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도준 동화약품 회장 에세이집《푸른 눈썹 같은 봉우리, 아름다운 남산》발간
더 많은 사람들에게 남산의 아름다움과 역사를 널리 알리는 꿈 밝혀
윤도준 동화약품 회장이 최근 에세이집 《푸른 눈썹 같은 봉우리, 아름다운 남산》을 출간했다. 이 책은 조선 시대부터 지금까지 약 600여 년이 넘는 시간 동안 남산이 겪었던 변화를 시대순으로 면밀하게 살펴본 내용이 주를 이룬다. 윤 회장은 남산을 좋아한다. 아버지의 영향으로 긴 세월 동안 남산 자락을 가까이했고 지난 10여 년간 거의 매일같이 남산을 오르고 있으며 2017년부터는 사람들을 모아 남산 역사 탐방을 시작했다. 탐방을 통해 그간 미처 알지 못했던 깊은 역사가 남산에 있었음을 알게 되었고 차츰차츰 공부해 나가면서 얻은 자료와 지식을 혼자만 알기에는 아까워 책으로 묶었다. 윤 회장은 앞으로 더 많은 사람한테 남산의 아름다움과 역사를 널리 알리는 게 꿈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 책을 통해 윤 회장은 남산에 대한 깊은 애정을 드러내고 남산에 얽힌 어두운 역사를 하나둘씩 찾아보고 알게 된 것을 실제 탐방을 할 때처럼 독자에게 직접 들려주듯이 이야기를 술술 풀어나간다. 과거 남산에 있던 시설이나 건축물이 어떤 이유로 지어졌는지, 또 어떻게 변형되었는지를 설명하고 그 변천사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당대의 모습이 담긴 사진들 외에도 현재 남산에 있는 시설물과 도로를 표시한 지도, 시설물과 권역의 변천을 정리한 연대표를 수록하여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 있다.
이제 남산은 세계 각국에서 온 관광객들이 인정하는 관광 명소가 되었다. 그러나 등잔 밑이 어둡다는 말처럼 어떤 역사를 거쳐 지금의 남산이 되었는지 제대로 아는 사람은 드물다. 조선 시대에 ‘목멱산(木覓山)’이라고 불리던 남산은 그 경관이 아름다웠다.
책 제목에 붙은 부제 '푸른 눈썹 같은 봉우리'라는 표현은 실제 조선 정조 때 글솜씨가 뛰어나기로 유명했던 문신 이덕무가 어명을 받고 다른 신하들과 함께 지은 한양의 성시전도시(城市全圖詩) 중 남산을 “남쪽 산은 자각봉처럼 빼어난 곳이 없는데, 푸른 눈썹 같은 봉우리 높이 솟아 하늘도 지척이라네.”라고 묘사한 구절에서 따 왔다고 한다. 여기서 자각(紫閣)은 신선이나 은자가 사는 곳을 가리키는데, 한양의 남산이 빼족하거나 장중한 바위산이 아니라 유려하고 아름다운 토산임을 보여 주는 표현이다.
하지만 1876년 강화도 조약을 계기로 조선이 문호개방을 하게 되면서 남산에는 짙은 먹구름이 드리워진다. 개항 후 한양에서 자신들의 거점을 넓히려 했던 일본은 거류민이 많이 살고 있는 진고개와 가깝고 터가 좋다는 이유로 이런저런 술수를 부리면서 남산을 꾸준히, 그리고 집요하게 잠식해 갔다. 통감부, 총독부, 신사, 신궁 등 주요행정기관과 종교시설을 곳곳에 세웠고 합방 후에는 기존에 조선이 세웠던 시설물을 없애거나 용도변경하는 데 서슴지 않았다. 대한제국의 최초의 국립묘지였던 장충단을 한일합방이 되자마자 폐사하고 공원화한 다음 한일합방의 원흉 이토 히로부미의 이름을 딴 ‘박문사’라는 사찰을 세운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해방 후에도 남산의 시련은 끝나지 않았다. 대한민국 정부는 일제가 남기고 간 시설을 전용했고, 한국전쟁을 겪으면서 불타버린 자리에는 여러 권력기관이 다시 들어섰다. 그 밖에도 전쟁 후 살 곳을 찾아 몰려드는 피난민에게 점유되고, 정권에 따라 권력의 상징물이 들어서거나 경제 개발에 필요하다는 이유로 훼손되는 사태도 벌어지면서 남산은 점점 망가져 갔다. 다행히 50여 년 전에 시작된 산림녹화사업을 시작으로 ‘남산 제 모습 가꾸기’ 사업이 지속되었고, 그 결과 남산은 이제 서울에 가면 반드시 들러야 할 관광지이자 휴식공간으로 자리를 잡았다.
그러나 옛 남산의 역사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들은 남산의 현재 모습에 조금 아쉬워한다. 지금의 남산이 보기 좋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지만, 그 근사한 모습은 마치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만인에게 차근차근 이야기하기보다는 아픈 역사를 덜 드러내려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우리는 남산을 보고 어떤 미래를 떠올릴 수 있을까?
과거의 남산, 현재의 남산, 그리고 앞으로 자신이 기대하는 남산의 모습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는 저자의 서술은 읽는 이들에게 남산이 어떤 곳이었는지를 알려 주고, 미래의 남산이 어떻게 나아갈 수 있을지를 상상하게 만드는 계기가 될 것이다. 아울러 저자는 푸르른 남산이 결국 우리 모두의 마음 한구석에 조금이라도 뿌리를 내리고, 그 산을 마음에 품은 젊은이들이 과거를 기억하고 미래를 기약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이 책을 통해 전하고 있다.
저자인 윤도준 회장은 경희대학교 의과대학 및 대학원 의학과(의학박사)을 졸업한 후 경희대학교 의과대학부속병원 정신과 과장 역임했다. 현재 동화약품 회장으로 재임중이며 가송재단 이사장과 서울상공회의소 부회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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