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뮤지컬 최초로 회전문 관객을 탄생시키다 - 뮤지컬 ‘베르테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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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작은 도시 발하임. 한 청년이 우연히 인형극을 하며 신비한 모험에 들떠하는 여인을 만난다. 그녀가 쓴 시는 단숨에 청년을 매료시켰고 깊은 유대감을 느낀다. 첫눈에 사랑을 느끼고 마침내 마음을 고백하기로 하지만, 그가 미처 몰랐던 사실이 있다. 그녀에겐 이미 약혼자가 있었다는 사실이다. 그저 바라만 볼 수 없어 마을을 떠나지만, 긴 여행에도 결국 그녀를 잊지 못하고 발하임으로 돌아오게 된다. 소용돌이치듯 얽히는 세 사람의 운명은 과연 어떤 결말을 맞게 될까. 인기 뮤지컬 ‘베르테르’에 등장하는 이야기다.
뮤지컬은 ‘공연 예술의 십자로’ 같다는 말이 있다. 다양한 원 소스를 활용해 무대용 콘텐츠로 재가공한다는 의미다. 요즘 만들어지는 뮤지컬의 소재로 활용되는 것은 그야말로 각양각색의 다양한 콘텐츠 들이다. 영화, 드라마, 시, 왕년의 대중음악 등 실로 다양하다. 노블컬이란 말도 흔히 쓰인다. 뮤지컬의 원작이 소설이라서 붙여진 용어다. 말 그대로 소설의 영어 표현인 노블(noble)과 공연예술 장르인 뮤지컬(musical)의 합성어다.
그러나 이 말은 사실 영미권이나 글로벌 시장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용어는 아니다. 오히려 한국만의 신조어에 가깝다. 사실 뮤지컬에서 소설이 원 소스 역할을 한 것은 이미 오래된 일로, 따로 용어를 붙여 설명하지 않아도 될 만큼 일반적인 제작 경향이기 때문이다. 빅토르 위고의 소설로 만들어진 ‘레 미제라블’, ‘노트르담 드 파리’ 혹은 ‘웃는 남자’, 로버트 스티븐슨의 작품이 원작인 ‘지킬 앤 하이드’, 가스통 르루의 소설이었던 ‘오페라의 유령’, 찰스 디킨스의 소설인 ‘올리버 트위스트의 모험’을 무대로 탈바꿈시킨 ‘올리버!’ 그리고 ‘두 도시 이야기’ 등 그야말로 일일이 열거하기조차 벅찰 정도로 수많은 작품들이 만들어졌다.
뮤지컬이 원 소스 멀티 유즈(OSMU)로 활용되기에 매우 적합한 속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도 노블컬이 치명적인 매력을 지니게 된 이유 중 하나다. 공연으로 구현되는 예술 장르라 그만의 독특한 무대적인 문법에 따라 주제를 형상화하기 때문에, 다른 장르의 원작을 가져다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해내는 데 비교적 용이하다. 영화가 원작인 무비컬의 매력과도 일맥상통한다. 영상 문법에 따라 만들어진 영화가 무대에서 해체되고 재구성되면서 잘 알지만 혹은 이미 알고 있지만 다시 새로운 예술적 체험을 경험하게 한다. ‘익숙’하면서도 ‘낯선’ 별난 경험은 이런 작품들을 감상하는 첫번째 매력 포인트다.
창작 뮤지컬 ‘베르테르’는 바로 그런 의미가 남다른 작품이다. 영화 등 다양한 문화적 생산물로도 익숙한 바로 그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특이한 점이 있다면 다국적으로 전개된 제작과정이다. 원작은 독일어 소설이되 이를 가져다 무대로 형상화한 것은 우리 예술가들로, 장르적 구분으로 말하자면 순수 창작 뮤지컬이다. 다른 나라 작가의 유명 소설을 가져와 우리말 무대의 뮤지컬 콘텐츠로 탈바꿈시키고, 이를 다시 또 다른 나라로 되파는 일종의 문화산업의 중계무역과도 엇비슷한 제작방식이라 흥미롭다.
‘회전문 관객’이라는 표현도 ‘베르테르’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N차 관객’이라고도 부르는데 우스갯소리를 조금 섞어 표현해보자면 뮤지컬 보러 공연장을 들르는 사람이 아니라 다음 공연까지 잠시 쉬러 집에 들르는 사람들을 말한다. 제작사 입장에선 여간 고마운 존재들이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 뮤지컬계에 이런 충성스런 관객들이 모여들기 시작한 것은 대략 30여년 쯤 전부터다. 물론 그 이전에도 열정을 다해 작품을 만들고, 신나게 객석으로 모여들던 사람들이 없던 것은 아니다. 다만 회전문 관객이 이들과 차이점이 있다면 수십, 수백 번 공연장을 찾았음에도 여전히 기회만 허락된다면 기꺼이 다시 보겠다는 의욕 충만한 존재들이라는 점이다. 무대 위 배우의 일거수일투족을 기록하고, 비슷한 관심과 정보를 나누며, 각자의 해석을 덧붙여 특정 회차의 공연이 전달하고자 했던 의미를 되새김질하기도 한다. 의미의 재생산과 기쁨, 슬픔 등 감정을 공유하고, 개인적 체험으로서의 수용을 보다 적극적으로 추구하기도 한다. 영상과 차별화되는 무대만의 즐거움이다.
뮤지컬 ‘베르테르’는 첫 무대가 올려졌던 2000년 당시 이른바 ‘베사모’ 신드롬을 일으켰던 것으로 유명했다. 베사모란 ‘베르테르를 사랑하는 모임’의 약자로 국내 뮤지컬 동호회 문화의 일대 전환점을 마련했다. 그저 작품이 좋아서 뭉친 순수한 자발적 모임으로, 소위 ‘폐인’ 관객의 등장을 알리는 시발점 노릇을 톡톡히 해냈다. 정말 수백번 무대를 찾은 관객들이 속출했고,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입장권을 더 이상 구입할 수 없어서 공연장의 음악소리라도 감상하려고 로비에 매일 출근(?)하는 열혈 관객들이 나올 정도로 비상한 인기와 관심을 집중시켰다.
소설의 원래 제목은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다. 익히 알려진 대로 독일 문단의 거장인 요한 볼프강 폰 괴테가 1774년 발표했던 서간체 소설이다. 당시 괴테는 친구인 요한 캐스트너의 약혼자인 샤를로테 부프에게 첫 눈에 반해 짝사랑을 앓던 중이었는데, 비슷한 처지의 고향친구가 사랑을 이루지 못한 슬픔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비보를 접하고 자신의 경험과 친구 이야기를 적절히 뒤섞은 소설 작품을 구상하게 됐다. 책을 읽은 당시 젊은이들이 베르테르의 옷차림을 흉내 내거나 심지어 모방 자살까지 유행하면서 20대 중반의 괴테는 일약 인기작가의 반열에 오르게 됐다. 요즘도 유명 연예인이 명을 달리하는 사건이 보도될 때면 단골처럼 뒤따르는 ‘베르테르 효과’에 대한 우려는 바로 이런 소설의 인기와 영향력에서 기인된 것이다.
개인적으로 흥미로운 점도 있다. 매번 새롭게 막을 올릴 때 보여 주는 ‘리바이벌’의 미덕이다. 예를 들자면, 무대에 주는 토니상에만 있고 영화에 주는 오스카상에는 없는 수상부문이 바로 리바이벌 상이다. 영화는 한번 만들면 다시 만들어지는 일이 드물지만, 무대에서는 왕년의 인기 콘텐츠를 가져다 현대적으로 다시 각색하거나 새로운 재미를 부가했을 때에도 수상의 영광이 주어진다. 기계적으로 재생만 되는 영상물과 달리 무대는 매번 재연하는 과정의 예술이라서 생겨난 차이다. 뮤지컬 공연가에 ‘폐인’ 관객들이 자주 목격되는 이유도 여기 있다. 수십번 봐도 사실 하나도, 단 한 번도 같은 것은 없었기 때문이다.
작품의 단초를 제공했던 제작자의 별세도 이번 앙코르 무대에 대한 관심을 높인다. 얼마 전 부음을 알린 극단 갖가지의 심상태 대표다. ‘베르테르’는 창작 뮤지컬이 그리 활성화되지 않았던 시기에 이미 성악적 발성이 가능한 배우들을 대거 기용하고 실내악을 연상케하는 현악 라이브 연주를 선보여 ‘음악이 좋은 뮤지컬’이라는 자자한 명성을 누렸다. ‘오페라의 유령’ 우리말 공연의 초대 히로인이었던 크리스틴 역의 이혜경이 롯데로 등장했고, 중저음이 매력적인 김법래가 알베르트 역으로, 예민하고 서정성이 풍부한 연기로 심금을 울렸던 서영주가 베르테르 역으로 등장했었는데, 지금까지도 자주 인구에 회자되는 초연 무대의 오리지널 캐스트들이다. 지금은 중견급 배우로 성장해 안정적인 무대를 선보이고 있지만, 당시 무대에서의 풋풋한 모습을 기억하는 애호가들에게는 영원한 베르테르의 상징 같은 존재로 남아있기도 하다. 올해 막을 올린 무대에선 엄기준과 양요섭, 김민석이 전미도, 이지혜, 류인화와 함께 무대를 꾸민다. 공연장 나들이에 손수건 지참이 필수임을 절대 잊지 말자.
<필자소개>
원종원씨는 한국외대 재학 시절, 영국을 여행하다가 만난 뮤지컬의 매력에 빠져 활동을 시작했다. 뮤지컬 저변을 확대하고자 국내 최초로 PC통신을 통해 동호회를 결성, 관극운동을 펼쳤다. TV의 프로듀서와 일간지 기자,특파원을 거쳤으며, 현재 일간지와 경제지 등 여러 매체에 뮤지컬 관련 칼럼을 연재해오고 있다. 대학(순천향대 공연영상학과 ) 강단에 서고 있는 지금도 자타가 공인하는 뮤지컬 마니아이자 전문 평론가로 지면과 방송 등을 종횡무진 누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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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뮤지컬 최초로 회전문 관객을 탄생시키다 - 뮤지컬 ‘베르테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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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작은 도시 발하임. 한 청년이 우연히 인형극을 하며 신비한 모험에 들떠하는 여인을 만난다. 그녀가 쓴 시는 단숨에 청년을 매료시켰고 깊은 유대감을 느낀다. 첫눈에 사랑을 느끼고 마침내 마음을 고백하기로 하지만, 그가 미처 몰랐던 사실이 있다. 그녀에겐 이미 약혼자가 있었다는 사실이다. 그저 바라만 볼 수 없어 마을을 떠나지만, 긴 여행에도 결국 그녀를 잊지 못하고 발하임으로 돌아오게 된다. 소용돌이치듯 얽히는 세 사람의 운명은 과연 어떤 결말을 맞게 될까. 인기 뮤지컬 ‘베르테르’에 등장하는 이야기다.
뮤지컬은 ‘공연 예술의 십자로’ 같다는 말이 있다. 다양한 원 소스를 활용해 무대용 콘텐츠로 재가공한다는 의미다. 요즘 만들어지는 뮤지컬의 소재로 활용되는 것은 그야말로 각양각색의 다양한 콘텐츠 들이다. 영화, 드라마, 시, 왕년의 대중음악 등 실로 다양하다. 노블컬이란 말도 흔히 쓰인다. 뮤지컬의 원작이 소설이라서 붙여진 용어다. 말 그대로 소설의 영어 표현인 노블(noble)과 공연예술 장르인 뮤지컬(musical)의 합성어다.
그러나 이 말은 사실 영미권이나 글로벌 시장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용어는 아니다. 오히려 한국만의 신조어에 가깝다. 사실 뮤지컬에서 소설이 원 소스 역할을 한 것은 이미 오래된 일로, 따로 용어를 붙여 설명하지 않아도 될 만큼 일반적인 제작 경향이기 때문이다. 빅토르 위고의 소설로 만들어진 ‘레 미제라블’, ‘노트르담 드 파리’ 혹은 ‘웃는 남자’, 로버트 스티븐슨의 작품이 원작인 ‘지킬 앤 하이드’, 가스통 르루의 소설이었던 ‘오페라의 유령’, 찰스 디킨스의 소설인 ‘올리버 트위스트의 모험’을 무대로 탈바꿈시킨 ‘올리버!’ 그리고 ‘두 도시 이야기’ 등 그야말로 일일이 열거하기조차 벅찰 정도로 수많은 작품들이 만들어졌다.
뮤지컬이 원 소스 멀티 유즈(OSMU)로 활용되기에 매우 적합한 속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도 노블컬이 치명적인 매력을 지니게 된 이유 중 하나다. 공연으로 구현되는 예술 장르라 그만의 독특한 무대적인 문법에 따라 주제를 형상화하기 때문에, 다른 장르의 원작을 가져다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해내는 데 비교적 용이하다. 영화가 원작인 무비컬의 매력과도 일맥상통한다. 영상 문법에 따라 만들어진 영화가 무대에서 해체되고 재구성되면서 잘 알지만 혹은 이미 알고 있지만 다시 새로운 예술적 체험을 경험하게 한다. ‘익숙’하면서도 ‘낯선’ 별난 경험은 이런 작품들을 감상하는 첫번째 매력 포인트다.
창작 뮤지컬 ‘베르테르’는 바로 그런 의미가 남다른 작품이다. 영화 등 다양한 문화적 생산물로도 익숙한 바로 그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특이한 점이 있다면 다국적으로 전개된 제작과정이다. 원작은 독일어 소설이되 이를 가져다 무대로 형상화한 것은 우리 예술가들로, 장르적 구분으로 말하자면 순수 창작 뮤지컬이다. 다른 나라 작가의 유명 소설을 가져와 우리말 무대의 뮤지컬 콘텐츠로 탈바꿈시키고, 이를 다시 또 다른 나라로 되파는 일종의 문화산업의 중계무역과도 엇비슷한 제작방식이라 흥미롭다.
‘회전문 관객’이라는 표현도 ‘베르테르’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N차 관객’이라고도 부르는데 우스갯소리를 조금 섞어 표현해보자면 뮤지컬 보러 공연장을 들르는 사람이 아니라 다음 공연까지 잠시 쉬러 집에 들르는 사람들을 말한다. 제작사 입장에선 여간 고마운 존재들이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 뮤지컬계에 이런 충성스런 관객들이 모여들기 시작한 것은 대략 30여년 쯤 전부터다. 물론 그 이전에도 열정을 다해 작품을 만들고, 신나게 객석으로 모여들던 사람들이 없던 것은 아니다. 다만 회전문 관객이 이들과 차이점이 있다면 수십, 수백 번 공연장을 찾았음에도 여전히 기회만 허락된다면 기꺼이 다시 보겠다는 의욕 충만한 존재들이라는 점이다. 무대 위 배우의 일거수일투족을 기록하고, 비슷한 관심과 정보를 나누며, 각자의 해석을 덧붙여 특정 회차의 공연이 전달하고자 했던 의미를 되새김질하기도 한다. 의미의 재생산과 기쁨, 슬픔 등 감정을 공유하고, 개인적 체험으로서의 수용을 보다 적극적으로 추구하기도 한다. 영상과 차별화되는 무대만의 즐거움이다.
뮤지컬 ‘베르테르’는 첫 무대가 올려졌던 2000년 당시 이른바 ‘베사모’ 신드롬을 일으켰던 것으로 유명했다. 베사모란 ‘베르테르를 사랑하는 모임’의 약자로 국내 뮤지컬 동호회 문화의 일대 전환점을 마련했다. 그저 작품이 좋아서 뭉친 순수한 자발적 모임으로, 소위 ‘폐인’ 관객의 등장을 알리는 시발점 노릇을 톡톡히 해냈다. 정말 수백번 무대를 찾은 관객들이 속출했고,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입장권을 더 이상 구입할 수 없어서 공연장의 음악소리라도 감상하려고 로비에 매일 출근(?)하는 열혈 관객들이 나올 정도로 비상한 인기와 관심을 집중시켰다.
소설의 원래 제목은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다. 익히 알려진 대로 독일 문단의 거장인 요한 볼프강 폰 괴테가 1774년 발표했던 서간체 소설이다. 당시 괴테는 친구인 요한 캐스트너의 약혼자인 샤를로테 부프에게 첫 눈에 반해 짝사랑을 앓던 중이었는데, 비슷한 처지의 고향친구가 사랑을 이루지 못한 슬픔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비보를 접하고 자신의 경험과 친구 이야기를 적절히 뒤섞은 소설 작품을 구상하게 됐다. 책을 읽은 당시 젊은이들이 베르테르의 옷차림을 흉내 내거나 심지어 모방 자살까지 유행하면서 20대 중반의 괴테는 일약 인기작가의 반열에 오르게 됐다. 요즘도 유명 연예인이 명을 달리하는 사건이 보도될 때면 단골처럼 뒤따르는 ‘베르테르 효과’에 대한 우려는 바로 이런 소설의 인기와 영향력에서 기인된 것이다.
개인적으로 흥미로운 점도 있다. 매번 새롭게 막을 올릴 때 보여 주는 ‘리바이벌’의 미덕이다. 예를 들자면, 무대에 주는 토니상에만 있고 영화에 주는 오스카상에는 없는 수상부문이 바로 리바이벌 상이다. 영화는 한번 만들면 다시 만들어지는 일이 드물지만, 무대에서는 왕년의 인기 콘텐츠를 가져다 현대적으로 다시 각색하거나 새로운 재미를 부가했을 때에도 수상의 영광이 주어진다. 기계적으로 재생만 되는 영상물과 달리 무대는 매번 재연하는 과정의 예술이라서 생겨난 차이다. 뮤지컬 공연가에 ‘폐인’ 관객들이 자주 목격되는 이유도 여기 있다. 수십번 봐도 사실 하나도, 단 한 번도 같은 것은 없었기 때문이다.
작품의 단초를 제공했던 제작자의 별세도 이번 앙코르 무대에 대한 관심을 높인다. 얼마 전 부음을 알린 극단 갖가지의 심상태 대표다. ‘베르테르’는 창작 뮤지컬이 그리 활성화되지 않았던 시기에 이미 성악적 발성이 가능한 배우들을 대거 기용하고 실내악을 연상케하는 현악 라이브 연주를 선보여 ‘음악이 좋은 뮤지컬’이라는 자자한 명성을 누렸다. ‘오페라의 유령’ 우리말 공연의 초대 히로인이었던 크리스틴 역의 이혜경이 롯데로 등장했고, 중저음이 매력적인 김법래가 알베르트 역으로, 예민하고 서정성이 풍부한 연기로 심금을 울렸던 서영주가 베르테르 역으로 등장했었는데, 지금까지도 자주 인구에 회자되는 초연 무대의 오리지널 캐스트들이다. 지금은 중견급 배우로 성장해 안정적인 무대를 선보이고 있지만, 당시 무대에서의 풋풋한 모습을 기억하는 애호가들에게는 영원한 베르테르의 상징 같은 존재로 남아있기도 하다. 올해 막을 올린 무대에선 엄기준과 양요섭, 김민석이 전미도, 이지혜, 류인화와 함께 무대를 꾸민다. 공연장 나들이에 손수건 지참이 필수임을 절대 잊지 말자.
<필자소개>
원종원씨는 한국외대 재학 시절, 영국을 여행하다가 만난 뮤지컬의 매력에 빠져 활동을 시작했다. 뮤지컬 저변을 확대하고자 국내 최초로 PC통신을 통해 동호회를 결성, 관극운동을 펼쳤다. TV의 프로듀서와 일간지 기자,특파원을 거쳤으며, 현재 일간지와 경제지 등 여러 매체에 뮤지컬 관련 칼럼을 연재해오고 있다. 대학(순천향대 공연영상학과 ) 강단에 서고 있는 지금도 자타가 공인하는 뮤지컬 마니아이자 전문 평론가로 지면과 방송 등을 종횡무진 누비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