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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드리엘 김의 모멘텀 클래식.
멘델스존이 그려낸 괴테의 바다
아드리엘김
입력 2024-06-28 13:1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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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멘델스존이 그려낸 괴테의 바다

 멘델스존의 서곡 <고요한 바다와 즐거운 항해>에 대하여

 

 그림 솜씨가 뛰어났던 작곡가 멘델스존이 그린 아말피 해안

바다를 주제로 괴테가 지은 두 편의 단시(短詩)로부터 영감을 받아 멘델스존이 작곡한 <고요한 바다와 즐거운 항해 Op.27> 서곡이 작품에 대한 개인적인 추억이 있다매해 빈 신년음악회가 개최되는 공연장으로 잘 알려진 무지크페라인 황금홀에서 리허설을 참관하던 중이었다연습지휘자 자격으로 무대와 멀찌감치 떨어져 악보를 뒤적이던 차오케스트라 매니저로부터 상임지휘자가 급히 병원에 입원하게 되어 연습지휘를 맡아줄 수 있냐는 요청을 받았다.

당시 세계적인 첼리스트 고티에르 카퓌송이 슈만 첼로 협주곡을 연주하는 프로그램이었는데 얼떨떨한 상태로 무대에 올라 리허설을 지휘했지만 워낙 협연자가 능숙하게 이끌어주어서 무사히 협주곡을 마칠 수 있었다협주곡 리허설이 끝나고 무대에서 내려오려던 찰나악장으로부터 멘델스존의 멋진 서곡 한 곡을 더 지휘할 수 있냐는 부탁을 받았는데 그 곡이 다름아닌 멘델스존의 서곡 <고요한 바다와 즐거운 항해>였다준비가 덜 된 상태로 무대에 오르긴 했지만 신비감 넘치는 도입부와 힘찬 항해의 진취적인 악상에 매료되어 지휘하는 내내 떨리면서도 행복했던 기억이 있다그렇게 이 곡과 만났다.

 1795년 창작된 두 편의 시 '고요의 바다'와 '즐거운 항해'는 내용적으로 정적 속의 바람없는 고요한 바다에 대한 선원들의 불안감과 바람을 타고 육지를 향해 전진하는 희망찬 항해가 대조를 이룬다두 편의 시 속에는 1787년 카프리 연안에서 정적 속의 고요한 바다를 마주한 괴테가 실제로 경험한 두려움이 선연하게 표현되어 있으며 이어 다시 불기 시작한 바람으로 배가 육지를 향해 나아간다는 희망적 메시지가 담긴 시상은 간결하면서도 실제적으로 다가온다.

 내용적으로 대비를 이루고 있는 두 편의 시에서 악상을 얻은 멘델스존은 1828년 두 시를 엮어 표제적인 성격을 띤 서곡으로 완성했다서곡은 1,2부로 나누어져 구분되어 있는데 1부 '고요한 바다'는 음악을 통해 회화적 이미지를 직관적으로 그려내고 있으며 절제된 다이내믹과 느릿한 성부의 움직임은 거대하지만 고요한 바다의 숭고함을 배가시킨다음악은 출렁거리는 바다를 묘사하는 전형적인 음형들은 배제한 채 고요한 바다에 감도는 적막한 분위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흥미롭게도 멘델스존의 '고요한 바다'는 시의 내용 속에 담겨있는 바람 한 점 없는 상황이 불안한 선원들의 정서보다는 전반적으로 장조의 밝은 기운이 서려 있으며 희망찬 항해를 앞둔 고요한 바다의 풍경을 그려내고 있다.

고뇌와 번민보다는 유쾌한 기운과 온화함을 자아내는 멘델스존의 음악적 근거를 부유한 은행가 가문에서 태어난 유복한 배경에서 찾기도 하는데 이 서곡 또한 음악적 내용면에 있어서 바다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즐거운 항해에 힘이 실려 있다.

 2부에 해당하는 '즐거운 항해'에서 멘델스존이 희망의 시그널로 선택한 악기는 플루트로서 바람을 타고 나아가는 즐거운 항해를 예비한다이어서 목관악기와 호른을 통해 점층적으로 고조되며 현악기와 합세하여 희망찬 항해의 돛을 올린다서주에 제시된 모티브는 즐거운 향해서도 변형된 형태로 반복되는데 1,2부의 유기적인 연결을 도모하며 곡의 통일성을 고려했다는 점에서 고요한 바다와 즐거운 향해를 하나의 스토리텔링으로 엮은 작곡가의 의도가 엿보인다.  

 멘델스존은 괴테가 지은 시의 내용을 단순히 표제적인 성격의 음악으로 회화적으로 묘사하는데 그치지 않았다. '순환'이라는 내러티브를 의도한 듯 2부 '즐거운 항해'의 끝은 다시 고요한 바다의 풍경으로 돌아와 절제된 다이내믹으로 끝을 맺기 때문이다괴테의 시는 이미 나는 육지를 본다!(Schon seh'ich das Land!)’라는 희망찬 구절로 끝을 맺지만 멘델스존은 고요하고 숭고한 바다로 끝을 그려낸다

 이 작품의 백미는 괴테의 시를 기반으로 독자적으로 본인의 악상을 전개·발전시키며 작곡한 작품이라는 것이다단순한 표제음악을 뛰어넘어 유기적 구조와 절대음악적 요소들이 이상적으로 어우러진 명곡이라는 점에서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터.

 "고요한 바다'에 등장하는 시의 한 구절, "어느 방향에서도 바람을 찾아볼 수 없다! (Keine Luft von keiner Seite!)". 바람 없이 나아갈 수 없는 배의 선원들의 망연자실한 외침은 언제 그랬냐는 듯 허공에서 사라지고 결국 배는 희망의 닻을 올려 육지로 향한다결코 만만치 않은 요즘 우리 삶도 그랬으면 좋겠다.

 유튜브 링크

https://www.youtube.com/watch?v=9VtHncrhYVc

 

<필자소개

아드리엘 김은 오스트리아 빈 국립음대에서 지휘와 바이올린을 전공졸업(석사)했으며 도이치 방송 교향악단 부지휘자와 디토 오케스트라 수석지휘자를 역임한바 있다현재는 지휘자작곡가문화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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