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벨리우스의 마지막 교향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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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벨리우스 교향곡 7번은 그의 마지막 교향곡이다. 이 교향곡을 빈에서 처음 접했을 때 가장 생경했던 점은 짤막한 곡의 길이와 엔딩답지 않은 엔딩이다. "이게 곡의 끝이라는 건가"라는 질문을 던질 수 밖에 없는 갑작스러운 결말. 후기 낭만주의 시대에 20분짜리 교향곡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는게 주지의 사실.
마지막 교향곡이라는 점에 굳이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진 않지만, 이례적인 단일악장 구조의 20분 남짓 짧은 길이가 시벨리우스의 음악 인생을 응축시켜 놓은 듯한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는데 1시간을 훌쩍 넘기는 교향곡 못지않은 음악적 밀도와 서사를 자랑하며 결코 가볍지 않은 교향곡임에도 불구하고 시벨리우스 교향곡에 관심 있는 클래식 입문자에게 선뜻 권하고 싶은 작품이기도 하다.
닐센, 그리그와 함께 북유럽 3대 작곡가로 손꼽히는 민족주의 작곡가 시벨리우스는 탁월한 교향시와 더불어 클래식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교향곡으로 현재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작곡가다. 특히 시벨리우스의 전원 교향곡이라고 불리는 교향곡 2번이 가장 잘 알려져 있다. 1924년 교향곡 7번이 초연 무대에 오를 때 시벨리우스가 붙인 제목은 '교향적 판타지'다. 이듬해, 심사숙고 끝에 결국 <교향곡 7번>이라는 타이틀로 출판되는데 제목에 고민이 많았다는 건 그 만큼 교향곡 7번에 대한 의미 부여가 컷다는 방증이 아닐까.
최후의 교향곡을 떠올리면 그 연륜에서 오는 심오하고 장엄한 대미를 기대하기 쉬울 터. 이 작품도 예외는 아니다. 교향곡 7번은 우주적 심연과 숭고함을 자아내는 악상으로 가득하다. 하지만 브루크너 교향곡과 같은 긴 빌드업이나 다소 장황한 말러의 음악어법보다는 담백한 단일 악장의 응축된 구조 속에 녹아있는 영감 넘치는 주제들의 유기적 움직임과 서사를 감상할 수 있다는 건 매우 매력적이다. 영국의 가디언지는 시벨리우스의 교향곡 7번을 조명하며 "비록 단 악장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훨씬 긴 교향곡이 가진 드라마를 품고 있다"고 평했다.
단일악장 속에 내재된 4개의 섹션은 다채로우면서도 균형감 있는 음악적 서사를 자아낸다.
느린 상행음형과 함께 시작하는 아다지오 속에 북구적 정서가 담긴 목관 동기와 숭고한 트롬본 주제가 제시되며 분위기가 점점 고조되면서 스케르초에 해당하는 비바치시모에 다다르게 된다. 그 뒤를 이어 여유로운 알레그로 몰토 모데라토에 이르러 현과 목관이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우아한 선율을 주조해낸다. 뒤이어 종결부로 이어지며 쏟아지는 현악기의 묵직한 물결 위로 트롬본 주제의 재현과 함께 긴장감을 증식시키는 음악적 전개는 짧은 시간 안에 C장조로 장중한 완결을 그려낸다.
짧막한 길이 속에 선 굵은 서사가 부각된 음악을 담다보니 변화무쌍한 구성이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참고로 이 교향곡에서 주제를 연주하는 가장 주목받는 악기는 트롬본이다. 시벨리우스는 듣는 이로 하여금 맘을 겸허케하는 숭고한 테마를 트롬본에게 맡겼는데 무게감 있는 오케스트라를 뚫고 등장하는 3번의 트롬본 테마는 벅차오르는 묵직한 감동을 자아낸다.게다가 특별한 음악적 지식이 없어도 시벨리우스 특유의 북구적 정취와 자연미가 사운드적으로 연출되기 때문에 이 작품은 듣는 이로 하여금 대자연을 품은 북구의 낭만을 경험케 한다.
교향곡 7번은 장황하거나 조금의 늘어짐도 없이 시벨리우스의 거대한 우주적 드라마를 20분 안에 오롯이 담은 최후의 교향곡으로서 위대한 교향곡 반열에 우뚝 선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2016년에는 151명의 주요 지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를 토대로 한 BBC 선정 '가장 위대한 20개의 교향곡'에도 이름을 올린 바 있다.
시벨리우스는 초연 당시 평론가들의 리뷰를 접하고 "이 새로운 작품이 얼마나 많은 것들을 내포하고 있는지 그들은 조금 밖에 이해하지 못한다"라고 했다. 20분이면 이 위대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오며 가며 반복해서 들으며 작품 속에 내재된 시벨리우스의 음악 세계를 조금씩 발견해 나가는 것도 작품을 감상하는 큰 묘미다.
*유튜브 링크
https://www.youtube.com/watch?v=Bi9QiDrJJmw&t=10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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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아드리엘 김은 오스트리아 빈 국립음대에서 지휘와 바이올린을 전공, 졸업(석사)했으며 도이치 방송 교향악단 부지휘자와 디토 오케스트라 수석지휘자를 역임한바 있다, 현재는 지휘자, 작곡가, 문화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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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벨리우스의 마지막 교향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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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벨리우스 교향곡 7번은 그의 마지막 교향곡이다. 이 교향곡을 빈에서 처음 접했을 때 가장 생경했던 점은 짤막한 곡의 길이와 엔딩답지 않은 엔딩이다. "이게 곡의 끝이라는 건가"라는 질문을 던질 수 밖에 없는 갑작스러운 결말. 후기 낭만주의 시대에 20분짜리 교향곡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는게 주지의 사실.
마지막 교향곡이라는 점에 굳이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진 않지만, 이례적인 단일악장 구조의 20분 남짓 짧은 길이가 시벨리우스의 음악 인생을 응축시켜 놓은 듯한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는데 1시간을 훌쩍 넘기는 교향곡 못지않은 음악적 밀도와 서사를 자랑하며 결코 가볍지 않은 교향곡임에도 불구하고 시벨리우스 교향곡에 관심 있는 클래식 입문자에게 선뜻 권하고 싶은 작품이기도 하다.
닐센, 그리그와 함께 북유럽 3대 작곡가로 손꼽히는 민족주의 작곡가 시벨리우스는 탁월한 교향시와 더불어 클래식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교향곡으로 현재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작곡가다. 특히 시벨리우스의 전원 교향곡이라고 불리는 교향곡 2번이 가장 잘 알려져 있다. 1924년 교향곡 7번이 초연 무대에 오를 때 시벨리우스가 붙인 제목은 '교향적 판타지'다. 이듬해, 심사숙고 끝에 결국 <교향곡 7번>이라는 타이틀로 출판되는데 제목에 고민이 많았다는 건 그 만큼 교향곡 7번에 대한 의미 부여가 컷다는 방증이 아닐까.
최후의 교향곡을 떠올리면 그 연륜에서 오는 심오하고 장엄한 대미를 기대하기 쉬울 터. 이 작품도 예외는 아니다. 교향곡 7번은 우주적 심연과 숭고함을 자아내는 악상으로 가득하다. 하지만 브루크너 교향곡과 같은 긴 빌드업이나 다소 장황한 말러의 음악어법보다는 담백한 단일 악장의 응축된 구조 속에 녹아있는 영감 넘치는 주제들의 유기적 움직임과 서사를 감상할 수 있다는 건 매우 매력적이다. 영국의 가디언지는 시벨리우스의 교향곡 7번을 조명하며 "비록 단 악장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훨씬 긴 교향곡이 가진 드라마를 품고 있다"고 평했다.
단일악장 속에 내재된 4개의 섹션은 다채로우면서도 균형감 있는 음악적 서사를 자아낸다.
느린 상행음형과 함께 시작하는 아다지오 속에 북구적 정서가 담긴 목관 동기와 숭고한 트롬본 주제가 제시되며 분위기가 점점 고조되면서 스케르초에 해당하는 비바치시모에 다다르게 된다. 그 뒤를 이어 여유로운 알레그로 몰토 모데라토에 이르러 현과 목관이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우아한 선율을 주조해낸다. 뒤이어 종결부로 이어지며 쏟아지는 현악기의 묵직한 물결 위로 트롬본 주제의 재현과 함께 긴장감을 증식시키는 음악적 전개는 짧은 시간 안에 C장조로 장중한 완결을 그려낸다.
짧막한 길이 속에 선 굵은 서사가 부각된 음악을 담다보니 변화무쌍한 구성이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참고로 이 교향곡에서 주제를 연주하는 가장 주목받는 악기는 트롬본이다. 시벨리우스는 듣는 이로 하여금 맘을 겸허케하는 숭고한 테마를 트롬본에게 맡겼는데 무게감 있는 오케스트라를 뚫고 등장하는 3번의 트롬본 테마는 벅차오르는 묵직한 감동을 자아낸다.게다가 특별한 음악적 지식이 없어도 시벨리우스 특유의 북구적 정취와 자연미가 사운드적으로 연출되기 때문에 이 작품은 듣는 이로 하여금 대자연을 품은 북구의 낭만을 경험케 한다.
교향곡 7번은 장황하거나 조금의 늘어짐도 없이 시벨리우스의 거대한 우주적 드라마를 20분 안에 오롯이 담은 최후의 교향곡으로서 위대한 교향곡 반열에 우뚝 선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2016년에는 151명의 주요 지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를 토대로 한 BBC 선정 '가장 위대한 20개의 교향곡'에도 이름을 올린 바 있다.
시벨리우스는 초연 당시 평론가들의 리뷰를 접하고 "이 새로운 작품이 얼마나 많은 것들을 내포하고 있는지 그들은 조금 밖에 이해하지 못한다"라고 했다. 20분이면 이 위대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오며 가며 반복해서 들으며 작품 속에 내재된 시벨리우스의 음악 세계를 조금씩 발견해 나가는 것도 작품을 감상하는 큰 묘미다.
*유튜브 링크
https://www.youtube.com/watch?v=Bi9QiDrJJmw&t=10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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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아드리엘 김은 오스트리아 빈 국립음대에서 지휘와 바이올린을 전공, 졸업(석사)했으며 도이치 방송 교향악단 부지휘자와 디토 오케스트라 수석지휘자를 역임한바 있다, 현재는 지휘자, 작곡가, 문화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