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약사·약국] <140> 식재료 페어링의 원칙
음식에는 어울리는 짝이 있고 어울리지 않는 짝이 있다. 과학자들의 추산에 따르면 가능한 식재료 조합은 1,000조 개 이상이다. 하지만 우리가 실제 사용하는 레시피는 수백만 개에 불과하다. 게다가 그들 중 상당수가 중복이다. 요리를 할 때 아무 원칙 없이 임의로 식재료를 조합하지는 않는다는 이야기다.제일 흔하게 식재료를 페어링하는 방법 하나는 제철에 나는 로컬 식재료를 함께 쓰는 것이다. 동일한 토양에서 비슷한 시기 수확한 농산물을 함께 쓴다니 듣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진다. 하지만 좀처럼 지키기 어려운 원칙이기도...
2023-09-21 13:52 |
![]() |
[약사·약국] <139> 다이어트 신약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이 정도로 논란이 뜨거운 약이 있었나 싶다. 오젬픽, 위고비 이야기다. 체중 감량을 가능하게 해주는 이들 신약에 대한 뉴욕타임즈 기사에 일주일 동안 댓글이 무려 1,700개 달렸다. 오젬픽을 사용하면서 음식 소음이 사라졌다는 사람이 많다는 기사에도 댓글이 1,400개 달렸다.배가 고프지 않은데도 툭하면 음식 생각이 나는 걸 음식 소음Food noise이라고 부른다. 식욕 조절이 잘 되지 않아 고민해본 사람이라면 긴 설명 필요 없이 직관적으로 이해가능한 말이다.기사에 댓글이 이렇게 많이 달리는 데는 이유가 있다. 약으로 살을 뺀...
2023-08-30 11:34 |
![]() |
[약사·약국] <138> 폭염과 약 이야기
여름이면 기후 변화가 몸으로 느껴진다. 세계 곳곳에서 폭염, 가뭄, 산불, 폭우와 같은 기상 이변으로 인한 피해 소식이 이어진다. 온열질환자도 매년 증가 추세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올해 5월 20일부터 8월 2일까지 확인된 온열질환자는 1,385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 대비 29.0% 증가했다. 8월은 특히 주의가 필요한 달이다. 월별로 보면 무더위가 절정에 달하는 8월에 가장 많은 온열질환자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2020년 8월에는 월평균의 3.5배에 달하는 3,841명이 온열질환으로 병의원을 찾았다. 더위가 왜 건강 문제를 일...
2023-08-17 07:38 |
![]() |
[약사·약국] <137> 발효식품 팩트체크
무슨 말을 해도 다 받아주던 시절이 있었다. “서양 사람의 혓바닥에는 전혀 발달돼있지 않은 맛난 맛 – 곧 발효미 지각미역이 우리 한국사람에게 가장 발달돼있다”는 이야기가 그렇다. 과거 큰 인기를 끌었던 조선일보 이규태 칼럼 1987년 8월 7일자에 나오는 글이다. 서양 음식에는 발효식품이 거의 없다시피 한데 한국인의 밥반찬은 대부분 발효식품이므로 한국인의 발효미 감지능력이 세계 최고라는 주장이 1985년부터 1997년까지 다섯 번 이상 반복됐다.근거 없는 주장이다. 학계 추산에 따르면 세계인이 소비하는 음식의 1/3은 발...
2023-07-26 10:19 |
![]() |
[약사·약국] <136> 팜므파탈과 약 이야기
아름다운 여성의 미모에 눈이 먼 고위직 남성이 기밀을 누설한다. 스릴러 영화에 흔하게 등장하는 장면이다. 일부 과학자는 이렇게 남성이 미녀에게 빠지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고 설명한다. 매력적인 자손을 남기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단 이야기다.물론 모두가 이런 주장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아름다움에 끌리는 것은 생존이나 번식과 관계없는 독립적 현상이라는 반론이다. 이런 논쟁을 생각하면 항생제 미노사이클린이 떠오른다. 2013년 일본 연구 결과 이 약을 복용 중에는 미모 때문에 판단이 흐려지는 경향을 줄일 수 있는 것...
2023-07-13 10:14 |
![]() |
[약사·약국] <135> 비건 아이스크림 이야기
호기심에 비건 아이스크림 두 가지를 맛봤다. 초콜릿 푸딩 아이스크림은 입에서 부드럽고 촉촉하면서도 끈적하게 녹아내렸다. 예전에 야자경화유를 넣어 만든 아이스크림에 비하면 정말 많이 바뀌었다. 야자경화유를 넣은 아이스크림은 유크림으로 만든 것과 향도 다르지만 혀에 닿을 때 녹지 않고 미끈거리는 느낌이 강해서 차이를 알아내기 쉽다. 하지만 내가 맛본 비건 초콜릿 푸딩 아이스크림은 눈감고 비교 시식한다면 유크림을 넣은 보통 아이스크림과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풍미와 식감이 비슷했다. 잔탄검, 구아검, 카라기난...
2023-06-28 09:31 |
![]() |
[약사·약국] <134> 우유대체품에 대한 고민
미래에는 알약으로 식사를 대신할 수 있을까? 가능하다. 하지만 불필요한 일이다. 칼로리를 계산해보면 쉽게 답이 나온다. 성인이 하루에 섭취해야 하는 열량을 2000kcal라고 가정한다면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중 열량 밀도가 제일 높은 지방으로 환산해도 222g이 필요하다. 지방으로 1그램 알약을 만들어도 하루 200알 넘게 먹어야 한단 얘기다. 식사대용식의 주류가 알약이 아닌 음료가 되는 이유이다. 하루에 알약 200알을 삼킨다는 건 생각만 해도 고역이지만 동일 열량을 음료로 섭취하는 건 어렵지 않다.전에는 그런 대용식의 ...
2023-06-23 02:51 |
![]() |
[약사·약국] <133> 약은 다 똑같지 않다
겉모양으로 약을 판단하지 말자. 25년 전 어느 날 내가 입에 거품을 물고서 몸으로 배운 교훈이다. 약국에서 발포정을 씹어 삼켰던 것이다. 변명하자면, 향긋한 과일향의 납작한 알약은 새내기 약사였던 내 눈에는 츄어블 비타민제처럼 보였다. 미리 물에 녹여서 마시는 대신 알약을 씹어 삼키고 물을 마시면 마찬가지일 듯했다. 어리석은 생각이었다. 발포정 속 탄산수소나트륨은 위산과 만나 쉴 새 없이 이산화탄소 기체를 만들어냈고, 꿉꿉한 거품이 식도를 타고 올라와 입 속을 채웠다. 약국에 누가 오기라도 할까 걱정하며 물을 ...
2023-05-31 08:46 |
![]() |
[약사·약국] <132> 효소가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
요리는 본래 불로 익히는 행위를 말한다. 가열 과정에서 꼬인 단백질은 풀리고 변성되고 전분은 물을 흡수하여 부풀어 오른다. 이렇게 되면 소화효소가 접근하기 쉬워지므로 소화가 더 쉬워진다. 결국 어떤 식재료를 요리한다는 건 소화라는 업무의 일부를 불에게 외주로 맡기는 것과 같다. 마찬가지로 발효는 미생물에게 소화 과정의 일부를 외주로 맡기는 것이다.잘 발효시킨 음식을 먹고 속이 편안하다고 느끼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미 미생물에 의해 일부 소화가 일어난 뒤이기 때문이다. 미생물을 이용한 발효가 불로 가열하...
2023-05-17 09:32 |
![]() |
[약사·약국] <131> 썩지 않는 햄버거의 진실
썩지 않는 햄버거는 거의 매년 화제가 된다. 2012년 JTBC <미각스캔들> 방송에서 다룬 적이 있다. 2019년에는 아이슬란드 남부의 한 숙박시설에서 10년 전에 사서 보관한 햄버거와 감자튀김이 상하지 않았다는 뉴스가 국내 여러 방송에 소개됐다.과거에 일부 전문가는 보존료를 넣어서 안 상하는 게 아닌가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햄버거가 이렇게 오랫동안 상하지 않는 것은 수분 제거로 인한 현상일 뿐이다. 보존료 없이도 수분을 충분히 제거하면 식품을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다.생명체는 성장을 위해...
2023-04-26 09:19 |
![]() |
[약사·약국] <130> SNS와 건강
유튜브 쇼츠와 같은 짧은 동영상이 계속 인기다. 보고 있으면 허무하지만 한편으로는 시간 때우기에 이보다 좋은 게 없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정보의 질은 떨어지는 동영상이 많다. 60초 이내 짧은 동영상 소셜 미디어의 원조격인 틱톡에서 인기몰이 중인 것톡이 그렇다. 것톡(guttok)이란 장(gut) 건강에 대한 틱톡(tiktok) 동영상을 말한다. #guttok으로 장 건강에 대해 이야기하는 짧은 동영상 조회수가 무려 8억8천만 뷰가 넘는다.것톡 동영상은 대체로 복통, 가스, 변비, 설사 같은 과민성 대장 증후군 증상을 ...
2023-04-12 09:33 |
![]() |
[약사·약국] <129> 잠과 음식 이야기
상추는 졸음 유발의 누명을 쓴 대표적 음식이다. 200여 년 전에 이미 상추를 둘러싼 논란이 있었다. 1800년 <승정원 일기>에는 사람들은 상추가 졸린다고 하는데 의서에는 잠이 잘 안 온다고 쓰여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당시 결론은 ‘알 수 없다’였다. 상추를 먹으면 졸린지 그렇지 않은지 불확실하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현대 과학자들이 밝혀낸 사실은 어떨까? 결론부터 말하면 상추는 졸음을 유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야생종이 아닌 재배종이기 때문이다.
야생의 상추는 졸음을 유발한다. 야생상추...
2023-03-30 09:12 |
![]() |
[약사·약국] <128> 제로칼로리 식품 정말 위험한가?
에리스리톨이 심장마비, 뇌졸중과 연관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지난 2월 27일 권위있는 학술지 <네이처 메디신>에 실린 논문이다. 관련 뉴스를 보고 ‘그럼 그렇지’ 제로칼로리 음료를 더는 마시지 말아야 하겠다며 다짐하는 글도 인터넷 커뮤니티에 여럿 올라왔다. 하지만 그런 결심을 하기 전에 몇 가지 살펴볼 점이 있다.
우선 <네이처 메디신>에 실린 논문의 제목 ‘인공감미료 에리스리톨’이란 표현에는 오해의 소지가 있다. 에리스리톨은 자연에 존재하는 당알코올이다. 과일, ...
2023-03-15 09:50 |
![]() |
[약사·약국] <127> 디지털 헬스케어 시대
차를 운전해서 비탈길을 올라가고 있었다. 세계에서 가장 가파른 도로를 달려가는 느낌이었다. 평균 경사도 29.3%로(16.33°) 기네스 최고 기록을 가지고 있다는 뉴질랜드 두네딘의 볼드윈 스트리트보다 더 경사진 느낌이었다. 게다가 눈길이었다. 차가 가다가 설 때마다 불안했다. 하지만 의아했다. 왜 숨이 차지? 나는 운전석에서 핸들을 잡고 있을 뿐이고 힘을 쓰는 건 내가 아니라 자동차 엔진일 텐데 말이다. 이유는 간단했다. 꿈이었으니까. 그렇다. 나는 악몽을 꾸고 있었다.
나는 평소 꿈을 잘 기억하지 못한...
2023-02-22 09:24 |
![]() |
[약사·약국] <126> 건강기능식품 소비기한 이야기
기한이라고 다 같은 기한이 아니다. 원래부터 약에는 유통기한이 없다. 약에 표시된 기한은 사용기한이다. 사용기한이 지난 약은 판매도 할 수 없지만 사용해서도 안 된다. 유통기한의 시대는 지나갔다. 이제는 식품에도 유통기한이 아니라 소비기한이 표시된다. 그렇다면 건강기능식품은? 건강기능식품도 식품이다. 이제부터는 건강기능식품에도 소비기한이 표시된다.
소비기한이란 식품에 표시된 보관방법에 따라 보관할 경우 먹어도 안전에 이상이 없는 기한을 말한다. 유통기한은 80년대의 유산이다. 그때는 냉장 유통, 진...
2023-02-08 10:45 |
인기기사 | 더보기 + |
1 | 화장품기업 2024년 3분기 총차입금의존도 17.26% …전년比 0.05%p↓ |
2 | GLP-1의 양면성…체중 감량부터 인지장애 감소...관절염·소화기 위험은↑ |
3 | 제약바이오 3분기 총차입금의존도...전년比 코스피 감소, 코스닥은 증가 |
4 | "임상 강국 향한 도전, 한국판 '분산형 임상시험'이 온다" |
5 | 에이비엘바이오 이상훈 대표 "사노피 빅딜 뛰어넘는 L/O 임박" |
6 | 치료제 열풍에 관심 커지는 ‘비만법’, 미국도 비만치료제 급여 적용 검토 |
7 | 삼성바이오에피스 김경아 대표 "역대 최대 실적 이어갈 것"…매출 1조5377억원 달성 |
8 | '트럼프 관세' 속도조절에 화장품업계 '일시적' 안도 |
9 | 미국 '틱톡 금지' 유예...급한 불 껐지만 이용자 혼란 |
10 | 젠바디, 브라질 공공기관과 에이즈/매독 동시 진단키트 공급 계약 |
인터뷰 | 더보기 + |
PEOPLE | 더보기 + |
컬쳐/클래시그널 | 더보기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