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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의약품을 오프라벨로 사용하면 안전할까?

신재규 교수

기사입력 2016-03-16 11:22     최종수정 2016-03-16 11:28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의약품을 허가받은 내용대로 사용하지 않는 것을 오프라벨 (off label) 사용이라고 부른다.  예를 들어, 베타차단제인 메토프로롤 (metoprolol)은 고혈압과 심부전 치료제로 허가를 받았지만, 맥박을 낮출 수 있기 때문에 부정맥의 일종인 심방세동 (atrial fibrillation)의 치료에도 쓰인다. 

 

이렇게 메토프로롤을 심방세동의 치료에 사용하게 되면 이는 허가를 받은 적응증에 사용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오프라벨 사용이 된다.  적응증 외에도 허가범위를 벗어난 용량이나 투여경로를 사용한다든지, 또는 허가받지 않은 환자군에 사용하는 것 등도 오프라벨의 사용에 포함된다.  그래서, 오프라벨 사용을 의약품 허가외 사용이라고도 부른다.

미국에서는 라벨 (영어로는 레이블이라고 읽는다)을 의약품의 일부로 보기 때문에 의약품의 라벨에 들어가는 내용, 예를 들면, 적응증, 용량, 투여경로, 투여기간, 환자군 등은 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래서, 라벨에 쓰여진 대로 사용하는 것을 온라벨 (on label) 사용이라고 하고, 라벨에 쓰여진 대로 사용하지 않은 것, 즉, 허가받은 내용대로 사용하지 않은 것을 오프라벨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의약품을 허가받은 대로만 사용하는 것이 이상적이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그 이유는 현재의 허가과정으로는 라벨이 허가받은 의약품이 쓰이는 모든 방법을 반영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의 허가과정에 따르면 의약품 허가를 받아 판매를 원하는 자 (주로 제약회사)가 허가에 필요한 자료를 만들어 규제 당국 (예, FDA, 식약처)에 제출해야 한다. 

그러면, 규제 당국은 이를 바탕으로 법에 따라 심사하여 허가한다.  그런데, 허가받은 의약품에 대한 새로운 연구나 환자사례보고에 의해 허가내용에 없는 방법으로도 의약품이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이 보고되면 이를 라벨에 반영하기 위해서는 제약회사가 다시 허가에 필요한 자료를 만들어 제출해야 한다. 

그런데, 이런 새로운 사항에 대해 제약회사가 허가신청을 하면 허가를 받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만약 새로운 방법으로 허가받은 의약품을 사용하는 것이 환자 치료에 획기적인 것이라면 임상에서는 그것이 허가내용에 반영되기 전에 사용될 것이다 (오프라벨 사용). 

또, 새로운 연구가 허가받은 의약품의 판권을 가진 제약회사에 의해 수행되지 않았거나, 새로운 허가 사항을 추가한 뒤 얻을 수 있는 이익이 크지 않으면 제약회사는 허가신청을 하지 않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특허가 풀린 의약품의 경우에는 의약품을 독점적으로 팔 수 없기 때문에 제약회사가 새로이 허가신청을 할 이유가 별로 없다. 

하지만, 임상에서는 새로운 연구나 환자보고사례가 있다면 허가내용외로 의약품을 사용할 수 있고 이는 법에 어긋난 의약품의 사용이 아니기 때문에 오프라벨 사용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렇듯 허가 내용만이 의약품의 임상 사용 범위를 정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많은 의약품이 오프라벨로 사용되고 있다.  미국의 한 연구에 의하면 전체 처방의 약 20%가 오프라벨이라고 한다.  그런데, 의약품을 오프라벨로 사용하는 것은 허가사항대로 사용하는 것에 비해 안전할까?  2016년 1월의 JAMA Internal Medicine에서 이에 관한 연구 결과가 발표되어 소개한다.

캐나다 퀘벡 지방의 전자 건강 기록부 (electronic health record)를 이용하여 수행된 이 시험은 2005년 1월부터 2009년12월까지 46,000여명의 성인 환자들에게 발행된 150,000여개의 처방전을 적응증에 따라 온라벨과 오프라벨로 구분하여 환자들에게 발생한 부작용의 발생률을 추적, 비교하였다.  오프라벨 사용군은 다시 적어도 1개 이상의 무작위 임상시험 결과가 있는 등의 강력한 증거 (strong evidence)가 있는 적응증과 그렇지 않은 것으로 나누었다.

전체 처방전 중 약 12%가 오프라벨 적응증으로 발행되었고 이 중 약 20%만 강력한 증거를 가진 적응증이었다 (이 연구가 이전 연구보다 오프라벨 처방률이 낮은 이유는 적응증에 대해서만 조사하였기 때문이다). 

의약품 계열 중 오프라벨 사용이 많은 두 가지는 중추신경계에 작용하는 의약품과 심순환기계 의약품으로 각각 전체 오프라벨 사용의 25%와 23%를 차지했다. 환자들에 대해 살펴보면 평균 나이는 약 58세였으며 여성이 60%를 차지했다. 또, 42%의 환자들은 5개 이상의 의약품을 처방받았다.

전제적으로 부작용 발생률은 10,000 person-months 당 13.2 명으로, 이것의 의미는 예를 들어 1000명을 10달간을 추적할 때 13.2명에게 부작용이 발생하였다는 것을 말한다. 부작용 발생률은 온라벨 사용의 경우 12.5명인 반면, 오프라벨 사용은 19.7명으로 더 높았다.  그런데, 오프라벨 사용 중 강력한 증거가 있는 적응증에서의 발생률은 13.2명으로 온라벨 사용 중 부작용 발생률과 크게 다르지 않았으나, 강력한 증거가 없는 적응증에서는 21.7명으로 부작용 발생률이 훨씬 더 높았다. 

환자들의 나이, 성별, 동반질환 등을 고려한 다변수 회귀분석에서도 온라벨 사용에 비해 오프라벨 사용은 부작용 발생위험이 통계적으로 의미있게 44% 더 높았고, 강력한 증거가 없는 적응증을 위한 오프라벨 사용도 54% 더 높았다.  하지만, 강력한 증거가 있는 적응증을 위한 오프라벨 사용은 온라벨에 비해 부작용 발생 위험이 통계적으로 의미있게 다르지 않았다.

부작용의 위험이 가장 높은 의약품군은 감염증 치료제로 10,000 person-months 당 66.2명이었다.  1981년이후에 허가된 의약품들이 그 이전에 허가된 것들보다, 여성이 남성보다, 그리고 사용하는 의약품의 갯수가 증가할수록 부작용의 위험이 더 높았다.  부작용으로는 위장관, 신경, 호흡기, 근골격계에 나타나는 것들이 가장 흔했다.

이 연구는 의약품을 허가 사항에 따라 사용할 때보다 오프라벨로 사용할 때 부작용의 위험이 더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런데, 오프라벨로 사용할 때 적어도 1개의 무작위 임상 시험 결과가 뒷받침되어 있으면 허가 사항에 따라 사용하는 것과 부작용 발생률이 다르지 않은 반면, 무작위 임상 시험 결과없이 의약품을 사용하는 경우 부작용 발생률이 55%나 증가한다는 결과는 오프라벨로 의약품을 사용하고자 할 때 무작위 임상 시험 결과가 있는 적응증에 사용하는 것이 의약품을 보다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뿐만 아니라, 비교적 신약을 사용할 때, 여성에게 사용할 때, 여러 개의 의약품을 사용할 때 부작용의 위험이 높으므로 더 주의해서 사용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오프라벨으로 의약품을 사용할 때 부작용의 위험이 더 높은 이유는 온라벨 사용이 엄격한 임상시험에 의해 의약품의 사용방법이 정해지는 것에 비해 오프라벨 사용은 그런 과정이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부작용의 위험이 높은 데에도 많은 사람들이 오프라벨 사용에 대해 오해를 하고 있는 것 같다.  예를 들어, 한 미용회사는 오프라벨 사용의 배경으로 임상시험은 평균적인 효과와 부작용만을 보여주기 때문에 환자 개개인에 대해 더 잘 아는 의사의 재량에 의해 의약품을 처방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얼마나 많은 처방이 오프라벨 사용인지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적절한 오프라벨 처방이 대다수겠지만 안전성이 우려되는 오프라벨 처방도 꽤 있는 것 같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병원에서 이루어지는 많은 경구용 또는 주사용 비만약 처방 또는 다이어트 처방들은 효과와 안전성이 제대로 검증이 되지 않은 오프라벨 사용이다. 

효과적이고 안전한 오프라벨 사용을 유도하기 위한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먼저, 퀘벡 지방의 전자 건강 기록부와 같이 의사가 새로운 의약품을 처방하거나 쓰던 의약품을 중단할 때마다 그 적응증과 중단 이유를 전자 건강 기록부나 전자 처방전에 기록하게 하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하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모든 의약품 처방이 전산화되어 있고 국가의료보험에 의해 지불되는 경우 이런 전자 건강 기록부를 도입하는 것이 어렵지 않을 것이다. 

또, 암 치료이나 소아 치료 등 오프라벨 사용을 피할 수 없는 경우를 제외하고 허가받은 치료제가 있는 질환에 대해서 다른 약을 오프라벨로 사용할 때 임상증거 수준에 따라 보험적용에 차등을 둔다든지 처방자가 환자에게 오프라벨 처방이라는 것을 미리 알려주고 동의를 받도록 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겠다.

◆ 필자소개 / 신재규교수 프로필

-서울대약대 대학원 졸

-University of Florida Doctor of Pharmacy

-University of Miami Jackson Memorial Hospital  Pharmacy Practice Residency
-University of Florida Cardiovascular PharmacogenomicsFellowship-
-현 University of California San Francisco 임상약학과 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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