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 동양미인과 서양미인의 차이
김수신 박사 (성형외과 전문의 / 의학박사) 기자 | @ 기사입력 2011-06-29 10:29
“성형외과에선 주로 쌍꺼풀을 만들고 코를 세우고 턱을 깎던데 너무 서구적인 생김새를 지향하는 것이 아닌가요?” 간혹 이런 질문을 받는다. 어떤 사람들은 동양인들이 미용 성형하는 이유에 대해, 의식주를 비롯한 모든 생활방식이 서구적인 경향을 따르고 개방화로 인해 서구인들의 아름다움이 우리 눈에 익숙해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실제로 한국이나 중국 여성들이 바라는 성형 모습도 쌍꺼풀에 오뚝한 코, 갸름한 얼굴형을 선호한다. 하지만 이러한 현상이 서양인을 닮고 싶다는 욕구에서 비롯된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동양인의 얼굴은 이마가 평평하고 눈썹 뼈도 돌출되어 있지 않아 눈이 튀어나와 보인다. 그리고 코는 그다지 높지 않은 반면 광대뼈가 솟아 있는 편평한 얼굴이다. 하지만 서양인들은 앞뒤가 튀어나온 두상에 이마는 둥글고 눈은 안으로 꺼져있다. 밋밋한 광대뼈 사이에 있는 높고 큰 코는 입체감을 더한다. 때문에 서양인은 우리와는 반대로 큰 코를 축소하고 광대뼈를 높이는 수술을 많이 한다. 그렇다고 그네들이 동양의 미를 추구하는 것도 아니다. 성형 수술은 혈통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고유한 생김새의 범위에서 약간씩 수정을 하는 것이다.
평면적인 안면의 동양인이 얼굴에 굴곡을 주려는 것이나 입체적인 서양인이 얼굴선을 부드럽게 완화시키려는 것 모두, 인류 공통의 표준적 아름다움에 다가서려는 노력이다. 동양인과 서양인의 중간 정도가 되는 지점이 모두가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공통적인 기준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성형 수술은 보편적인 미의 기준에 따라 행해지지만 동시대인들이 아름답다고 칭송하는 유행에 편승하기도 한다. 따라서 사회 구성원의 의식이 바뀌면 수술 역시 바뀐다.
지금으로부터 거의 이십여 년 전쯤 일이다. 열일곱 살 소녀가 쌍꺼풀 재수술을 받고 싶다며 찾아왔다. 그녀는 어렸을 때 브라질에 이민을 가서 살았는데 그 곳에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성형외과 의사인 P박사에게 쌍꺼풀 수술을 받았다. 그래서 그 곳 현지 사람들처럼 크고 부리부리한 눈을 가지게 되었다. 브라질에서 살 때는 괜찮았는데 가족들과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면서 문제가 생겼다. 가뜩이나 모국어도 어눌한데 또래 친구들과는 다른 외모 때문에 적응하기 힘들었던 것이다. 소녀의 부모는 아이가 한국에서도 무난한 외모를 가지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몇 해 전에는 한국인과 미국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 여성 두 명을 수술한 적이 있다. 둘 다 교육방송과 어린이방송에서 활동하는 방송인이었는데 한 명은 매부리코처럼 콧등이 솟아있는 코를, 다른 한 명은 코끝이 아래로 쳐진 부분을 고쳐주길 원했다. 또한 강해 보이는 눈매도 수술로 교정해달라고 했다. 좀 더 아름다운 모습으로 화면에 나가길 원한 까닭도 있겠지만 한국인 시청자들에게 보다 친숙하게 보이기 위해서라는 걸 짐작할 수 있었다.
우리 병원에는 가깝게는 중국이나 일본, 멀리서는 카자흐스탄에서도 환자들이 찾아온다. 그네들을 모두 한국적인 미의 잣대로 수술할 수는 없다. 동남아시아 여성들은 주로 코볼을 축소해주길 원하는데 한국 여성들만큼 줄여버리면 어색해 보이므로 얼굴의 다른 부위와 어울리도록 크기와 모양을 적당히 잡아주어야 한다. 때로는 한류드라마를 보고 거기에 나오는 여주인공처럼 되고 싶다고도 하지만 그건 환자의 얼굴 구조나 이미지에 맞았을 때만 가능한 목표다. 수술할 때는 환자의 인종, 나이, 직업, 환경 등을 고려해야 하고 수술 후 변한 모습을 받아들일 수 있는 정도가 어디까지인지도 파악해야 한다.
단아한 동양 미인이나 화려한 서양 미인, 어느 쪽이든 조화롭고 균형이 잡혀있기에 아름답다고 느낀다. 성형 수술도 균형을 잡아가는 측면에서 접근해야 성공할 수 있다.
이 기사 주소https://www.yakup.com/pharmplus/pharmplus.html?mode=view&nid=30001308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