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환 여덟 번째 시집 '모둠꽃밭 가꾸는' 출간
'순교자적인 우리말 지킴이'라는 문단의 평
프로시인보다 더 프로다운 약사시인 운사(耘史) 김두환 선생이 최근 그의 여덟번째 시집 '모둠꽃밭 가꾸는'을 출간했다.
김 시인은 이번시집의 책 머리에 다음과 같이 썼다.
"덩두렷하여 빛저운 한송이 나고자
여태껏 벌겋게 끙끙 비릇기만 하다가
겨우 못다한 귀심만 탱탱한
봉숭아 외로이 끔벅이는가"
도대체 무슨말인지 언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한마디로 어렵다. 김시인의 시작 대부분이 이런 스타일이다. 사전 없이는 해석이 곤란하다. 국어사전을 찿아 나름대로 번역(?)을 해 보았다.
덩두렷하여(아주 분명하여), 빛저운(빛좋은), 비릇기만하다가(산점을 느껴 아이낳는 동작을 일으키다가) 귀심만(진심으로 사모해 붙좇음) 등의 순수한 우리말이 알듯말듯한 시어로 다시 태어난다.
이런 김 시인을 두고 임 보 시인은 '우리의 모국어를 가장 사랑하는 이'라 칭하고 "김 시인은 사라져가는 우리의 고유어에 남다른 애착을 갖고 이를 작품 속에 꾸준히 부활시키는 작업을 치열하게 전개해왔다"며 '순교자적인 우리말 지킴이'라고 평했다.
金 시인은 20년전 그의 첫 번째 시집을 냈다. 시인이 된 것은 그 이전이다. 약대졸업 직후 某일간지 문화부 기자로 활동한 적이 있는 그는 약국을 지키는 틈틈이 습작을 계속했고 서정주 박재삼씨 등의 추천을 거쳐 문학전문지 ‘문학세계’를 통해 정식으로 문단에 등단했다.
金 시인은 그의 작품 전반에 걸쳐 토속적인 시어와 전통적인 이미지 구현을 통해 문단의 주목을 받는 등 시인으로서의 탄탄한 기반을 구축했다는 평이다.
요즘 그의 작품세계는 예전과는 좀 다르다. 훨씬 호흡이 길어지고 한마디로 더욱 어려워졌다는 주변의 평가이다. 김 시인은 개의치 않는다고 했다. 시에는 철학과 메시지가 담겨져야 한다며 단지 쉽고 편함이 전부가 될 수 없다는 소신을 강조했다.
20년 세월동안 다작을 거듭해온 김시인 이지만 이번 8집을 마무리하고는 정말 밤새워 펑펑 울고 싶은 심정이었다고 고백했다. 그만큼 긴장과 열정을 다하고 그만큼 모진 산고를 겪었다는 의미일게다. "정말 심혈을 기울였지. 정말이야. 몇 번이고 보고 또 보고 고치고 또 고치고…."
이러한 김두환의 시에 대한 바깥의 평은 한결같다.
"삶 속에 길어 올린 우리말이 승화된 소리꾼", "웅숭거리는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잘 보여주는 시인" 등 '순 우리말을 깊게 파고드는 맛'이 깊다는 평가다.
전공이나 직업과도 거리가 멀거니와 젊은 시절부터 서울살이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토착어에 능한 남다른 비결이 있다. 꾸준함과 경지를 가늠하기 어려운 치열함이 바로 그것. 그는 국어사전을 달고 산다. 달달 외운다는 표현이 맞을것이다.
국어사전을 펼쳐서 'ㄱ'이든 'ㄴ'이든 정해서 죽 읽다보면 어느새 머리에 메모링이 된다고 했다. 이런과정에서 토착어들이 하나 둘 쌓여 시상이 떠올랐을 때 바로바로 인용이 되고 시작품으로 재탄생이 된다고 했다.
김두환 시인은 연전에 "우리말을 공부하고자 하는 후학들에게 토속어 사전을 만들어주고 싶다"고 포부를 밝힌 적이 있는데 토착어에 대한 절절한 애착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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