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약국] <20> 감기약 바로 알기
연중 이맘때면 가장 관심이 가는 약은 역시 감기약이다. 감기는 약 먹으면 일주일, 안 먹으면 7일이라는 말처럼 감기약은 증상을 완화시킬 뿐 원인을 치료하거나 앓는 기간을 단축하지 못한다. 감기 바이러스를 치료할 수 있는 약은 없다.
200종이 넘는 원인 바이러스를 상대하는 약을 만들기도 어렵지만 거금을 들여 약을 개발한다고 해도 시장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낮다. 비싼 신약에 지갑을 열 소비자 수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요즘은 감기 초기에 잡으라는 약 광고도 많다. 그런 광고는 누가 나와서 말하든 과대광고다. ...
2018-10-24 09:40 |
[약사·약국] <19> 혼동치 말아야 할 포도와 자몽 이야기
약에 대한 잘못된 정보 중에서도 유독 잘 사라지지 않고 계속 돌고 도는 이야기가 포도와 음식의 상호작용이다. 포도 또는 포도주스와 약을 함께 먹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불량 지식이 왜 대한민국에서 계속 회자되는 것일까? 번역 오류 때문이다.
자몽은 포르투갈에서 일본을 통해 들어온 것으로 생각되는 단어이다. 국립국어원 국어순화용어자료집(1997)에서는 자몽을 일본어투 생활 용어로 간주하여 그레이프푸르트로 사용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7음절에 영어단어 그대로와 다를 ...
2018-10-10 09:40 |
[약사·약국] <18> 코 세척 제대로 하는 법
코를 세척하는 사람 수가 부쩍 늘고 있다. 연예인들이 코 세척기를 사용하는 장면이 TV에 여러 차례 방송된 덕분이다. 한쪽에서 얻은 인지도와 권위가 전혀 무관한 다른 분야로 확산하는 현상이 바람직하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자신에게 친숙한 것을 선호하는 인간 본연의 심리를 탓하기만 할 수도 없다. 약사 입장에서야 이런 대중적 유행을 기회로 삼아 코를 제대로 세척하는 방법에 대해 조금이라도 더 설명하는 게 더 건설적이다.
먼저 코 세척이 정말 효과가 있는지부터 살펴보자. 대답은 ‘그렇다’이다. 여름엔 더워서 고생이...
2018-09-19 09:40 |
[약사·약국] <17> 술 마신 뒤 타이레놀 정말 안될까
술 마신 뒤 타이레놀은 절대 안 된다는 말은 사실일까? 당연히 그렇다고 믿어왔다면 글을 끝까지 읽어보자. 먼저 정답부터 공개하면 사실이 아니다. 술 마신 뒤 타이레놀을 먹어도 될 때가 있고, 약 복용을 피해야 할 때가 있다.
술을 얼마나 마시느냐, 마신 뒤 어느 시점에 약을 복용하느냐, 술을 얼마나 자주 마시느냐, 타이레놀을 얼마나 자주 복용하느냐에 따라 답이 달라진다. (아세트아미노펜이라는 성분명보다 타이레놀이란 상품명에 익숙한 분들을 위해 글에서 상품명을 쓰기로 한다.)
이야기는 복잡하다. 타이레놀은 ...
2018-09-05 09:40 |
[약사·약국] <16> 알고보면 할 말이 많은 제산제 이야기
제산제는 알고 보면 가장 오래된 약이다. 6000년 전에 이미 수메르인이 우유, 페퍼민트잎, 탄산염을 소화제로 썼다는 기록이 있다. 이들 중 탄산염, 즉 탄산수소나트륨(베이킹 소다)이 바로 제산제 성분이다. 예나 지금이나 위산 과다로 인한 소화불량 증상을 겪는 사람은 많았나보다.
나트륨 과잉 섭취에 민감한 요즘에 와서는 베이킹 소다를 제산제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이 줄어들었지만 북미에는 아직도 소화불량에 베이킹 소다를 사용하는 집이 꽤 있다. 하지만 베이킹 소다를 제산제 대용으로 사용하는 게 좋다고만은 할 수 ...
2018-08-22 09:40 |
[약사·약국] <15> 혈압약 불순물 사태 뒤돌아보기
지난 7월 초 떠들썩했던 뉴스의 헤드라인을 다시 보자. 중국 원료의약품 제조사인 제지앙 화하이에서 공급한 발사르탄 혈압약 성분에 불순물이 검출되어 유럽의약품청(EMA)이 검토 중이다. 일부 국가에서는 이 성분이 함유된 혈압약을 리콜중이다. 유럽의약품청이 내놓은 보도 자료의 첫머리에 발암물질이란 말은 없다. 식약처에서 낸 보도자료 제목도 비슷하다. “식약처, 불순물 함유 우려 고혈압 치료제 잠정 판매 중지”대중의 관심을 사로잡아야 하는 매체들의 관점에서 불순물이라는 단어는 수위가 약하다. 최대한 충격적인 표현을...
2018-08-08 09:29 |
[약사·약국] <14> 냄새나는 약 메트포르민 이야기
냄새 때문에 입에 넣기 힘들었던 알약을 떠올려보자. 우선 생각나는 건 비타민이다. 종합비타민제나 비타민B 컴플렉스에는 티아민, 즉 비타민B1이 들어있는데, 화학 구조상 황이 들어있어서 특유의 불쾌한 냄새가 난다.
하지만 냄새에 관한 한 티아민보다 더 악명 높은 약은 2형 당뇨병 환자의 치료에 흔히 사용되는 메트포르민(metformin)이다. 이 약이 악취가 심해 많은 환자들이 복용을 주저하거나 중단하는 경우가 있다.
2010년 2월 의사와 약사가 공동으로 참여한 연구 보고가 내과 전문저널인 ‘Annals of Internal Medic...
2018-07-18 09:40 |
[약사·약국] <13> 알약 쉽게 삼키는 법
기본 중의 기본이지만, 약 먹을 때 제대로 삼키는 방법을 아는 사람은 의외로 적다. 알약을 삼키기란 알고 보면 만만치 않은 일이다. 뭔가를 삼킨다는 건 목과 입의 근육 25쌍이 협조적으로 움직여줘야만 가능한 복잡한 동작이다. 게다가 알약은 씹지도 않고 그대로 삼켜야 하니 심리적 부담이 더 크다.
2013년 유럽임상약리학지에 실린 연구 결과에 따르면, 유럽 성인의 37.4%가 알약과 캡슐을 삼키기 어려워하며, 전체 응답자 중 9.4%가 이로 인해 약을 제대로 복용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도 상황은 비슷하여, ...
2018-07-04 09:40 |
[약사·약국] <12> 새로운 감기 치료 물질
지난 5월 중순 ‘역사상 첫 감기치료제가 나올지도 모른다’, ‘감기 완치 기술이 나왔다’는 놀라운 소식이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신약에 대한 많은 뉴스가 그렇듯, 과장된 감이 없지 않았다. 관련 연구결과를 실은 논문이 네이처 화학이라는 학술지에 발표되긴 했지만 아직 신약이라기보다는 기초연구 단계의 신물질에 대한 내용이었다. 하지만 기존의 감기약과는 다른 식으로 작용하는 물질의 발견이란 면에서 주목할 만했다.
감기는 약 먹으면 일주일, 안 먹으면 7일 간다는 말처럼 현존하는 감기약은 모두 증상을 완...
2018-06-20 09:40 |
[약사·약국] <11> 새로운 편두통 약 이야기
지난 5월 17일에 미국 FDA에서 편두통 치료가 아니라 예방에 효과가 있는 예방약, 에레누맙을 최초로 승인했다. 편두통이 사회적 비용이 워낙 큰 질환이고 이제껏 미국에서 편두통 예방 용도로 승인된 약이 없었기에 세계적으로 큰 뉴스였다.
편두통 유병률은 국내 성인 인구의 6%, 세계적으로는 이보다 높은 12-14%으로 환자 수가 많은데다가 사회적 비용이 큰 질환이다. 통증 자체도 긴장성 두통보다 훨씬 더 심하고 메스꺼움, 구토, 현기증 등의 증상이 함께 나타난다. 업무와 일상 활동을 제대로 이어나가기 어렵다.
이로 ...
2018-06-06 09:40 |
[약사·약국] <10> 공부 잘하는 약 논쟁
운동선수가 도핑테스트를 하듯 수험생도 시험을 치르기 전 약물 검사를 받아야 할 시대가 올 것인가? 농담 같지만 곧 현실이 될지도 모른다.
2008년 1월 과학저널 네이처에서 전세계 60개국 1,400명의 독자들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한 결과, 5명 중 1명 꼴로 질환 치료가 아니라 집중력과 기억력 향상을 목적으로 메틸페니데이트, 모나피닐, 베타차단제와 같은 약물을 복용해본 것으로 나타났다.
메틸페니데이트와 같은 중추신경흥분제에 대한 논란은 일단 뒤로 하고 최근 몇 년 사이 화제가 된 모다피닐에 대해 이야기해...
2018-05-23 09:40 |
[약사·약국] <9> 이대로 좋은가
지하철을 타고 가다가 옆 사람 휴대폰 화면이 살짝 눈에 들어온다. 녹색창에 약 이름을 검색 중인가보다. 인터넷으로 약에 대한 정보를 찾는 사람 수는 최소 백만 명 이상이다.
네이버 한 군데에서만도 타이레놀정 조회수가 106만 뷰, 소론도정 94만 뷰, 페니라민정이 84만 뷰에 이른다. 상위권에 든 약들은 일주일에 조회수가 5천-1만씩 늘어난다. 하지만 과연 소비자들이 원하는 정보를 찾을 수 있을까 의문스럽다.
국내 최대 포털사이트에서 찾아볼 수 있는 약에 대한 정보는 어려운 의약학 용어로 가득한 전문가 버전뿐이...
2018-05-09 09:40 |
[약사·약국] <8> 약사용과 시간
때에 맞는 말이 아름다운 것처럼, 약 사용도 시간이 중요하다. 특정 항암제를 아침에 주는 것과 저녁에 주는 것에 어떤 차이가 있는가 알아보려고, 진행성 난소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5년 동안 생존율을 비교 연구했다.
한쪽은 아침 6시에 A 항암제(독소루비신)를 투여하고 저녁 6시에 B(시스플라틴) 항암제를, 다른 쪽은 순서를 바꾸어서 B를 아침에, A를 저녁에 투여했다. 같은 약을 동일 용량으로 투여하면서 시간대별로 순서만 바꾸어 준 것이다.
그런데 아침에 A, 저녁에 B를 투여한 사람들은 5년 뒤 44%가 생존했지만, 순...
2018-04-25 09:40 |
[약사·약국] <7> 역발상의 당뇨약
아껴야 잘 산다고 뭐든 버리려고 내놓으면 다시 들고 오는 사람이 있다. 우리 몸이 딱 그렇다. 인체는 당을 아주 소중히 여긴다. 신장에서 걸러서 소변에 버려지는 포도당을 남김없이 100% 재흡수한다. 이렇게 하여 버리지 않고 다시 거둬들이는 포도당이 하루에 180그램이다.
칼로리로 치면 밥 두 공기 반에 해당하는 양이다. 칼로리 과잉을 걱정하는 현대인에게는 버리고 싶은 유혹이 생길만한 분량이지만, 식량이 부족하던 과거의 관점에서 생각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인체가 매일 이만큼의 포도당을 소변으로 버리고 다녔다...
2018-04-11 09:40 |
[약사·약국] <6> 타이레놀서방정 퇴출의 진실
얼마 전 유럽에서 아세트아미노펜(상품명:타이레놀) 서방정의 판매가 중지됐다는 소식이 들렸다. 대한민국 식약처는 3월 13일자로 안전성 서한을 배포했고, 미디어에 관련 뉴스가 쏟아졌다.
대부분의 기사는 정확한 사실을 보도했지만, 팩트에 기자의 상상력을 더한 일부 기사는 대중의 오해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그중에서도 편의점 타이레놀은 안전하다, 서방정은 오용 위험성이 크다는 식의 기사는 명백한 오보였다.
우선 사실만 짚어보자. 유럽집행위원회(EC)가 아세트아미노펜 함유 서방형 제제의 유익성-위해성 검...
2018-03-28 09: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