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 끈끈이주걱(Drosera rotundifolia)
권순경 (덕성여자대학교 약학대학 명예교수/한국사진작가회회원) 기자 | news@yakup.co.kr 기사입력 2017-02-01 09:38 최종수정 2017-02-03 10:04
광합성을 하려면 엽록소(葉綠素)가 있어야 하고 식물의 잎이 푸르게 보이는 것은 엽록소 때문이다. 식충식물에는 엽록소가 결핍되어 있어서 광합성을 할 수 없거나 부족해서 영양분을 충분히 생산할 수 없다. 그래서 다른 방법을 동원하는데 그 중에 하나가 벌레나 곤충을 잡아먹어 부족한 영양분을 보충하게 된다.
곤충이나 벌레에게는 무시무시한 죽음의 덧인 끈끈이주걱이라는 식물은 산이나 들의 비교적 산성이 강한 습지나 물가에서 자란다. 끈끈이주걱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식물로서 우리나라에는 3종이 알려져 있고 긴잎끈끈이주걱과 끈끈이귀이개가 있다.
생김새 자체가 보통식물과는 다르다. 뿌리에서 길게 돋아난 잎줄기에 주걱처럼 생긴 잎이 하나씩 달리고 잎 표면에는 적자색을 띈 가시 모양의 털이 많이 돋아있다. 그 가시 끝마다 영롱한 이슬방울 같은 액체가 매쳐 있어서 환상적인 모습을 연출한다.
7~8월 경 뿌리에서 5~20센티미터 정도 자라나온 가늘고 긴 꽃줄기 끝에 5~10송이의 흰 꽃이 핀다. 가시처럼 보이는 털을 선모(腺毛)라고 하는데 끈끈한 점액질과 효소를 분비한다. 이 분비액 속에는 동식물을 통째로 소화시키는 단백분해효소인 프로테아제와 키틴 분해효소인 키티나제가 들어 있다.
꽃은 크기가 작지만 매화꽃을 닮았고 달콤한 향기를 풍긴다. 꽃받침 5장, 꽃잎 5장, 수술 5개, 암술 3개이고 암술머리가 두 가닥으로 갈라진다. 꽃의 구성요소를 모두 갖춘 완전화이고 곤충의 도움으로 꽃가루받이를 하는 충매화이다. 열매를 맺고 번식한다는 점은 다른 일반식물과 다르지 않다.
번식에 필수과정인 꽃가루받이에 도움을 주는 곤충을 자신의 생존을 위해서 잡아먹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안타깝기만 하다. 꽃의 향기에 취해 잘못 접근하다가 이슬방울 같은 점액질에 몸이 닿는 순간 빠져나올 수 없는 죽음의 나락으로 빠져들게 된다.
이렇게 붙잡힌 곤충은 끈끈한 액 속에 있는 소화효소로 서서히 분해되어 양분으로 식물에 흡수된다. 끈끈이주걱은 영양분은 물론 질소공급원으로 곤충이 필요하며 질소가 결핍된 토양 환경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게 된다. 놀라운 사실은 곤충이 아닌 비 생물체가 끈끈한 액에 닿을 때는 털이 거의 반응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먹을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분한다는 사실이다.
곤충을 붙잡는 방법은 끈끈이주걱처럼 점액질로 붙잡기도 하지만 파리지옥 같은 식물은 잎에 곤충이 닿는 순간 잎이 오므려 가장자리의 가시가 맛 물리게 되면서 곤충을 잡기도 한다. 네펜테스는 호리병처럼 생긴 꽃을 갖고 있는데 곤충이 한번 들어가면 나오지 못하도록 뚜껑을 닫아버리기도 한다.
끈끈이주걱의 이름은 잎의 생김새가 주걱모양이고 점액질을 분비하는 식물의 특성에서 유래했다. 영어명의 선듀(sundew)도 햇살에 비치는 아침이슬이라는 뜻이고 보면 잎에 달린 점액질 방울이 이 식물의 인상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끈끈이주걱은 원래 개체수가 많지 않아서 희귀종에 속하며 보호대상 식물이기도 하다. 이 식물을 화분에 화초로 키우기도 하는데 먹거리가 되는 곤충이나 벌레대신 규칙적으로 햄버거와 삶은 달걀의 흰자위를 조금씩 공급해야 한다.
한방에서는 말린 전초를 모전초(毛氈草)라 하고 가래를 삭이는 효능이 있어 천식, 기침, 백일해에 사용하고 옛날에는 폐결핵 치료에도 사용했다고 한다. 뿌리 말린 것을 모고채근(毛膏菜根)이라 하며 요통, 편두통에 사용했다. 성분으로 하이드로납토키논(hydronaphthoquinone)과 플룸바긴(plumbagin)이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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