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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6> 연방 공화국

이덕근 CVS Pharmacy, Chief pharmacist

기사입력 2014-12-17 09:40     최종수정 2016-03-16 15:17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이덕근 CVS Pharmacy, Chief pharmacist▲ 이덕근 CVS Pharmacy, Chief pharmacist

예전에 한국엔 야간 통행금지가 있었다. 밤 12시가 되면 모든 가게가 문을 닫고 거리는 깜깜해져 사람들은 새벽 4시까지 그야말로 통행이 금지되었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충청북도만 통행금지가 없어서 충남이나 경기도 등 충북 근처 도시에서는 12시가 가까이 오면 충북으로 건너가 술자리를 계속하는 취객들도 많았다고 한다. 충청북도만 통행금지가 없었던 이유는 충북도청에서 그리 정한게 아니라 충북에 바다가 면하여 있지 않으므로 간첩의 침입이 용이하지 않다고 판단해 중앙정부에서 봐 준거였다.

한국과 달리 미국은 50개의 주가 모인 연방공화국이다. 외교와 국방을 제외하고 각 주는 자신 고유의 법에 의해 사법, 행정, 입법이 운영되고 있다. 그래서 각 주에 따라 같은 사안이 다르게 처리되는 일도 많이 발생하고 있다. 2002년에 내가 사는 이곳 워싱턴 근교에서 스나이퍼 사건이 있었다. 두 명의 스나이퍼가 낡은 차량을 개조해 트렁크에 숨어 엎드려 지나가는 행인들을 아무 이유 없이 저격한 사건이었다.

남쪽 앨라배마주에서 시작된 저격은 버지니아, 워싱턴을 거쳐 메릴랜드까지 올라와 무려 16명을 죽이고 9명을 부상시켰다. 마지막 총격은 바로 내가 자주 가던 주유소였기에 스나이퍼들이 잡히고도 난 그 주유소를 다신 가지 않았다. 범인들은 사건이 일어난 지역의 주에서 각각 별도의 재판을 받았는데 메릴랜드에서는 종신형이 선고 되었고 버지니아에서는 주범은 사형, 종범은 무기징역이 선고되었다. 만일 그가 메릴랜드에서만 범행을 저질렀으면 그는 운좋게도 사형을 면했을 것이다. 사형은 2009년에 집행되었다.

미스터 밀러가 그의 아들 제이슨의 주의산만증 ADHD(Attention 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 약물인 Adderall(Amphetamine salts) 처방전을 들고 왔다. 하지만 처방전은 4개월 전에 발행된 것으로 이미 expire가 됐다. 내가 처방전이 expire 됐다하니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물어온다. 의사가 외국 휴가중이라 다시 받아올 수도 없다고 한다. 그러면 아직 발행한 지 6개월은 안 지났으니 버지니아의 약국에 가 보시라 했다. 버지니아는 Adderall 같은 마약성향정신성 약물 처방전의 유효기간이 메릴랜드보다 긴 6개월이기 때문이다. 워싱턴 DC는 더 엄격해 유효기간이 1개월뿐이다.

메릴랜드에서는 미성년자도 처방약을 픽업할 수 있으나 다른 주는 18세 이상 이어야만 한다. 향정신성약을 픽업할 때 메릴랜드는 환자나 픽업하는 사람의 Photo ID를 제시하여야 하지만 DC는 이런 절차가 없다. 이렇듯 약사법도 주마다 다르다. 우리 지역은 메릴랜드지만 버지니아, DC경계지역이라 각 사안마다 사람들은 유리한 지역으로 넘나든다.

한동안은 버지니아의 판매세가 메릴랜드보다 1% 낮았기 때문에 우리 가족은 쇼핑도 버지니아에서 했다. 실제로 차량개스비 등을 감안하면 이익 되는 부분이 매우 낮은 데도 불구하고 기왕이면하고 버지니아로 넘어갔다. 플로리다와 텍사스 등은 주 소득세가 없으므로 그걸 보고 그 쪽으로 이주하는 사람들도 꽤 있다. 메릴랜드는 슈퍼에서 술을 안팔고 별도의 가게(liquor store)에만 허가를 내주었기 때문에 버지니아에 비해 술 값이 비싸다. 주마다 이렇게 법이 다른 것은 역사적으로 각 주의 생성과정 등이 다르기 때문이다. 모든 법은 각 주민의 의사를 물어 제정되고 있으며 그것을 담당할 주법무장관도 주민들의 투표에 의해서 뽑는다. 그래서 각 주들은 그 주의 역사, 문화, 환경 등과 주민들의 성향에 따라 각기 다른 법을 가지게 되었다.

나는 메릴랜드 약사 자격증만 가지고 있다. 그래서 메릴랜드주외 다른 주에서는 일할 수 없다. 만일을 대비해 버지니아나 워싱턴DC 등 인접주의 자격증을 따볼까 했으나 귀찮아서 아직 시도하지 않고 있다. 그럴려면 해당 주의 약사법시험을 통과해야 되고 시험 수수료와 별도로 합격하면 매년 일정한 금액의 면허료를 지불해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졸업하는 약대생들은 최소 3개 주의 면허를 동시에 취득하고 있다. 그만큼 Job Market이 좋지 않기 때문에 취업 지역을 넓혀 보려는 노력이다. 미 연방 공화국의 작은 주 메릴랜드에 이민 온 나는 이 작은 나라(?)를 떠나고 쉽지 않다. 그저 가끔 밥먹고 쇼핑하러 옆나라 버지니아에 다녀오는 즐거움만 있으면 만사형통일 뿐이다.


*본 칼럼 ' 워싱턴 약국일기' 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름은 HIPAA Rule에 의해 가명으로 처리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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