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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129> 잠과 음식 이야기
상추는 졸음 유발의 누명을 쓴 대표적 음식이다. 200여 년 전에 이미 상추를 둘러싼 논란이 있었다. 1800년 <승정원 일기>에는 사람들은 상추가 졸린다고 하는데 의서에는 잠이 잘 안 온다고 쓰여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당시 결론은 ‘알 수 없다’였다. 상추를 먹으면 졸린지 그렇지 않은지 불확실하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현대 과학자들이 밝혀낸 사실은 어떨까? 결론부터 말하면 상추는 졸음을 유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야생종이 아닌 재배종이기 때문이다.
야생의 상추는 졸음을 유발한다. 야생상추...
2023-03-30 09: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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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128> 제로칼로리 식품 정말 위험한가?
에리스리톨이 심장마비, 뇌졸중과 연관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지난 2월 27일 권위있는 학술지 <네이처 메디신>에 실린 논문이다. 관련 뉴스를 보고 ‘그럼 그렇지’ 제로칼로리 음료를 더는 마시지 말아야 하겠다며 다짐하는 글도 인터넷 커뮤니티에 여럿 올라왔다. 하지만 그런 결심을 하기 전에 몇 가지 살펴볼 점이 있다.
우선 <네이처 메디신>에 실린 논문의 제목 ‘인공감미료 에리스리톨’이란 표현에는 오해의 소지가 있다. 에리스리톨은 자연에 존재하는 당알코올이다. 과일, ...
2023-03-15 09:5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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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127> 디지털 헬스케어 시대
차를 운전해서 비탈길을 올라가고 있었다. 세계에서 가장 가파른 도로를 달려가는 느낌이었다. 평균 경사도 29.3%로(16.33°) 기네스 최고 기록을 가지고 있다는 뉴질랜드 두네딘의 볼드윈 스트리트보다 더 경사진 느낌이었다. 게다가 눈길이었다. 차가 가다가 설 때마다 불안했다. 하지만 의아했다. 왜 숨이 차지? 나는 운전석에서 핸들을 잡고 있을 뿐이고 힘을 쓰는 건 내가 아니라 자동차 엔진일 텐데 말이다. 이유는 간단했다. 꿈이었으니까. 그렇다. 나는 악몽을 꾸고 있었다.
나는 평소 꿈을 잘 기억하지 못한...
2023-02-22 09: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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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126> 건강기능식품 소비기한 이야기
기한이라고 다 같은 기한이 아니다. 원래부터 약에는 유통기한이 없다. 약에 표시된 기한은 사용기한이다. 사용기한이 지난 약은 판매도 할 수 없지만 사용해서도 안 된다. 유통기한의 시대는 지나갔다. 이제는 식품에도 유통기한이 아니라 소비기한이 표시된다. 그렇다면 건강기능식품은? 건강기능식품도 식품이다. 이제부터는 건강기능식품에도 소비기한이 표시된다.
소비기한이란 식품에 표시된 보관방법에 따라 보관할 경우 먹어도 안전에 이상이 없는 기한을 말한다. 유통기한은 80년대의 유산이다. 그때는 냉장 유통, 진...
2023-02-08 10:4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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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국] <125> 약에 관한 흔한 오류 정리
이 칼럼을 쓴 지 5년이 넘었다. 내가 쓴 글 덕분인지 알 길이 없지만(딱히 근거를 찾을 수 없다) 그래도 약에 대해 잘못 전해지던 이야기 몇 가지가 바로잡힌 것 같아 기분이 좋다. 하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자몽과 약에 대한 설명은 이제 조금 정리되어 간다. 2018년 10월 10일 포도와 약에는 그런 상호작용이 없다고 지적하는 글을 썼다. 아직도 가끔 그런 틀린 설명이 나오는 블로그가 눈에 띄지만 관련기사는 확실히 줄어들었다. 다만 아직도 잘못된 설명이 방송에 종종 나온다. 자몽주스를 마시고 두세 시간 띄어...
2023-01-26 09:41 |
[약사·약국] <124> 소염제와 해열제 어떻게 다른가
소염제와 해열제 중에 뭐가 나을까? 일상에서 이 둘을 용도에 따라 구분해서 써야 할 일은 거의 없다. 해열, 진통을 목적으로 사용할 때 약을 하루에 두 번 또는 세 번, 시간과 회수를 지켜가며 여러 날 꾸준히 복용하는 경우라면 차이가 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경우는 보통 병의원에 가서 의사에게 진통제를 처방받을 때다. 일상에서 가벼운 두통이나 근육통으로 진통제를 찾을 때는 소염제, 해열제 중 어느 것을 선택해도 무방하다.
대표적 진통제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해열진통제와 해열소염진통제다. 타이레놀(...
2023-01-12 11:21 |
[약사·약국] <123> 빈속에 먹는 약 이야기
왜 어떤 약은 빈속에 먹어야 할까? 이유는 약마다 다르다. 어떤 약은 다른 약이나 음식과 함께 먹으면 흡수가 덜 되기 때문에 빈속에 먹어야 한다. 갑상선 호르몬제, 골다공증 치료제가 대표적이다. 소장은 십이지장, 공장, 회장으로 이뤄져 있다. 대부분 약물은 소장이 시작되는 부분인 십이지장에서 흡수된다. 하지만 갑상선 호르몬제라고 부르는 레보티록신은 주로 공장(jejunum)에서 흡수된다. 위에서 레보티록신이 흡수되진 않지만 그렇다고 위에 아무 역할이 없는 것은 아니다. 위에 머무는 동안 위산과 접촉하면서 알약 속 약성...
2022-12-28 15:52 |
[약사·약국] <122> 치매신약 이야기
지난 9월 말 알츠하이머 병 치료제 레카네맙 3상 임상시험 결과가 발표되면서 개발사인 바이오젠 주가가 40% 이상 뛰었다. 18개월 동안 초기 치매환자 1,795명을 대상으로 한 무작위 임상시험에서 약을 투여한 쪽이 위약보다 인지기능 저하가 27%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신약의 효과에 대해 제약회사에서 내세우는 수치를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 상대위험감소(RRR)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플라시보 그룹보다 27% 감소라지만 실제로는 치매 증상을 평가하는 18점 척도에서(CDR-SB) 겨우 0.45점의 ...
2022-12-16 16:54 |
[약사·약국] <121> 약을 안전하게 쓰는 법
약으로 인해 사고가 날 때가 있다. 원인은 다양하다. 효과 없는 약을 잘못 사용하거나 약 부작용 때문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고 약을 과용하거나 반대로 너무 적은 양을 쓰거나 또는 약과 약의 상호작용 때문에 해를 입을 수도 있다. 의사, 약사, 간호사, 환자 모두 사람이니 실수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약과 관련된 실수는 치명적이다. 의료진이 실수하지 않도록 체계를 잘 만들고 운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최근에는 약을 안전하게 사용하기 위해 꼭 필요한 환자의 능동적 참여도 강조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환자참여를 중...
2022-11-24 22:44 |
[약사·약국] <120> 혈압 측정이 중요한 이유
겨울이 오고 있다. 건강을 위해 반드시 해야 할 일을 하나만 꼽으라면 집에서 혈압을 체크해보는 것이다. 가정용 혈압계가 아직 없는 사람이라면 다른 모든 비용을 절약해서라도 하나 구입하는 게 좋다. 나에게 고혈압이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혈압을 측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고혈압인지 모르고 지내다가 어느 날 갑자기 쓰러지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2008년 분당서울대병원 연구 결과 노인 고혈압 환자 33.9%는 자신이 고혈압인 줄 모르고 생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미국 연구 결과도 이와 비슷하여 성인 ...
2022-11-11 10:21 |
[약사·약국] <119> 왜 졸린가
약이 독하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실제로 독성이나 부작용이 강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보통 졸음을 유발하는 약을 독하다고 말한다. 그런데 왜 어떤 약은 먹어도 졸리지 않은데 어떤 약은 복용하고 나면 졸린 걸까? 약성분이 뇌로 들어가서 진정 작용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인체가 뇌로 모든 약을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다. 뇌는 혈관뇌장벽(Blood-brain barrier)라는 보호장치로 둘러싸여있다. 혈액 속에 약물 분자가 있다고 해도 뇌 속으로 전부 들어가지는 못한다. 혈관뇌장벽에 의해 투과성이 선택적으로 제한된다. 이런 식으로 ...
2022-10-27 20:15 |
[약사·약국] <118> 사람만 통풍에 걸리는 이유
사람은 왜 통풍에 취약한가? 요산을 대사하는 효소를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사람을 포함한 일부 영장류는 요산을 알란토인으로 대사하는 효소를 만들 수 없다. 유전자가 있기는 한데 기능을 잃어버린 위유전자(pseudogene)이다. 알란토인은 요산보다 소변에 10~100배 더 잘 녹는다. 요산을 알란토인으로 대사하는 효소(uricase)를 가지고 있는 다른 동물에게는 통풍이 생기지 않는다. 그렇다면 사람은 왜 이런 중요한 효소를 잃어버렸을까? 아직 정확한 답은 모른다.
일부에서는 영장류가 비타민C를 합성하는 능력을 상실하면서 이...
2022-10-13 09:28 |
[약사·약국] <117> 항산화제 이야기
세상에는 선악을 가르기 어려운 것들이 많다. 항산화제는 건강에 좋은가 나쁜가? 그때그때 다르다. 운동을 열심히 하고 난 뒤에 항산화제를 섭취하는 것은 운동 효과를 떨어뜨릴 수 있다.
운동을 하면 인체가 에너지를 소비하는 과정에서 활성산소종이 생겨난다. 산소가 쇠를 녹슬게 하듯 우리 몸의 노화를 촉진한다는 바로 그 산화물질이다. 그러니 운동을 하고 나서 비타민C, 비타민E 같은 항산화제를 섭취하면 몸에 활성산소종이 끼치는 영향을 줄여 건강에 더 유익할 것만 같다. 운동 뒤에 항산화제가 근육 통증을 줄이고...
2022-09-29 12:36 |
[약사·약국] <116> 운동해도 살빠지지 않는이유
수렵 채집인과 도시인의 하루 소비 칼로리는 얼마나 다른가? 별 차이가 없다. 아프리카 탄자니아 북부 초원 지대에서 평균적으로 하루 14km를 걷는 하드자족 남성과 산업화된 국가에 사는 성인 남성의 에너지 소비량은 동일하다. 체중이 같다면 아프리카 초원에서 매일 수렵과 채집을 하며 살든, 도심의 빌딩 숲에서 거의 대부분을 앉아서 생활하든 일일 소비 칼로리가 같다는 이야기다. 미국 듀크대학교의 인류학자 허먼 폰처가 10년에 걸쳐 여러 차례 하드자족 야영지에서 생활하면서 직접 연구한 결과이다.
폰처의 연구 결...
2022-09-14 16:22 |
[약사·약국] <115> 알츠하이머 논문조작 논란
과학철학자 칼 포퍼는 이렇게 말했다. “어떤 이론이 가능한 유일한 것으로 보인다면 그 이론이나 그 이론으로 풀려는 문제를 잘 모른다는 신호로 여겨야 한다.” 알츠하이머 연구에 딱 맞는 말이다. 그동안 아밀로이드 베타 플라크가 치매의 원인이라는 가설은 치매 연구에 가장 큰 주목을 받았다.
1906년 독일의 정신과의사이며 신경해부학자인 알로이스 알츠하이머가 기억 상실, 인지장애와 치매 증상을 겪은 사망자를 부검하여 뇌에서 단백질 덩어리를 발견했다. 전체 치매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
2022-08-25 21:5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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