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표준을 만드는 자가 세계를 지배하며, 역사는 늦게 도착한 자를 벌한다. 빠르게 변화하는 유통환경에 비해 국내 도매업계의 움직임은 너무 더딘 것은 아닌지 자문해 보면서 오늘의 의약품 도매업계 현실에 교훈을 주는 적합한 말이라고 생각된다.
국내 의약품 유통업계는 과잉 공급상태의 제조업자와 강력한 독점적인 힘을 가지고 있는 수요자(병'의원 및 약국 등) 사이에서 절묘한 줄타기를 통해 꾸준히 성장해 왔다. 이는 그간 영세 규모의 도매업계를 한 차원 높게 끌어올린 도매협회 집행부의 열정과 노력에 기인된 것이며 또한 90년부터 도매업계에 대한 행정적'제도적 지원에 힘입어 거대 도매가 성장하기 시작한 것으로 판단된다.
도매업소간 통폐합 대형화 절실
전자정보관리시스템 구축'물류공동화 필요
전자상거래시대 가격 무한경쟁 확산
유통정보시스템 체계화 서둘러야
이미 선진국은 유통산업을 지식기반산업(Knowledge Driven Industry)의 특성을 그대로 반영한 그야말로 각종 첨단장비와 시설로 무장한 전문유통업체가 선보이고 있다.
즉 생산과 소비활동 패턴을 치밀하고 과학적으로 분석해 이를 토대로 양쪽의 지식과 정보를 획득, 분석하고 이를 이용하여 독특한 경쟁력을 확보해나가고 있으며, 생산자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는 시스템의 개발로 유통단계가 축소돼 직거래를 통해 낮은 공급가격을 확보하고 이는 거래단계의 축소라는 결과로 필연적으로 이어진다.
과도한 경쟁환경을 극복하고자 대형 유통물류센터 설립이 봇물을 이루고 정보의 흐름만을 담당하는 정보대리점으로 변신하는 유통업체도 늘어나고 있다.
그간 국경을 가로막는 철책선으로 국내가격과 국제가격이 불균형을 이루었으나 전자상거래시대에는 국경이 장벽으로서 의미가 없어져 국가간 차별성이 없어질 전망이며, 이로 인해 의약품 소비의 결정자(의사'약사 등)와 공급자(제약업소'도매업소)를 직접 연결해주어 가격의 무한경쟁이 확산되고 있다.
따라서 현재와 같이 단순 유통기능을 고집하는 의약품 도매업은 시장의 심판에 따라 서서히 고사될 가능성이 높다. 차별화된 경쟁력이 없거나 정보화 수준이 뒷받침 안된 업소는 도태되는 것이 눈에 선명하게 보이지 않는가. 그러면 도매업계 생존을 위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생존을 위해 무엇을 준비할 것인가
국내 유통업계에 전체 고용인구의 17%가 근무하고 있다. 단일 직업군으로는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유통업계는 대다수 4인 이하의 영세 유통업체가 전체 유통업체의 90%를 차지하고 있으며, 대형할인점의 성장추세로 보아 2003년 소수의 대형할인점의 시장점유율이 30% 이상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영세 도매상이 무한경쟁시대에 생존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첫째, 유통구조의 개선이 시급하다.
국내 의약품 도매업계는 영세한 규모로 규모의 경제, 효율성의 경제 흐름을 타지 못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제조업의 유통구조와 무자료 거래관행 등으로 기업형 도매가 성장하지 못하며 선진경영기법의 도입이 아닌 가격마진 경쟁으로는 더 이상 버티기 힘들게 될 것이다.
물론 정부도 그간 도매산업을 소비산업으로 인식해 제조업 등에 비해 금융, 세제 등의 혜택이 미흡하여 차별적 대접을 하지 않았는가 싶다.
어찌 됐든 도매업소간의 협력네트워크 구성, 코마케팅 시도 등으로 상호보완하여 도매업소간 협력을 통한 경쟁력 향상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러한 우려 속에서도 다행인 것은 도매업체들이 도매업의 공동발전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으며 일부 대형도매들이 생겨나면서 도매업계 맏형으로서의 역할과 업계발전을 위한 양보의 미덕도 보여주고 있어 그 희망이 보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둘째, 유통정보화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병'의원, 약국의 욕구에 부응하는 판매방식의 선진화를 위해 의약품의 자동 주문'재고'관리시스템 도입, 전문적인 의약정보를 의사'약사에게 제공하고 필요한 시점에 적기 공급하여 환자에 대한 조제'복약 서비스 향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전자정보관리시스템을 구축하고 유통정보 체계화를 서둘러야 한다.
과거에는 도매업의 크기나 자본의 규모가 힘을 과시했지만 세계화시대에는 컴퓨터모뎀 속도로서 승부가 가름될 만큼 정보화세계는 정말 빠르게 변하고 있다.
셋째, 물류공동화 등 유통업체간의 협력체계 활성화가 필요하다.
도매업소간의 협력체계 구축으로 요양기관에서 한 개의 도매업소만을 거래하더라고 수요제품을 전부 공급할 수 있도록 유통업체간의 계열화'대형화'협력화를 기반으로 하는 유통체계 선진화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유통구조의 선진화'현대화를 기반으로 하는 물류시스템 표준화를 통해 공동물류가 중심으로 부각돼야 한다.
전반적인 비용절감과 서비스개선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동 업종간의 수'배송 분야 등 부분적이나마 물류기능의 통합화가 시급하며 물류공동화는 전국을 수용하는 전국 물류공동화와 지역별 거점물류화가 동시에 진행되는 것이 물류비용 절감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이를 위해 물류네트워크 구성과 효율적인 물류망 구축도 진행해야 하며 이미 이에 대한 충분한 기초연구가 도매협회에서 마련한 만큼 그 연구결과를 잘 활용해야 할 것이다.
또한 전자상거래와 물류서비스 운영체계의 조화를 통해 효율성을 제고하고 이를 위해 주문'제조'배송업체의 통합정보체계 구축도 필요하겠다.
넷째, 도매업소간의 통폐합을 통해 대형화해야 한다.
지금처럼 600여개의 종합도매상이 난립해 과당경쟁하는 구조 속에서는 미래의 희망이 없으므로 도매업소간 과감히 통합하고 합병하여 규모의 경제가 가능한 상태로 나가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단계적으로 중소 도매업소간의 사이버시장에서의 통합, 즉 공동구매'일괄구매 등 제조업체에 대한 바잉 파워(buying power)를 키워가는 것도 한 방안일 것이며 대형 업체와 특징있는 소형 도매업체간의 수직적 합병도 시도해볼 만하다.
땅따먹기식 영업은 그만
약가이익을 놓고 서로 분할하는 커넥션 유통영업은 한계에 도달하고 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그간 유통체계의 문제점을 근원적으로 해결하고자 국민의 정부가 출범하면서 의약품유통정보시스템을 개발'구축하고 물류공동센터를 건립 추진중에 있으므로 적극적인 참여가 있어야 할 것이다.
가까운 나라 일본의 도매상은 우리와 달리 단순 배송기능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마케팅을 포함해 가격교섭권 등으로까지 도매업의 역할을 확대해나가고 있으며 도매상의 유통비중이 전체 90% 이상까지 차지하고 있음을 인식해 우리 도매업계도 연립과 합병을 통해 규모를 키우고 우수한 인재 확보에 주력해 미래에 펼쳐질 선진유통환경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