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 천남성(Arisaema amurense)

권순경 (덕성여자대학교 약학대학 명예교수/한국사진작가회회원) 기자 | news@yakup.co.kr     기사입력 2016-05-25 09:38     최종수정 2017-02-02 11:25

덕성여자대학교 약학대학 명예교수/한국사진작가협회회원▲ 덕성여자대학교 약학대학 명예교수/한국사진작가협회회원
5-6월 한 여름 그늘지고 비옥한 음지에서 독특한 생김새의 꽃과 잎을 가진 색다른 식물을 만나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천남성(天南星)이라는 식물이다. 천남성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로서 전국 산 숲속 어디서나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알뿌리에서 줄기 1개가 직접 돋아나 30 – 50 센티미터 정도 높이로 자란다. 줄기를 감싸고 뻗어있는 잎줄기 끝에는 여러 개의 잎이 달린 것으로 착각할 수 있지만 사실은 1개의 잎이 5-11 갈래로 완전히 갈라져 독립된 잎 모양을 하고 있다.

꽃은 녹색 바탕에 흰 줄이 세로로 나있고 깔때기 모양이고 끝부분이 굽어져 뚜껑처럼 보인다. 여기서 꽃이라고 하는 부분은 진짜 꽃잎이 아니고 불염포(佛焰笣) 또는 화염포(火焰笣)라고 부르는데 천남성과 식물의 특징으로 잎이 고도로 변태되어 형성된다.

깔때기 모양의 불염포 안에 곤봉 모양 같은 것이 들어있는데 아래쪽에 암술과 수술이 빼곡히 붙어 있다. 수 그루의 꽃차례에는 자색의 꽃 밥으로 된 작은 수꽃이 달리고 암그루에는 녹색의 암꽃(씨방)이 붙어있다. 불염포는 생식기관인 암술과 수술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며 굽어진 뚜껑은 빗물이 들어가지 못하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천남성은 암꽃과 수꽃을 각각 따로 갖고 있는 암수딴그루(자웅이주) 식물이다. 그래서 꽃가루받이를 하려면 수꽃에서 암꽃으로 꽃가루를 옮겨다 줄 곤충의 도움이 필요하며 꽃가루받이에 성공하면 암꽃 개체에만 열매를 맺게 된다.

그런데 천남성은 특이하게도 성을 바꾸는 성전환식물(性轉換植物)로 알려져 있다. 열매를 맺었던 개체는 이듬해에는 꽃을 피우지 않거나 꽃을 피우더라도 성을 전환해서 암꽃이 아닌 수꽃만을 피운다.

식물이 열매를 맺는 데는 에너지 소모가 많아서 휴식기간이 필요하며 식물이 생존하는 자구책이다. 수꽃 개체로 변신했다가 원기가 회복되면 다음해에는 다시 암꽃을 피울 수 있게 된다. 즉 식물의 건강상태에 따라서 성을 바꾸며 생존한다. 여러 가지의 유사종이 있는데 잎 모양에 따라 둥근잎천남성, 넓은잎천남성, 무늬천남성, 두루미천남성 등이 있다.


10-11월 경 가을에는 먹음직스러운 옥수수 이삭 모양의 붉은 열매가 열린다. 옥수수알갱이처럼 생긴 붉은 알갱이가 다닥다닥 붙은 집합과이다. 유독함으로 절대로 먹어서는 안 된다. 천남성을 ‘첫 남성’과 무슨 관계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하지만 첫 사랑의 연인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천남성은 본래 남쪽 하늘에 뜨는 별이다. 이 별 이름을 그대로 식물이름으로 불리게 된 것은 알뿌리 모양이 동굴 납작한 모양을 하고 있고 이것이 천남성별을 닮았다하여 부쳐진 이름이다. 또는 덩이뿌리의 배열이 호랑이 발바닥처럼 보인다고 해서 호장(虎掌)이라고도 부르며 종명 아뮤렌스(amurense)는 천남성 분포가 많은 아무르 지방을 뜻한다.

천남성은 독성식물이다. 사약에 사용할 정도로 독성이 강하고 살충제로도 쓸 정도이며 맨손으로 잎을 반복해서 접촉하면 가려움증과 함께 알레르기 현상이 나타나 물집이 생긴다. 염소는 못 먹는 것이 없을 정도로 온갖 식물을 다 뜯어 먹어서 섬 지방에서는 염소로 인한 식물상의 피해가 극심하지만 천남성만이 무성한 경우를 볼 수 있다.

염소가 유독 천남성은 먹지 않기 때문이다. 한방에서는 알뿌리를 한약재로 쓰이는데 가래를 삭이고 기침을 멎게 하며 중풍이나 반신불수 치료에 사용한다. 지방에 따라서는 어린 식물을 산나물로 먹기도 하지만 위험함으로 피해야 한다. 알뿌리에는 녹말이 많이 들어있으며 유독성 사포닌이 들어있다. 옥살산 칼슘을 함유하고 있어서 독성이 강하다는 보고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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