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박전희 국립재활원 약제과장
(전 식약청 의약품안전과장, 관리과장)
의약품은 좋은 것인가? 나쁜 것인가?
답은 둘 다 노우이다.
좋은 것이라고 생각할 뿐, 나쁜 것으로는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은 의아해 할 답이다.
정답은 이렇다. 좋다고 볼 수도 없고 나쁘다고 할 수도 없다.
좀더 정확히 말하자면, 본질이 별로 좋은 것은 아니다. 그래서 가까이 하지 말고, 멀리 할수록 좋다는 말을 하고 싶다.
질병을 치료하는 것이라서 좋다고 생각하는 것을 탓할 수는 없지만, 안전하고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매우 잘 못된 것이며 틀린 말이다, 틀린 걸 모르고 있을 뿐만이 아니라 옳다고 믿고 있는 것이 더욱 큰 문제이다. 대다수 사람들이 잘못된 생각을 하고 있어 매우 안타까워 몇 자를 적어 도움이 되고자 한다.
의약품은 화학물질의 합성 등으로 탄생을 하며, 그 것이 갖는 특성이 세균을 죽일 수 있다면 바로 항생제가 되는 것이고 열을 떨어뜨리는 능력이 있다면 해열제가 되는 것이며, 소화를 도울 수 있다면 소화제가 되는 것이다. 우리가 원하는 데로 작용한 것이어서, 이럴 경우는 좋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항균능력이나 해열능력 그리고 소화능력만을 가지고 있지 않고, 우리가 원하지 않는 또 다른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것을 부작용이라고 하며, 원하는 작용과 원치 않는 부작용을 동시에 나타낸다.
이 부작용을 빼내고 원하는 작용 만 을 갖게 해서 의약품을 만들었다면 결코, 나쁜 것이라고 할 수가 없을 것이나, 이러한 꿈의 신약은 기대하지 말아야 하며 부작용 없는 의약품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좋은 것으로 보기는 곤란 한 것이다.
부작용을 뻔히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사용하는 아주 특이한 존재이다. 질병은 치료 되지만, 부작용을 동시에 겪어야하며 작용이나 부작용 둘 다 매우 격렬(엄청남!!!)하여 극미량만으로도 생명을 앗아 갈수 있다.
매우 위험스럽고 특이한 물품이며 본질만 따지자면 안 좋은 것이 확실하다.
꼭 필요한 경우에는 좋은 면과 나쁜 면을 정확히 계산(Benefit/Risk Ratio) 해서 사용해야 하며, 손해를 보지 않고 이득을 보기위해서는 계산 능력이 있는 의사와 약사에게 물어야 한다.
앓고 있는 질병을 해결하기 위해서 사용하는 것이며 더 강해지고 더 튼튼해지기 위해 사용하는 것이 아니다.
설명서를 읽어보면 엄청나게 많은 부작용이 나열되어 있고, 아직도 어떤 부작용이 있을 런지는 아무도 모른다. 어떤 의약품이든 효능 효과보다도 부작용 표시가 월등히 많다.
꼭 필요 한 경우에만 쓰여 져야하며 그렇지 않을 때에는 원치 않는 부작용 때문에 무조건 손해를 본다. 이것이 의약품이다.
*의약품을 어떻게 허가하는가?
본질이 위험한 의약품을 안전하고 효과가 있다고 입증 하기위해서는 각종 안전성 자료와 유효성 자료를 제출하여야 한다. 각종 독성자료나 임상자료의 내용이 안전하고 효과가 있다고 인정 될 때에만 시판이 허용되기 때문에 새로운 신약이 탄생하기위해서는 약20여년의 연구기간과 엄청난 연구비(대충 1500억원)가 투입 된다.
임상자료는 유효율이 66.6%이상이 되어야 효능효과가 인정되고(유효율 인정범위는 의약품의 특성에 따라 달라진다). 각종독성자료와 예상되는 부작용을 면밀히 검토해서 과학적판단과 사회성검토를 거쳐 시판여부를 결정한다.
부작용이 있더라도 허가하는 것이며 Benefit/Risk Ratio(위험성과유익성비교)를 철저히 따져서 결정한다.
*시판후의 관리는 어찌 하는가?
면밀한 검토과정을 거쳤다 할지라도, 시판 후 불특정다수에게 광범위하게 쓰여 질 때에는 예상치 못한(몰랐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또한 허가될 당시의 과학수준과 판매되고 난후의 과학수준이 달라진다(발전한다). 그리고 Benefit/Risk Ratio 역시 변한다.
그래서 재평가(reevaluation system)제도를 두고 일정기간이 지나면 다시 현재의 잣대에 따라 다시 평가를 하여 이상 유무를 점검 한다. 재심사 제도 역시 비슷한 취지이다.
그리고 안전성 정보와 유효성정보에 따라 허가할 당시에는 몰랐던(예상치 못했던) 부작용이나 효능효과의 불확실성을 보정하고 변경하며 어떤 경우에는 그 허가를 취소하기도 한다.
특히, 의약품의 부작용 관리는 어느 한나라가 독점하지 않고 국제적으로 공동 관리하는 부작용모니터링시스템(WHO)이 있다. 안전성 정보(부작용정보)를 공유해야하는 필요성이 오래전에 인정된 것이고 과학적 사실을 공표하여 인류의 피해를 극복하거나 줄여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PPA는 어떤 약물인가?
페닐프로판올이라는 약물은 1940년대에 태어났고 교과서에 나오는 누구나 아는 흔한 약물이다. 그런데 매우 값이 싸고 효과는 우수하며 그것을 의심하는 전문가가 없으니 소위, 명품에 해당 되는 약물이다.
의약품에서의 명품기준은 일반상품과 다르다. 아무런 문제없이 오래 동안 사용되어져 인류에게 공헌(혜택)했을 때에 명품이라고 한다. 유명한 브랜드 일지라도 값이 비싸면 좀 곤란하며 효능효과가 확실하고 부작용이 적어 오랜 기간 사용 될 수 있는 것을 명품이라고 한다.
PPA는 이러한 명품기준에 손색이 없다. 60여 년간 어느 기업이 독점 하지도 않고, 세계 각 국에서 비처방약으로 의사의 처방 없이 자유롭게 쓰여 져 왔다. 값이 매우 싸고 효능이 확실하며 부작용이 적어 비교적 안전한 약물중의 하나가 틀림없다.
교감신경계를 흥분시켜 혈관을 수축시키는 역할을 하고 입맛을 떨어지게 하는 등 부작용도 만만치 않으나 감기약에 배합하여 코막힘 증상(비 충혈)을 해결 하는 능력이 좋고, 뚱뚱한 사람들의 입맛을 떨어뜨려 먹는 량을 줄여주는 역할도 한다. 다량을 연속적으로 사용 할 때에는 모세혈관을 수축시켜 출혈성 뇌졸중을 일으킬 수 있다고 한다.
*부작용을 어찌 해야 하는가? 그리고 PPA를
어찌 했어야 옳은 것 이었나?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아무리 명품이라 한 들, 우리가 원하지 않으면 시장에서 퇴출시켜야 하고 이득보다도 손해가 크다고 판단 된 다면, 당연히 없애야 한다. 이의가 있을 수 없다.
아무리 효과가 탁월할지라도 부작용이 부담이 될 경우에는 사용 중지를 결정 한다. 그러나 부작용 부담이 클지라도 꼭 있어야 될 것이라면 신중히 퇴출여부를 결정 한다.
좋은 사례가 바로 마약류이다.
마약은 진통효과가 타 약물에 비해 비교 할 수 없을 정도로 신속하고 우수하며 마약으로 인한 개인의 피해(risk)는 물론, 사회적 손해(risk)는 계산 해볼 필요가 없다.
그러나 의료적 공헌도(benefit)가 월등하므로 철저히 관리하면서 의료적사용 만을 허용하고 있는 것이며 비슷한 효과를 나타내는 대체 약물이 없어 엄청난 사회적 비용과 부담을 감내 하면서도 퇴출시키지 못하고 있다.
어찌 됐던지 간에 마약류를 없애 버린다면 통증으로부터의 간단한 해결방법이 없어지기 때문에 인류는 손해를 보게 된다. 자동차로 인한 사망사고를 없애기 위해서 자동차를 버리지는 못하는 것이고, 간접흡연 피해를 없애기 위해서는 흡연중지가 제일 효과적인데도 그리하지 못하는 이유 등을 비교 하여보면 차이점은 있어도 이해가 쉽다.
신약을 개발하는 경우에 과학의 한계로 인한 실수(부작용)가 종종 있어 왔다. 그것을 약화(사고)라고 하고 많은 사례가 있었다. 결코 잊혀져서는 아니 되고, 반복되어서는 아니 되는 쓰라린 경험들이다.
그러나 오랜 기간 사용해온 약물(사용경험이 많은 )인 경우에는 과학적 실수가 없다. 사용해오면서 오랜 기간 연구를 해왔기 때문이다.
설혹 몰랐던 부작용을 알게 되었다 할지라도 매우 신중한 결정이 필요하다. 예상 할 수 있었던 것인가? 또는 전혀 예측 못한 부작용인가? 얼마나 심각하고 어느 정도 통계적 유의성이 있는 것 인가?등등 많은 것들을 계산하고 검토해야 한다.
경솔한 판단 또한 손해를(인류에게) 가져오기 때문이다.
미국 FDA의 발표가 있은 후에 각 나라의 당국자들은 그 내용을 면밀히 검토 했다. 검토한 결과에 따라 반응을 달리 했다. 캐나다와 필리핀 등은 바로 사용 중지 결정을 했고, 영국, 프랑스, 이태리 등 구라파 대부분의 나라와 일본이 다른 결정을 했다. 지금도 그 결정을 바꾸지 않고 사용하고 있으며일본의 경우에는 계속 사용을 허용하다가 03년도에 대체처방을 지정한 정도이다(퇴출결정은 아직도 하지 않았음).
우리나라는 뇌졸중 위험성이 큰 대용량(100밀리 그람 이상) 제품과 살 빼는 약으로 남용되던 단일제 제품을 퇴출하는 강한 조치를 했으며 부작용 난에 뇌졸중 가능성 표시를 추가하라는 결정을 했다. 그리고 감기약에 소량씩 배합하는 복합제(100밀리 그람 이하)인 경우에는 안전성을 입증하는 자료(연구자료)를 제출하여 추가 검토하기로 한 것이다.
사용 중지를 하지 않고 차별적인 강한 조치를 한 이유는 무엇이지 알아보자.
뇌졸중이라는 부작용은(대용량에서) 모세혈관수축작용에서 나타날 수 있는 예측 가능한 것으로 ,이미 오래전(90년대 중반)에 미국에서 문제가 되었으나 계속 사용을 허용하면서 5년 동안 연구를 더 하게 했다(퇴출결정이 시급했다면 왜 5년을 더 했겠는가?). 01년도에 동보고서가 제출되자 연구방법이나 연구결과의 신뢰성을 의심하는 전문가들의 평이 있었고, 각 나라의 당국자들도 그 내용을 검토해본 후, 나라별로 각각 다른 결정을 하였던 내용이다.
감기약은 소량씩 2ㅡ3일정도 단기간을 복용하며 특히 비 충혈을 제거할 목적(효과)으로 쓸 수 있는 대체약물이 마땅치 않았다. 두 번에 걸쳐 실시한 재평가 결과(99년도와 그 이전)에서도 의심할 만한 결과가 없었으며 대체 약으로 검토할 수 있는 염산 슈도에페드린 등의 약물들 역시 비슷한 정도의 부작용이 있었다.
특히 적은 용량에서는 뇌졸증 유발 가능성이 확실 치 않고 30세 이상 여성에게서 장기간 대용량 연용에 의한 가능성이 높게 나타난 결과(쌀을 뺄 목적의 사용)를 볼 때, 감기약에서의 배합을 금지할 만한 타당한 근거가 부족했다. 대체 약물 또한 마땅치 않았으며 시급성이 있다고 보기가 어려웠다.
이상과 같은 이유를 분석한 후에 타당한 결론이었는지 아니었는지를 따져봐야 할 것이다. 당시에도 이 문제는 기사화가많이 됐다. 문제가 있었다면 이미 노출되었을 것이고 소비자단체나 국회 등에서도 역시 검토하였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 당시와는 달리 소비자의 요구수준이 더 높아졌고 과학적 판단 수준이 엄격해 졌다고 할지라도 의약품의 퇴출 결정은 과학적 판단이면서 사회적인 손해와 이득을 동시에 계산해야 하는 특성이 있다는 점은 당시와 현재가 같다.
미국 예일대의 보고서가 전폭적인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신뢰수준이었다면 구라파 각 나라는 왜 계속 사용을 결정 했고, 지금도 사용하고 있는 것 인가?를 생각 해봐야 한다.
우리가 투자를 하여 연구를 하도록 조치한 것이 왜 잘 못이었는가? 그것이 로비의혹의 근거가 되는 것은 매우 이상하다.
즉각 다른 나라와 달리 미국의 결정을 따라가지 않은 것이 잘못이라고 주장하는 것도 아니다. 그리 주장은 하지 않고 미국의 경고를 무시했고 제약사 요구를 수용했다는 의혹만을 제기하는 것은 근거가 희박한 ㅇㅇ카더라 수준이다.
특히 신약으로 판매되어 부작용을 일으킨 다른 제품은 바로 미국과 동일한 조치를 하였다고 비교하면서 이 제제만 특별히 연구하도록 조치했었다는 주장은 가히 금메달 감(억지)이다. 약물 별로 특성이 다르고 신약의 부작용은 매우 엄격히 다뤄야 하는 것임을 모르고 있으니 당연한 주장이라고 할 수 있다고 넘어가 본다.
그 당시 미국과 동일한 결정을 하였다면, 구라파나 일본과 달리 맹목적으로 미국을 쫒아 가야 하는 것인가? 라고 맹공을 했을 것이다. 그 당시 지금과 똑같은 의혹기사를 쓰지 못한 선배기자를 무능하게 만드는 주장이 아닌가 싶고, 그 당시 관련기사를 검색 할 수 있을 것 인데, 검색은 해보고 나서 그런 주장을 하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인류에게 공헌한 약물은 수없이 많다. 그러나 60여 년 간 지속적으로 쓰여 지는 값싸고 효과 좋은 약물은 흔하지 않다. 의약품은 부작용 덩어리라는 특성이 있어 Benefit/Risk Ratio를 계속 따져야한다. 인류에게 이득이 될 때에만 퇴출을 면할 수 있기 때문에 시장에서 오래 버티기가 어려운 물품이다. 그런 결정을 열심히 하는 전문가 그룹이 존재하고 활동하고 있는 한, 의약품의 안전성은 확보되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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