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치의 귀환
1939년 조선일보에 이때의 명창들을 소개한 ‘조선소리 내력기’라는 글이 실렸는데, 후기 명창을 소개한 부분은 다음과 같이 시작한다.
“우후죽순의 기세로 일어났던 명창들의 이름을 열거하여 보면 전해종, 신만엽, 김세종, 정창렬, 정춘풍, 김정근, 이날치, 방만춘, 박만순 등으로서 이들 중에서도 ‘이날치’가 그중 유명하였다. (중략) 이날치의 제자로서 배희근, 이창윤, 김채만 같은 명창이 있었던 것을 기억해 두어야 할 것이다.”
판소리 중고제 명창인 심정순의 아들이자 국악 이론과 실기를 겸비했던 심재덕이 쓴 글로, 후기 명창 중 이날치를 첫손에 꼽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날치는 시대를 풍미한 명창들 사이에서도 도드라지는 입지전적 인물이다. 예인 집안에서 나고 자랐거나, 음악에 조예가 깊은 부모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다거나, 어려서부터 소리꾼의 자질이 뚜렷했다거나 하는 전사(前事)는 애초에 그의 몫이 아니었다. 전라남도에서 태어나 머슴으로 살던 그가 광대들과 어울리다 줄타기 명인이 되었고, 소리꾼을 꿈꾸며 열 살도 더 어린 박만순과 박유전의 문하생을 자처하여 수련해 득음에 이르렀고 마침내 국창의 반열에까지 오르는 이야기는, 그래서 더욱 극적이다.
명창 박만순의 수행 고수를 하다가 푸대접에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는 이날치는 절차탁마한 끝에 박만순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명창이 되었다. 식자층의 애호를 받았던 박만순에 비해 이날치는 누구에게나 사랑받은 소리꾼이었다 한다. 새소리, 종소리 등을 똑같이 흉내 내어 그가 새타령을 부르면 정말 새가 날아들었다는 일화, 심청가 몇 대목을 불러서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재상을 울린 일화 등도 초상화 한 점, 녹음 한 점 남기지 않은 19세기의 인물을 단숨에 한 편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부상시키기에 손색이 없다.
국립창극단은 11월 14일부터 창작 창극 <이날치傳>을 선보인다. 기록으로 남은 이날치의 삶에 작가의 상상력을 덧대어, 스스로 운명을 개척해나간 예인의 일대기를 되살려낼 예정이다. 이날치 역은 이광복과 김수인이 번갈아 맡아 40여 명의 출연진과 무대에 오른다. 줄광대 시절의 이날치를 보여주기 위해 줄타기 신동으로 알려진 남창동도 대역으로 나선다. 당대에 함께 활동했던 박만순, 송우룡, 김세종, 박유전 등 실존 인물들도 소환된다. 명창마다의 특징이 드러나는 소리 작창은 국가무형유산 판소리 적벽가 보유자인 윤진철 명창이, 연출은 창작집단 타루의 정종임 대표가 맡았다.
<필자소개>
김보람 씨는 동국대학교 문예창작학과와 영상대학원 문화콘텐츠학과를 졸업했으며, 국립국악원에서 소식지 국악누리 제작을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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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치의 귀환
1939년 조선일보에 이때의 명창들을 소개한 ‘조선소리 내력기’라는 글이 실렸는데, 후기 명창을 소개한 부분은 다음과 같이 시작한다.
“우후죽순의 기세로 일어났던 명창들의 이름을 열거하여 보면 전해종, 신만엽, 김세종, 정창렬, 정춘풍, 김정근, 이날치, 방만춘, 박만순 등으로서 이들 중에서도 ‘이날치’가 그중 유명하였다. (중략) 이날치의 제자로서 배희근, 이창윤, 김채만 같은 명창이 있었던 것을 기억해 두어야 할 것이다.”
판소리 중고제 명창인 심정순의 아들이자 국악 이론과 실기를 겸비했던 심재덕이 쓴 글로, 후기 명창 중 이날치를 첫손에 꼽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날치는 시대를 풍미한 명창들 사이에서도 도드라지는 입지전적 인물이다. 예인 집안에서 나고 자랐거나, 음악에 조예가 깊은 부모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다거나, 어려서부터 소리꾼의 자질이 뚜렷했다거나 하는 전사(前事)는 애초에 그의 몫이 아니었다. 전라남도에서 태어나 머슴으로 살던 그가 광대들과 어울리다 줄타기 명인이 되었고, 소리꾼을 꿈꾸며 열 살도 더 어린 박만순과 박유전의 문하생을 자처하여 수련해 득음에 이르렀고 마침내 국창의 반열에까지 오르는 이야기는, 그래서 더욱 극적이다.
명창 박만순의 수행 고수를 하다가 푸대접에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는 이날치는 절차탁마한 끝에 박만순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명창이 되었다. 식자층의 애호를 받았던 박만순에 비해 이날치는 누구에게나 사랑받은 소리꾼이었다 한다. 새소리, 종소리 등을 똑같이 흉내 내어 그가 새타령을 부르면 정말 새가 날아들었다는 일화, 심청가 몇 대목을 불러서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재상을 울린 일화 등도 초상화 한 점, 녹음 한 점 남기지 않은 19세기의 인물을 단숨에 한 편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부상시키기에 손색이 없다.
국립창극단은 11월 14일부터 창작 창극 <이날치傳>을 선보인다. 기록으로 남은 이날치의 삶에 작가의 상상력을 덧대어, 스스로 운명을 개척해나간 예인의 일대기를 되살려낼 예정이다. 이날치 역은 이광복과 김수인이 번갈아 맡아 40여 명의 출연진과 무대에 오른다. 줄광대 시절의 이날치를 보여주기 위해 줄타기 신동으로 알려진 남창동도 대역으로 나선다. 당대에 함께 활동했던 박만순, 송우룡, 김세종, 박유전 등 실존 인물들도 소환된다. 명창마다의 특징이 드러나는 소리 작창은 국가무형유산 판소리 적벽가 보유자인 윤진철 명창이, 연출은 창작집단 타루의 정종임 대표가 맡았다.
<필자소개>
김보람 씨는 동국대학교 문예창작학과와 영상대학원 문화콘텐츠학과를 졸업했으며, 국립국악원에서 소식지 국악누리 제작을 담당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