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닥터리의 워싱턴 약국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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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약사가 남아돕니다

이덕근 CVS Pharmacy, Chief pharmacist

기사입력 2010-02-12 10:40     최종수정 2010-02-12 10:42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 이덕근 박사
파멜라는 26세의 어여쁜 아가씨다.  여드름이 아직도 얼굴에 남아 있을 정도로 애 띤 얼굴인데 그 여드름 때문에 나에게서 이약, 저약 받아가고 있었다.  파멜라는 조지아주 애틀란타 출신으로 대학을 졸업하고 워싱턴 디시의 직장에 취직되어 이 곳으로 이사온 지 2년 정도 되었다는데 경제가 갑자기 안 좋아지면서 다니던 직장에서 쫓겨나 실업수당으로 근근히 살고 있다. 당연히 보험도 끊겨 약을 한 번 타러 왔는데 황당한 가격에 놀라 그냥 쓸쓸히 돌아간 적이 있다. 본인 부담액으로 10달러 내던 미노사이클린 특수제제 Solodyn을 750달러를 내고 가져갈 순 없었으니까.

약사도 이런 경제 상황에서 예외는 아닌가 보다. 어느 날 생판 모르는 한국 분한테서 전화가 왔다. 자기는 버지니아에서 작년에 약대를 졸업하고 버지니아 약사 자격증을 취득했는데 취직이 안 된다는 거다. 그래서 어떻게 알게된 내 번호로 전화를 걸어 취직 가능성을  문의해 온 거다.

버지니아 면허로는 메릴랜드에서 일할 수 없다. 당연한 사실을 잘 알고 있을텐데 얼마나 답답하면 나한 테까지 전화를 했을까? 우선 메릴랜드 면허를 취득한 후 연락을 다시하자고 했다. 뭐, 면허 따는 게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다.  법규시험만 따로 보면 된다. 각 주마다 약사법이 달라 면허를 따려면 법규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미국이 연방국가임을 실감하는 한 예가 되겠다.
한국에서 명문대 생물학과를 나와 미국에 유학와 석사를 취득하고 미국에 비교적 쉽게 안착하려고 전공을 바꿔 고생하면서 약대를 졸업했는데 Job이 없다니 정말 황당할 따름이다.

버지니아의 애난데일이란 동네는 코리안 타운이라 불릴 정도로 한국인들이 많이 다닌다. 길 양쪽으로 한국 비지니스 간판들이 줄지어 있다. 미주 한국일보 워싱턴 건물을 비롯하여 음식점 예촌, 중국집 중미반점, 우리은행, 신라제과, 파리제과, 낙원떡집, 설악가든, 알라딘 서점까지 고국의 한 거리를 그대로 옮겨 놓은 듯 하다. 물론 미국 비지니스 건물들도 그 사이사이 많이 있다.

그 중에 Safeway라는 슈퍼가 있는데 슈퍼안에 있는 약국  약사중 한 분이 한국 분이었다.  그 분 얘기로는 자기는 시카고에 살다 이 곳으로 이주하였는데 의외로 Job잡기가 정말로 힘들었다 한다. 무려 석 달 이상을 고생하다가 겨우  한국 사람이라는 이유로  이 번에  취직이 되었다는데. 다행이었던 게 애난데일에는 한국 고객이 많으므로  회사가 한국인 약사를 특별히 선호했단다.

약사가 남아돈다. 은퇴를 하려던 약사들이 은퇴를 재고하고 있고 이미 은퇴한 약사들도 복귀를  희망하고 있다. 왜냐하면 좋은 시절에는 은퇴할 때쯤이면 그 동안 모아 둔 퇴직연금(401K)이 빵빵해져서 노후를 여유 있게 즐길 수 있었는데 지난번 리만브러더스 은행 파산 이후로 퇴직 연금의 펀드가 반토막이 난 사람이 수두룩하다 한다. 그러니 그냥 다니는 수 밖에…

또, 소위 장농면허를 가진 주부들, 화려한 직업을 가진 남편의 수입이 경제 상황으로 인해 줄어드니 일제히 현업으로 뛰쳐나왔다.  노인들, 아줌마들이 다 복귀하니 약국이 약사로 흘러 넘치고 있다. 그러니 신규들이 취직하기 힘들다.

더구나 외국 약사들이 미국 면허 따기는 이제 당분간은 하늘의 별 따기가  되 버린 듯 하다.  국내약사들도 취직이 안 되는 판에 영어도 서투른 외국약사에게 자리를 주겠는가? 준비하고 있는 분들에게는 아쉽게도 기다림이 마냥 길어질 것만 같다.

그렇다고 약국의 매출이 줄은 건 아니다. 오히려 많이 늘었다. 그리고 앞으로 약국의 미래도 밝다. 오바마의 의료 개혁이 성공하면 약국의 매출은 늘어날 수 밖에 없다. 그러므로 약사는 계속 유망한 직업 중의 하나다. 하지만 전체 경제가 안 좋으니 지금과 같은 상황이 벌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격세지감이다. 항상 부족할 것만 같던 약사가 지금은 흘러넘쳐 취직을 걱정하고 생계를 걱정하던 시대가 되었으니… 2년 전만 해도 signing bonus를 3만 달러 받고 취직했다 하던데… 세상일이란 정말 살면 살 수록 모르는 일 투성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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