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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303> 빛과 소금
예수님은 당신의 말씀을 들으려고 산 위에 모여든 무리에게 ‘세상을 썩지 않게 하는 소금(鹽)이 되고, 세상을 밝히는 빛(光)이 되라’고 가르치셨다 (산상수훈, 마 5:13-16). 내가 졸업한 제물포 고등학교의 모표(帽標)는 세 개의 소금의 결정 위에 등대(燈臺)모양의 고(高)자를 얹은 형상이었다. 이에 따라 교훈도 “학식은 사회의 등불, 양심은 민족의 소금”이었다. 나는 나이를 먹을수록 빛과 소금에 깊은 의미가 있음을 깨닫는다.1. 먼저 빛에 대해 생각해 본다. 예수님은 “너희도 너희 빛을 사람들에게 비추라”(마 5:16)고 ...
2020-07-15 09: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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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302> 객(客)과 빈(賓)
종가(宗家)에서는 종종 객과 빈을 달리 대접한다고 한다. 오래 전 경주 김씨 17대 종손(宗孫)인 친구에게 들은 이야기이다. 객이나 빈은 둘 다 종가를 찾아 온 손님이지만, 객은 과객(過客)의 용례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주인의 사전(事前) 초청을 받지 않고 지나가다 방문한 나그네 급 손님을 말한다.반면에 빈은 주인의 초청을 받고 온 손님을 말한다. 손님이 종가에 들어서면 종부(宗婦)는 객에게는 식혜를, 빈에게는 수정과(水正果)를 대접한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식혜는 손님을 맞는 순간 항아리에서 한 그릇 떠 내 오면 그...
2020-07-01 09:5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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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301> 홍문화 교수님의 미국 유학일기-3
1955년 9월 20일(화) 맑음. 잠을 이루지 못하고 전전반측(轉傳反側)하다가 새벽에 일어나 비행장으로 나오다. 간단히 요기를 하고 Box Lunch를 사 들고 TWA 를 타고 8시 30분 Chicago로 향발(向發). 도중에 Kansas에 착륙, 잠시 쉬고 다시 Chicago로 향발. 도중에 Swiss 출신이라는 아름다운 여자와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무료(無聊)함을 풀다. Chicago에서 저녁을 먹고 드디어 최종 목적지인 Lafayette로 향발. Chicago의 야경 조감(鳥瞰)은 이재장재(異哉壯哉, 이색적이고 웅장함, 필자 주)! Lafayette에 착륙하니 그야말로 한적한 가...
2020-06-17 17:5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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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300> 홍문화 교수님의 미국 유학일기-2
1955년 9월 18일(일) 맑음. 4시 반에 Wake Island에 도착. 태평양전쟁 시의 격전(激戰)을 머리에 그리면서 훈훈한 대기 속에 비를 맞으며 대합실까지 나오니, 이제야 미지(未知)의 세계로 들어오기 시작했다는 감이 절실하다. 1시간 후 다시 출발. 도중에 International Date Line 덕으로 또다시 9월 18일(일요일)의 세계를 날면서 오후 4시 30분 Honolulu 착. 표준시간이 자꾸 변경되는 탓인지 시간의 감각이 혼돈되려고 한다. 나의 바른 옆에는 Boston으로 간다는 광동인(廣東人) 부자(父子)가 타고, 왼쪽에는 대만 청년 2인이 미시...
2020-06-03 19: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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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299> 홍문화 교수님의 미국 유학일기-1
필자는 ‘대한민국 약학박사 1호 대하 홍문화(2020, 서울대 약학역사관)’란 이름의 평전(評傳)을 편찬하면서 홍 교수님의 막내 따님으로부터 손바닥 크기의 수첩 한 권을 기증 받았다. 홍 교수님(당시 만 39세)이 1955년 9월 17일 미국 퍼듀대학교로 유학을 가시면서 적은 메모였다.유학은 겸직하고 있던 중앙대의 주선 및 후원으로 성사된 것이었다. 수첩에는 여의도에서 출발하여 비행기를 다섯 번이나 갈아타며 퍼듀에 도착하는 과정이 생생하게 기록되어 있었다. 여러모로 감동적인 그 내용을 세 번에 나누어 소개하고자 한다.&nb...
2020-05-20 10: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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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298> 우울증 - 네 자신을 알려 들지 마라
아주 오래 전에 TV에서 본 이야기이다. 평생 우울증 환자를 치료해 온 어떤 명의(名醫)가 노년에 상처(喪妻)를 하고 우울증에 빠졌단다. 그는 자신이 우울증 환자에게 처방해 왔던 약을 먹으며 정신력으로 극복해 보려고 노력 하였다. 그러나 다 소용이 없었다. 결국 그는 “내가 잘 알지도 못하고 환자들을 치료해 왔구나” 깨달았다고 한다. 명의도 자기가 경험해 보지 않은 질병에 대해서는 이해가 부족할 수 밖에 없는 모양이다. 나도 십오여 년 전에 우울증으로 몇 해 동안 고생한 적이 있었다. 그 때 깨달은 것은 우울증은 정신력...
2020-05-06 14: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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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297> 故 홍문화 교수님의 격려사
지난 3월 말, 『대한민국 약학박사 1호, 대하 홍문화』란 책이 서울대 약학역사관에서 발간되었다. 이를 기념할 겸, 그리고 코로나 사태로 졸업식도 제대로 못하고 이번에 약학대학을 졸업한 후배들을 격려하고자, 1982년 홍문화 교수님 (당시 66세)이 서울대 약대의 교지 『약원』에 써 주신 글 (“약대를 졸업하는 후배에게”)을 소개한다. 시대를 초월한 고매한 가르침에 감동을 금할 수 없다.두려운 존재새 생명이 움트는 봄과 더불어 우리 약학계에 새로운 후배들이 많이 배출된 것을 충심으로 환영하며, 여러분들의 앞날에 무한...
2020-04-22 10: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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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296> 보릿고개
최근 아홉 살쯤 된 한 신동(神童)이 ‘보릿고개’란 옛 노래를 부르는 걸 들었다. 보릿고개를 알 리가 없는 아이가 어쩌면 그리 구성지게 잘 부르는지 감탄하였다. 이 노래에는 “아야 뛰지 마라 배 꺼질라, 주린 배 잡고 물 한 바가지 배 채우시던 그 세월을 어찌 사셨소, 초근목피(草根木皮)의 그 시절, 한 많은 보릿고개여~”란 노랫말이 나온다. 여기에서 보릿고개란 보리 수확 하기엔 아직 이른, 그래서 양식이 다 떨어져 먹고 살아 넘기 어려운 1950년대의 음력 4월 경을 말한다.내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 동네 사람들도 봄이면 초근...
2020-04-08 11: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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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295> 인생 네비
요즘 자동차를 운전하는 사람은 대부분 네비게이터(이하 네비)를 이용해 길을 찾는다. 네비에 중독이 된 나는 심지어 시내에서 우리 집으로 갈 때에도 습관적으로 네비를 켠다. 요즘 네비는 목적지에 이르는 가장 빠른 길(최단경로)과 가장 편한 길(추천경로)을 보여주며 선택하라고 할 정도로 발전하였다. 이처럼 우리는 네비가 왕도(王道)를 알려주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인생길을 안내해 주는 인생 네비까지는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 인공 지능을 연구하는 과학자 중에 인생 네비를 개발하려는 사람이 사람이 있...
2020-03-25 10:4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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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294> 화목자(和睦者)
어려워도 화목한 집이 있고 부유해도 싸우며 사는 집이 있다. 화목한 집엔 놀러 가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만 싸우는 집엔 불러도 가고 싶지 않다. 아마 복(福)도 화목한 집에만 들어가고 싶을 것이다. 요즘 코로나 19바이러스 때문에 온 나라가 난리이다. 3월 1일 주일 아침에는 유례없이 전국 대부분의 교회가 문을 닫았다. 다행히 내가 섬기는 온누리 교회는 CGN이라는 TV방송을 통해 주일 예배를 드릴 수 있었지만 그러지 못하는 교회의 교인들은 심적 고통이 매우 클 것이다. 최근 스마트바이오팜 대표인 심유란 박사가 페이스 북에...
2020-03-11 10: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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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293> 깜깜함
요즘 서울의 밤은 너무 밝다. 최근 LED등이 보급되면서 불야성(不夜城)이 될 정도로 밤이 밝아졌다. 주택가도 예외가 아니다. 한밤 중에도 별이 안 보이고 전등을 꺼도 방안이 보일 정도로 밖이 밝다. 빛이 너무 흔해졌다는 느낌이다.가끔 손주들에게 ‘내가 어렸을 때는 별이 쏟아질 정도로 밤이 깜깜했었단다’ 라는 이야기를 해 주고 싶다. 그러나 요즘 애들은 어른들이 “나 때는 말이야” 라고 말할라치면, “Latte is a horse요?” 라고 한단다. 이 유행어는 ‘나 때’를 Latte로, ‘말’을 horse(馬)로 바꾼 말로 ‘이제 옛날 이야기 좀 그...
2020-02-26 10: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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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292> 세월
어느덧 2019년이 지나고 2020년이 되었다. 세월이 정말 빠르다. 미래가 어느덧 오늘이 되고 오늘은 순식 간에 과거가 된다. 누군가 나이가 먹을수록 세월이 빨라진다고 했는데 정말 그런 느낌이다. 요즘엔 현재의 순간 순간들이 과거라는 진공 공간으로 맹렬하게 빨려 들어가는 것이 보인다. 마치 먼지가 진공청소기에 빨려 들러가는 모습이다. 세월이 흐르는 소리도 차창을 열어놓고 달릴 때 운전자 귀에 들리는 바람 소리처럼 요란하게 들린다.인생은 내려야 할 역이 어딘지도 모르는 기차 여행 같다는 생각을 해 본다. 기차표에 출...
2020-02-12 09: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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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291> 홍문화 교수님의 서울역 입성기
홍 교수님은 1955년 9월 17일 미국 퍼듀대학으로 유학을 떠나셨다가 1년만인 1956년 11월 16일 귀국하셨다. 당시 약업신문을 보면 서북항공(Northwest) 편으로 귀국하였다는 기사가 있으나 이는 명백한 오보이다. 당시 서울역으로 귀국 환영 차 나간 사람(학생)들이 한 두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홍 교수님은 귀국할 때에 경비 문제도 있었겠지만 여기 저기 구경을 하며 오실 요량으로 비행기 대신 약 3개월이 소요되는 화물선을 타고 오셨다. 그리고 몇 날 몇 시에 서울역에 도착한다고 사전에 전보를 치셨다. 그래서 학생들이 정시...
2020-01-29 09: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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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290> 역설(逆說)
1. 나는 현직 교수일 때 책을 여러 권 썼는데 그때마다 한 글자도 대학원생들의 도움을 받지 않았다. 처음 부임하였을 때인 1983년에는 나도 영어 책의 번역판을 낼 욕심으로 대학원생들에게 일정 분량씩 번역을 해오라고 시킨 적이 있었다.얼마 후 학생들이 가져온 번역을 보니 내 마음에 전혀 들지 않았다. 당시에는 컴퓨터가 없던 시절이라 학생들이 잘 못 써온 부분을 일일이 수정액으로 지우고 다시 써야 했는데, 그게 내가 처음부터 다시 번역하는 것보다 더 시간이 걸리고 번거로웠다. 이 일을 계기로 나는 어떠한 책을 쓸 경...
2020-01-15 10: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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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289> 송도(松都) 약학대학*
광복 직후인 1945년 10월에 재 개교한 경성약학전문학교(경성약전)는 1946년 9월에 3년제의 사립 서울약학대학으로 승격되고, 1948년부터는 4년제 학부과정을 개설하였으나 좌우 분열과 재단의 불안정 등으로 혼란을 겪고 있었다.
마침 개성(開城)의 유지들은 1949년 인삼 등으로 유서 깊은 개성에 새로운 약학대학을 세우기로 결정하였다. 당시 개성에는 개성중학 옆에 넓은 약초원과 유리 온실 등을 갖춘 경성제대 의학부 부속 생약연구소가 있었다. 그래서 경성약전을 개성으로 옮기자는 논의가 일제 강점기에도 있을 정도였다...
2020-01-01 09: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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