나 문전약국과의 경쟁력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동문간의 결합을 통해 동업약국을 개설했을 시는 결속력이 강한 것이 특징이며 체인약국끼리의 결합은 경영다각화에 중점을 두고 약국경영을 극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 개국가의 설명이다.
또 건식상담 전문약사, 조제전문 약사 등 약사들의 자신 있는 분야를 전문화시킨 동업약국형태도 분업 시행과 더불어 등장하고 있다.
약국기능의 전문화·세분화
분업 이후 복수약사제도의 도입과 근무인력이 증가하고 있는 것은 약국기능의 전문화와 세분화가 이뤄지는 등 약국시장의 재편이 이뤄졌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는 분업 이후 약사업무가 처방전 수용에 집중하게 됐으며 이와 동시에 EDI청구 등 전산업무 기능의 강화, 건식과 한방·OTC 등 상담을 통한 매출보전 등이 동시에 이뤄지고 있기 때문으로 관측된다.
이에 따라 최근 약국가는 대기공간을 포함한 조제 공간과 건식전문코너 등 약국의 나머지공간이 분리되어 있고, 따라서 역할 분담도 철저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런 약국기능의 세분화가 1약국 복수약사제 도입을 활성화시킨 또다른 이유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서울 관악구의 G약국은 처방전 수용과 건식을 통한 매출향상을 위해 근무인력의 전문화를 꾀하고 있다. 이 약사는 “처방전을 받는 약사, 조제하는 약사, 영양상담가, 전산인력, OTC전문판매 약사 등 약사와 근무인력의 전문화와 약국공간의 철저한 분리를 통해 약국경영의 극대화를 도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