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법은 1951년 국민의료법 제정으로 시작해 1962년 의료법으로 전부개정돼 현재에 이르는 연혁이 매우 긴 법이다.
이와 함께 의료 및 사회 환경 변화, 기술 발전은 시시각각 일어나고 있어 의료법 문언은 이를 담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축약된 형태로 이뤄지고 해석을 판례와 유권해석 축적을 통해 신축적으로 행해졌다.
그러다 보니 의료인을 포함한 다수 국민은 의료법 문언만 봐서는 의미를 알기 어렵고, 복지부 내부에서도 의료법 담당자가 아닌 이상 해석에 곤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이 같은 어려움을 줄이기 위해 의료법을 담당한 복지부 실무자가 의료법 관련 판례와 유권해석을 근거로 한 업무지식을 정리한 해설서가 나와 주목된다.
보건복지부 보육기반과 오성일 서기관(직전 보건의료정책과)은 전문기자협의회를 만나 최근 집필한 '보건복지부 공무원의 시각으로 본 한국의료법의 해설'에 대해 소개했다.
오성일 서기관은 보건의료정책과에서 2017년부터 2018년까지 2년간 근무하면서 의료법과 관련된 최일선 업무를 담당해 왔는데, '한국의료법의 해설'(이기일 건강보험정책국장 감수)은 이를 기본으로 그동안 의료정책과에서 경험으로 전해져 온 내용을 문서화한 기록물이다.
오 서기관은 해당 서적에 대해 "복지부에서 전래된 이야기를 담았다고 보면 된다"며 "이번 책은 개인 저서로 공식 견해는 아니고, 실무자는 이런 마인드로 일했다고 받아들이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보건의료정책과 내부에서는 의료법에 대해 유권해석을 모아서 문서화하자는 의견은 계속 있어왔으나, 단순히 자료를 모아 문서로 남기기에는 해석이 갈리는 부분이 있고 몇 해가 지나면 글로 남기기 적절치 못한 경우도 있어 어려움이 있었다.
특히 어려운 점은 시간이었다. 순환에 따라 들어온 새 담당자가 관련 업무지식을 쌓을 때는 전임자의 자료 및 구전을 활용하는데, 현재 규격화된 매뉴얼이 있는 것은 아니다.
의료법 담당자가 관련 내용을 정리하려고 해도 보건의료 현장에서 터지는 화재나 의료인 폭행 등 급박한 현안에 따른 제도개선 의무가 주어지기 때문에 현안을 해결하기도 빠듯하다는 설명이다.
오 서기관은 "그동안 관련 내용이 정리되기 어려웠던 것도 의료법 담당자들이 격무로 정리할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라면서 "8개월 간 육아휴직이 기회가 돼 정리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책은 가능한 참고할 만한 판례와 각종 사례를 중간중간 넣었고, 주관적 견해를 최소화하고 객관적 사실을 토대로 서술했으며, 의료법 전체를 다루되 역점사항에 따라 서술 밀도를 달리 했다"고 덧붙였다.
또한 "'이것이 의료행위인가', '어느 직역의 의료행위인가' 등 직역간 업무범위에 관한 문제가 가장 많았는데, 이런 부분은 유권해석으로도 명쾌하기 이야기하기 어렵다"면서 "이에 대해 입장을 담기보다 복지부에서 의료법을 담당하는 사람들로서 어떻게 해석하는 지에 대해 담았다"고 전했다.
책에 소개된 내용 중 하나로, 의료기관에서 알아야할 대표 사례로 의료광고와 관련된 '유인 알선 금지'에 대해서도 언급됐다.
오성일 서기관은 "현재 의료광고심의기준이 있고, 의료법 제27조(무면허 의료행위 금지) 3항에서 유인·알선을 금지하고 있지만 실제로 들어가게 되면 판례만으로 설명하기 힘든 부분들이 있다"고 사례를 들었다.
이어 "이 때 복지부 유권해석하게 되면 일정한 기준이 있는데, 소개·유인·알선 광고가 다른 의료기관이 똑같은 행동을 할 시 의료시장질서에 해를 줄 수 있는지를 본다"며 "이런 행태가 환자에게 불필요한 의료서비스를 받게하는지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상으로 상정한 주요 독자는 의료기관 종사자와 지자체 보건소 종사자들이다.
보건의료계 종사자들에게는 "의료법에서는 (의료인, 의료행위, 의료기관 등에 대한) 별도의 정의규정이 없는데, 그러다보니 일부 의료인들은 가끔 자신의 직역 이해관계에 맞춰 의료법을 해석하려는 경향이 있다"면서 "복지부는 이런 취지에서 의료행위, 업무범위, 의료시장질서 유지 측면에서 이렇게 해석하고 있다고 봐주셨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의료법은 불확정적 개념이 많아 느슨한 측면이 있지만, 이는 의료인에게 자율권을 많이 주기 위한 입법의지라는 것.
실제 판례에서도 과학 발전과 여러가지 의료기술의 변화 양상을 고려할 때에 의료행위를 인위적으로 담는 것이 오히려 의료법 적용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보건소 종사자들에게는 "실무에서 환자나 의료인을 지도·감독해야 하는데 많은 내용을 복지부에 문의하기 때문에, 모든 갈증이 해소되지는 않겠지만 미약하나마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성일 서기관은 "8개월 간의 정리는 복잡다단한 업무였지만, 복지부 내부에서 구전되는 업무와 관련 내용을 정리하는데 주변의 많은 도움을 받았다"면서 "이후 의료법 담당실무자들에게 촉매제가 됐으면 한다. 쓰고 나서도 부족함을 많이 느꼈지만, 그래도 누군가 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 가지치기를 하면서 서술 부족이 메워지길 바란다"고 기대를 전했다.
한편, 이번 '한국의료법의 해설'은 도서출판 집현재를 통해 발간됐고 총 323페이지 35,000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