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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 Prologue!
이날치의 귀환
김보람
입력 2024-11-08 09:5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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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치의 귀환

 11월 5밴드 이날치의 신곡이 발매됐다. ‘발밑을 조심해와 봐봐요 봐봐요’ 두 곡이 첫 번째 싱글 낮은 신과 잡종들에 실렸다. 2집 정규 앨범 프로젝트의 시작이다. ‘발밑을 조심해는 애니메이션으로, ‘봐봐요 봐봐요는 다시 한 번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와 합을 맞춘 뮤직비디오로 제작해 유튜브에 공개했다매달 싱글을 발표해 총 열두 곡으로 완성될 2집에는 새로이 만들어 낸 세계관을 바탕으로 엮은 이야기가 담길 예정이다.

이날치 신곡 ‘낮은 신과 잡종들’

 이날치는 원래 판소리의 중흥기라 일컬어지는 조선 후기에 활동한 판소리 명창의 이름이다. 19세기 초는 판소리 열두 마당이 갖추어졌으며, ‘전기 8명창이라 불린 명창들의 시대였다권삼득송흥록염계달모흥갑고수관김제철신만엽송광록박유전황해천주덕기김성옥 등이 이에 속한다음악적으로 풍성해진 19세기 중후반에 활동했던 소리꾼들은 이들과 구분하여 후기 8명창이라 하는데이날치를 비롯해 박만순김세종장자백정창업정춘풍김정근송우룡김창록김찬업 등이 당대의 명창들이다. 8명창이라고 하나 이론가들에 따라 견해가 달라 전후기 각각 십여 명의 소리꾼이 거명되곤 한다.

1939년 조선일보에 이때의 명창들을 소개한 조선소리 내력기라는 글이 실렸는데후기 명창을 소개한 부분은 다음과 같이 시작한다.

우후죽순의 기세로 일어났던 명창들의 이름을 열거하여 보면 전해종신만엽김세종정창렬정춘풍김정근이날치방만춘박만순 등으로서 이들 중에서도 이날치가 그중 유명하였다. (중략이날치의 제자로서 배희근이창윤김채만 같은 명창이 있었던 것을 기억해 두어야 할 것이다.”

판소리 중고제 명창인 심정순의 아들이자 국악 이론과 실기를 겸비했던 심재덕이 쓴 글로후기 명창 중 이날치를 첫손에 꼽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날치는 시대를 풍미한 명창들 사이에서도 도드라지는 입지전적 인물이다예인 집안에서 나고 자랐거나음악에 조예가 깊은 부모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다거나어려서부터 소리꾼의 자질이 뚜렷했다거나 하는 전사(前事)는 애초에 그의 몫이 아니었다전라남도에서 태어나 머슴으로 살던 그가 광대들과 어울리다 줄타기 명인이 되었고소리꾼을 꿈꾸며 열 살도 더 어린 박만순과 박유전의 문하생을 자처하여 수련해 득음에 이르렀고 마침내 국창의 반열에까지 오르는 이야기는그래서 더욱 극적이다.  

명창 박만순의 수행 고수를 하다가 푸대접에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는 이날치는 절차탁마한 끝에 박만순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명창이 되었다식자층의 애호를 받았던 박만순에 비해 이날치는 누구에게나 사랑받은 소리꾼이었다 한다새소리종소리 등을 똑같이 흉내 내어 그가 새타령을 부르면 정말 새가 날아들었다는 일화심청가 몇 대목을 불러서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재상을 울린 일화 등도 초상화 한 점녹음 한 점 남기지 않은 19세기의 인물을 단숨에 한 편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부상시키기에 손색이 없다.

국립창극단 ‘이날치전 ’ 공연 포스트

국립창극단은 11월 14일부터 창작 창극 <이날치>을 선보인다기록으로 남은 이날치의 삶에 작가의 상상력을 덧대어스스로 운명을 개척해나간 예인의 일대기를 되살려낼 예정이다이날치 역은 이광복과 김수인이 번갈아 맡아 40여 명의 출연진과 무대에 오른다줄광대 시절의 이날치를 보여주기 위해 줄타기 신동으로 알려진 남창동도 대역으로 나선다당대에 함께 활동했던 박만순송우룡김세종박유전 등 실존 인물들도 소환된다명창마다의 특징이 드러나는 소리 작창은 국가무형유산 판소리 적벽가 보유자인 윤진철 명창이연출은 창작집단 타루의 정종임 대표가 맡았다

 끝날 것 같지 않던 여름이 물러가고 어느새 올해도 끝자락이다어깨와 발목에 매달린 일들은 다를 바 없는데해가 저문다 하니 괜히 조바심이 인다날쌔게 줄을 잘 타서 혹은 성격이 칼날 같아서 날치라 불렸다는 사나이머슴에서 줄광대로고수로소리 광대로끝내는 국창으로까지 불렸다는 그의 서사가그리고 그의 후예들이 부르는 노래가 우물쭈물하다 한 해의 끝에 다다른 우리를 다독이는 것 같다괜찮아늦지 않았어가만히 가만히 조용히 조용히 봐봐요 봐봐요.

 이날치 유튜브 채널: www.youtube.com/@LEENALCHI

 

<필자소개>

김보람 씨는 동국대학교 문예창작학과와 영상대학원 문화콘텐츠학과를 졸업했으며국립국악원에서 소식지 국악누리 제작을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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