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 산자고(Tulpia edulis)

권순경 (덕성여자대학교 약학대학 명예교수/한국사진작가회회원) 기자 | news@yakup.co.kr     기사입력 2016-06-22 09:38     최종수정 2017-02-02 11:24

덕성여자대학교 약학대학 명예교수/한국사진작가협회회원▲ 덕성여자대학교 약학대학 명예교수/한국사진작가협회회원
일반적으로 우리나라 야생화는 열대 지방의 꽃들에 비해서 크기가 작으며 특히 이른 봄에 피는 꽃들도 예외가 아니어서 맨눈으로는 정확히 관찰 할 수가 없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식물을 전문적으로 관찰하려는 사람들은 확대경을 지참하고 다니면서 필요할 때마다 사용한다.


봄철에 피는 꽃 중에 몸집 크기에 걸맞지 않게 커다란 꽃을 피우는 식물 중에 산자고가 있다. 산자고는 백합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로서 중부지역 이남의 비교적 비옥한 양지바른 곳에 자란다.

산자고는 뿌리에서 가늘고 긴 선형(線型) 잎 2개가 돋아나오고 역시 같은 뿌리에서 꽃줄기 하나가 길게 뻗어 나오고 4-5월 경 꽃줄기 끝에 흰 꽃이 한 송이 씩 핀다. 잎은 가냘 퍼서 대부분 옆으로 쓰러진 모습으로 누워있고 꽃줄기도 몸집에 비해 커다란 꽃을 지탱하기가 힘겨워 대부분 휘어있다.

꽃잎은 6개로 꽃잎 뒷면에 자주색 줄무늬가 있고 끝이 뾰족한 형태로 종 모양을 하고 있으며 꽃의 직경이 3 센티미터이다. 수술 6개, 암술 1개이고 수술 끝 부위에 노란 꽃 밥(화분)이 있으며 점점 갈색으로 변한다.

암술은 초록색을 하고 있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끝이 벌어져 꽃가루받이가 준비되었음을 알린다. 봄꽃 들이 그러하듯이 산자고도 숲이 무성해지기 전에 일찍 열매를 맺고는 잎과 꽃줄기와 같은 지상부가 흔적도 없이 말라 죽는다.

 

산자고(山慈姑)의 자고(慈姑)는 한자로 ‘자애로운 시어머니‘ 라는 말이다. 산자고가 식물이름이 된 연유는 과연 무엇일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를 소개하면 가난한 집에서 어렵게 맞아드린 며느리가 등창이 나서 어려움을 격고 있었다고 한다.

한날 시어머니가 뒷산에서 비교적 큰 꽃을 피운 가냘픈 식물을 발견하고 뿌리를 캐보니 알뿌리가 나왔다. 이것을 집으로 가지고 와서 짓이겨서 등창에 발랐더니 감쪽같이 병이 나았다고 한다. 시어머니의 정성으로 며느리의 등창을 나게 한 이 식물을 산자고라고 부르게 되었다는 흥미로운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이처럼 식물이름은 어느 날 갑자기 생겨난 것이 아니라 오랜 세월을 지나면서 그 시대상과 관련된 역사와 문화가 깃들어 있다. 라틴어 학명에서 속명 튤리파(Tulipa)는 꽃의 모양이 중동 사람들이 머리에 두르는 두건을 닮았다 하여 두건을 뜻하는 페르시아어 튤리판(tulipan)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종명 에듈리스(edulis)는 라틴어로 ’먹을 수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산자고는 식용 가능하다는 내용이 학명에 나타나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산자고의 영어명도 ‘먹을 수 있는 튤립’ 즉 에더블 튤립(edible tulip) 이라고 한다.

튤립도 산자고와 마찬가지로 알뿌리를 갖고 있다. 산자고를 순수 우리말로 ‘까치무릇’이라고도 하는데 산자고의 모습이 ‘무릇‘과 비스한데서 비롯되었다. 두 식물의 잎의 모양이 닮았고 뿌리도 비늘줄기로서 비슷하다. 다만 꽃의 모양은 판이하게 다르다. 무릇의 꽃은 총상화서로 작은 꽃이 많이 달라붙은 이삭 모양을 하고 있다. 무릇도 식용가능하고 식량이 부족하던 시절 구황식물로 많이 먹었다.

산자고의 잎과 줄기를 산나물로 먹을 수 있으며 알뿌리는 한약재로 사용되고 있다. 종기를 비롯해서 피멍이나 어혈에 효능이 있고 화농성 종양과 임파선염에 쓰인다. 산자고 알뿌리에는 전분이 다량 포함되어 있고 콜히친(colchicine)과 알카로이드가 함유되어 있다. 콜히친은 통풍성 관절염 치료에 사용되는 약이며 유사분열을 억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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