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병을 만드는 사람들
한 정신 의학자의 정신병 산업에 대한 경고

저자는 다른 의료 분야들과 달리 정신 의학에는 아직 정신 장애를 정확하게 집어낼 수 있는 생물학적 검사 기법이나 정신 장애의 원인과 그 치료법이 과학적으로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에 진단 과잉이 특히 문제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말한다. 뇌 과학과 신경 생리학 등에서 꾸준한 발전을 보이고 있지만 아직은 정신장애와 관련해서는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외부적으로 나타나는 증상들에만 의존, 몇 가지 조건만 충족하면 질병으로 진단하고 있는 탓에 현대 정신 의학이 체크리스트 의학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에는 가까운 이와 사별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겪기 마련인 애도까지 중증 우울증에 포함되도록, 나이가 들면 자연스레 찾아오는 건망증과 아이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발작적 짜증 등을 새로운 정신 장애로서 정신 의학계가 규정함으로써, 정신 장애가 우리의 평범한 삶까지 잠식하고 일상에 더 단단히 뿌리내리게끔 만들었다.
저자는 인간 정신의 다양성을 무시하고 모든 차이를 약으로 간편하게 치료해야 마땅한 화학적 불균형으로 둔갑시키는 야심 찬 정신 의학계와 제약 회사의마케팅 술책에 굴하지 않고 우리들 대부분은 충분히 정상임을, 단지 질병은 평균에서 먼 극단에만 숨어 있을 뿐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일상의 질병화로부터 나를 지켜 낼 수 있는 실제적인 지침들을 알려 주고, 부주의한 진단과 부적절한 처방, 그릇된 유행병에 희생자가 된 사람들과, 제대로 된 진단을 통해 질병을 치료한 사람들의 사례를 들려주며 다시 한번 정신 의학에서의 진단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저자는 다른 의료 분야와 마찬가지로 과잉 진단과 과잉 검사, 과잉 치료의 소동을 일으키며 상업적인 이해에 장악당해 본연의 임무에서 너무 멀리 나아가 버린정신 의학을 비판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현재 사용되고 있는 정신 장애 진단과치료를 완전히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분명 진정한 정신 장애는 신속한 진단과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부정확한 진단은 사람을 죽이지만 정확한 진단은 사람을 살린다. 저자는 정신 의학 전체를 다시 다듬고 구조를 재편하고 방향을 재설정함으로써 과잉 진단의 거품을 잠재우고 원래의 안전하고 정상적인 정신 의학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희망적으로 말한다.
먼저 정신 의학계는 진단의 기준을 변경하거나 새로운 정신 장애를 진단명으로 포함시키는 일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자그마한 변경도 크나큰 영향을 미칠수 있음을 명심하고 실제 의료 현장에서의 현장 시험과 동료 의사들의 철저한 검토를 거쳐야 한다. 그리고 정신과를 찾는 사람들은 당시에 유행하고 있는 정신장애를 특히 경계하고 믿을 수 있는 정신과 의사와 협력하는 등 현명한 소비자가 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정신과 의사들은 의학에서 맨 처음이자 맨 마지막으로 지켜야 할 격언인 “일단 해를 끼치지 마라.”는 히포크라테스의 말을 언제나 떠올려 섣불리 진단을 내리거나 약물 치료를 진행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저자는 부실하게 수행된 정신 의학은 위험한 돌팔이 짓이지만 그럼에도 제대로 수행된 정신 의학은 여전히 유용하고 만족스러운 기예라고 말한다. 정신 질환의 원인을 아직까지는 정확히 알지 못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삶의 무수한 문제들을 죄다 정신 질환으로 몰아세우기보다 인간 정신의 다양성을 살펴 개개인의 필요에 맞게 신중하게 진단하고 적절하게 치료할 것을 조언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