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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영의 뮤지컬 오버뷰 (Musical Over:view)
편집부
입력 2021-11-01 15:09 수정 최종수정 2021-11-23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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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제공 : 신시컴퍼니>
성장하는 모든 것은 아름답다. 그리고 그 과정을 오롯이 지켜보는 일 또한 행운이 아닐 수 없다. 태어나 사는 동안 우리는 쉼 없이 성장하지만, 독립된 개체로서 주체성을 찾아가는 과정보다 중요한 경험이란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소중하다. 그런데 지금, 아주 귀한 기회가 가까이에 와있다. 환한 조명 아래 홀로 선 어린 배우가 힘껏 무대 바닥을 구르며 날갯짓을 시작할 때 문득 차오른 눈물은 자연스레 과거와 미래를 연결할 구심점이 된다. 한 소년이 가난과 편견 등 여러 어려움과 맞선 끝에 결국 꿈을 이루는 과정을 통해 다시금 삶의 의미를 돌아보게 만든 작품,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이야기다.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가 올해로 세 번째 시즌을 맞이했다. 서울 대성 디큐브 아트센터에서 상연되고 있는 이번 시즌 공연은 지난 8월 31일에 개막해 오는 2022년 2월 2일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빌리 엘리어트’는 수많은 영화 애호가들로부터 최고라 손꼽힐 만큼 수작이었던 동명 원작 영화로 높은 인지도를 자랑해 왔다. 물론 뮤지컬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원작 못지않게 깊은 감동을 선사한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에도 관객들이 작품을 특별히 여길 만한 요소가 가득하다. 뚜렷한 드라마와 희망찬 메시지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아역배우가 주역이 되어 작품 전반을 이끈다는 사실은 타 뮤지컬과 비교했을 때 더욱 확실하게 두드러진 차별점이다. 

                                                                                     <사진제공 : 신시컴퍼니>
이번 3대 빌리(김시훈·이우진·전강혁·주현준) 역시 전 시즌 빌리들과 마찬가지로 치열한 경쟁을 뚫고 선발된 인재들인데, 직접 무대를 보고 나면 아직 어린 배우들이 이처럼 완벽한 무대를 만들기 위해 과연 얼마나 많은 연습을 했을지 짐작조차 할 수 없을 만큼 놀라게 된다. 빌리마다 강점이 워낙 달라서 자연히 각양각색의 빌리를 만나볼 수 있는 재미도 따른다. 이렇게 소중한 빌리들을 필두로 총 58인의 배우가 합심해 이번 ‘빌리 엘리어트’ 무대를 책임진다.
 
2005년 영국에서 초연된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는 원작 영화감독이었던 스테판 달드리가 연출을 맡고, 작품의 배경이 된 영국 북동부 지역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온 리 홀이 극본을 썼다. 그래서인지 뮤지컬 속에는 신자유주의 정책 아래 혼란했던 당시 상황이 생생하게 담겼다. 파업을 제압하려던 경찰에 맞서 피켓을 들고 공권력에 저항하는 노동자 계급의 처절한 투쟁은 관객들에게 강렬한 메시지를 남긴다. 여기에 세계적인 팝 가수 엘튼 존도 힘을 보탰다. 일찍이 천재적인 음악성으로 늘 주목받아온 엘튼 존은 영화 ‘빌리 엘리어트’를 보며 그와 꼭 닮은 자신의 유년기를 떠올렸다고 한다. 뮤지컬 제작에 먼저 의견을 보탠 것도 그였다. 

칸 영화제에서 스테판 달드리 감독을 만난 엘튼 존은 ‘빌리 엘리어트’의 뮤지컬 제작을 제안했고, 적극적인 설득 끝에 이를 성사시킬 수 있었다. 강렬하면서도 신선한 넘버들로 영화를 뮤지컬화 하는데 제 역할을 다한 그는 이 작품 외에도 뮤지컬 ‘라이온 킹’과 ‘아이다’의 작곡 역시 맡은 바 있다. 이렇게 탄생한 뮤지컬은 올리비에 상 5개 부문, 토니어워즈 10개 부문 수상 등 굵직한 수상 이력을 남기며 작품이 가진 힘을 입증했다.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는 1980년대 중반 영국을 배경으로 발레리노를 꿈꾸게 된 한 탄광촌 소년의 성장기를 그린다. 삶의 기반을 잃을까 두려웠던 더럼 카운티 광부들은 ‘철의 여인’ 대처 정부를 향해 끝이 보이지 않는 투쟁을 선언하고 매일같이 불안정한 생활을 이어간다. 주인공 빌리 엘리어트의 일상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파업에 열성적으로 참여하던 아버지와 형, 치매에 걸린 할머니와 넉넉지 못한 가정에서 살던 그가 갑자기 발레에 흥미를 보이게 됐다는 사실은 숨겨야만 했던 비밀이 됐다. 좀처럼 흥미를 느끼지 못한 권투 대신 빌리의 마음을 사로잡은 발레는 우연이었지만 마치 운명처럼 다가왔다. 

                                                                                     <사진제공 : 신시컴퍼니>
일찌감치 빌리가 가진 재능을 알아본 윌킨슨 부인이 몰래 개인 레슨을 하면서 그를 왕립 발레 학교에 진학시키려 하나, 이 사실을 안 아버지와 형의 극렬한 반대에 부딪혀 입학시험조차 보지 못하는 상황이 된다. 어느덧 성탄절이 다가오고, 성과 없이 이어진 파업 또한 그대로인 가운데 빌리는 아무도 없는 회관에서 끝내 다가가지 못한 꿈을 떠올리며 격정적으로 춤을 춘다. 그런데 이 모습을 빌리의 아버지가 보게 되면서 상황은 반전된다. 비록 당면한 현실은 크게 변하지 않았지만, 이후 가족들이 빌리가 계속 발레를 할 수 있도록 지지하고 돕는 과정을 보며 관객들은 따뜻한 시선으로 모두를 응원하게 된다.              
 
여러 인상적인 장면들 가운데 하늘로 힘차게 날아오르던 빌리의 모습은 묵직한 탄성을 자아낸다. 작품에서는 발레뿐만 아니라 탭과 힙합, 아크로바틱, 재즈 등 다양한 장르의 안무를 볼 수 있는데, 그중에서도 ‘백조의 호수’가 울려 퍼지면서 어린 빌리가 성인이 된 빌리와 함께 춤추는 대목(‘Dream Ballet’)은 시작과 동시에 힘찬 박수가 터질 만큼 감동적이다. 벅찬 현실을 뒤로한 채 춤 하나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때 비로소 자유를 찾는 느낌이라던 ‘Electricity’는 아이의 마음에 완전히 공감하게 만든다. 또 경찰과 노동자들이 서로 대치하는 가운데 평화로운 발레 수업이 진행되는 ‘Solidarity’ 무대도 강렬한 이미지로 남는다. 어색하게 휘청이던 빌리가 어느새 중심을 잡고 제법 괜찮은 프롬나드를 선보이다 넘버가 끝날 무렵 멋진 피루엣으로 마무리 짓는 장면이 정점을 찍는다. 이렇게 각기 다른 상황을 절묘하게 대비하며 빛과 그림자로 고이 엮어낸 종합예술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아 뭉클한 감상을 이끈다.
 
날로 성장하는 빌리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점 역시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가 주는 선물이다. 시간이 흐르고 회차가 거듭될수록 빌리들은 어느새 한층 더 무르익은 무대를 선보인다. 간절한 꿈을 찾아 날개를 활짝 펼친 배우들의 놀라운 가능성을 직접 느껴보고 싶다면 이번 기회에 꼭 ‘빌리 엘리어트’와 함께 해보길 추천한다. 

<필자소개>
 최윤영씨는 인천국제공항 아나운서와 경인방송 라디오 리포터 등 방송 활동과 더불어 문화예술공연 전문 진행자로 다양한 무대에 선바 있다. 현재는 미디어 스피치 커뮤니케이션 교육을 담당하고 있으며 고려대학교 언론대학원 졸업 후 공연 칼럼니스트로서 칼럼을 기고해왔고, 네이버 오디오클립 ‘최윤영의 Musical Pre:view’ 채널을 운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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