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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드리엘 김의 모멘텀 클래식

브람스는 멜로디를 잘 못쓴다?

편집부

기사입력 2021-06-24 09:39     최종수정 2021-06-24 09:48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브람스의 멜로디에 대한 이해

작곡가 슈만의 아내 클라라를 흠모했던 브람스의 이야기를 현대판으로 녹여내었다는 드라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작년 방영되었을때 제목이 눈길을 끌었다. 사강의 연애소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가 직관적으로 떠올랐지만, 그보다도 질문 자체가 개인적으로 와닿았기 때문이다. 비엔나 유학 시절 브람스 교향곡 1번 1악장을 공부하며 '무엇이 좋은 멜로디인가'라는 담론속에 헤맸던 기억. 브람스가 작곡한 멜로디들이 종종 직관적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귀에 착 감기는 멜로디가 아니었다는 얘기.

사실 '음고의 변화를 통한 연속적인 흐름'과 같은 멜로디에 대한 이론적 정의를 몰라도 사람들이 인식하는 멜로디는 상당히 직관적이다. 귓가에 맴도는 가락을 비롯해서 따라부르는 악구들이 대부분 멜로디 아닌가. 놀랍게도 독일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작곡가 브람스가 멜로디에 있어 재능이 뛰어나지 않다는 일각의 평은 사실이다. 대학시절 음악이론 교수님께서 했던 충격적인 말. "브람스가 총애했던 작곡가 드보르작이 브람스 보다는 멜로디 훨씬 잘 쓴다". 실제로 드보르작의 음악은 대부분 귀에 착 감기는 맛깔스러운 멜로디가 압권이다.  

브람스▲ 브람스

19세기 동시대를 살았던 두 작곡가 브람스와 차이코프스키의 일화속에서 엿볼 수 있는 멜로디에 관한 담론. 둘은 독일과 러시아를 대표하는 작곡가로서 서로의 명성을 익히 들어 잘 알고 있었다. 1887년 겨울, 독일 라이프찌히에서 브로츠키라는 저명한 바이올리니스트의 초대로 둘은 처음 대면한다. 평소에 브람스를 일컬어 '재능 없는 자식'이라고 평가절하했던 차이코프스키는 브람스를 직접 만나고 나서 그에게서 인간적인 매력은 느꼈지만 "나는 과거에도 그랬고 여전히 그의 음악을 흠모하지는 않는다"라고 했다. 게다가 이러한 의견까지 내놓았다. "러시안적인 관점에서 브람스는 멜로디를 창조하는 능력이 떨어진다. 그의 음악적 아이디어는 핵심에서 벗어나 있으며 실제적인 멜로디를 듣기 힘들었다." 그의 말대로라면 브람스의 멜로디는 멜로디답지 못하다는 말 아닌가. 

여기서 차이코프스키가 간과한 점은 멜로디에 대한 접근방식의 차이다. 예를 들어 러시아의 음악은 대체적으로 감성 충만한 사운드를 지녔으며 명징한 멜로디가 돋보인다. 반면 바흐를 필두로 독일의 고전미를 계승한 브람스의 음악속에는 짜임새 있는 구성과 논리라는 틀이 존재한다. 그 틀안에 견고한 대위법 및 화성과 얽힌 멜로디는 그 모습이 명징할때도,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 멜로디의 전체적인 형(形)이 불분명할 때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브람스가 흠모했던 클라라 또한 그녀의 일기속에 교향곡 1번에 대해 "선율에 대한 열정이 없다"고 쓴 기록이 있다. 

사실 신고전주의자로 불리우는 브람스의 아카데믹하고 논리적인 음악적 접근은 그 이전 세대의 베토벤과도 맞닿아있다. 베토벤은 '모티브(짧은 음악적 동기)'라는 개념을 극대화 시킨 인물이다. 그 유명한 베토벤 5번 '운명' 교향곡의 모티브 '따따따 다'를 멜로디로 간주하기엔 짧다. 하지만 이 작품은 '네 음'의 모티브를 기반으로 설계하여 쌓아 올린 완벽한 음악적 구조를 자랑한다. 세계적인 지휘자 번스타인이 한 TV 인터뷰에서 베토벤을 훌륭한 멜로디스트라고 보기 힘들다고 강조했다. "베토벤의 음악어법은 모티브에서 멜로디를 생성해내는 것이다". 결국 베토벤이 탁월한 건 음악적 '구성'이라는 덧붙임과 함께. 

차이코프스키가 브람스의 음악에 대해 "지나치게 콘트롤 되어있다", "음악을 어렵게 쓴다"라고 했던 말은 이 '구성'이라는 지점과 맞물려있다. 브람스는 단순한 '멜로디' 중심의 음악이 아니라 논리적인 음악어법으로 멜로디 뿐 아니라 구조적 짜임새와 질서까지 꾀했던 것이다. 번스타인의 저서 '음악론'에 보면 "사람들이 바흐의 푸가를 싫어하는 이유는 멜로디가 충분히 들어있지 않기 때문이다"라는 내용이 있는데 일맥상통한다. 브람스의 음악이 처음엔 직관직이지 않을 때가 있지만 곱씹을수록 브람스 특유의 서정성이 밀도 높은 조형미와 조화를 이루며 미적 쾌감을 준다는 중론은 내적 논리가 탁월한 음악이라는 방증이다. 브람스는 자주 들을수록 점점 깊이가 느껴진다는 말은 역시 일리가 있다.

차이코프스키가 브람스의 음악을 지금처럼 쉽게 유튜브나 음원을 통해 자주 접할 수 있었다면  그 또한 브람스의 음악에 매료되지 않았을까?

브람스 교향곡 4번은 브람스 자신이 최고의 작품이라고 자평했던 곡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1악장을 추천하고 싶다. 1 주제는 음이 3도씩 하향하는 모티브 구조다. '시-솔','미-도','라-파#','레#-시'... 역시 브람스는  자칫 식상할 수 있는 이 음들의 배열을 하행,상행식으로 짜임새있는 구조로 도치시키며 멜로디스럽게 빚어낸다. 보통 1악장의 서정적인 1주제가 멜랑콜리를 자아낸다고 하는데 하향하는 모티브 구조가 일조한다. 이와 대조적인 트럼펫의 기운찬 팡파레 모티브는 브람스 특유의 양면적인 구성을 보여주는데 멋진 균형미를 선사한다.


<필자소개> 
아드리엘 김은 오스트리아 빈 국립음대에서 지휘와 바이올린을 전공, 졸업(석사)했으며 도이치 방송 교향악단 부지휘자와 디토 오케스트라 수석지휘자를 역임한바 있다, 현재는 지휘자, 작곡가, 문화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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