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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드리엘 김의 모멘텀 클래식
해비메탈 드러머 출신 작곡가의 21세기 쇼팽
아드리엘김
입력 2023-12-01 10:26 수정 최종수정 2024-01-04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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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곡가 올라퍼 아르날즈(Olafur Arnalds)가 바라본 클래식 

 

사진올라퍼 아르날즈와 피아니스트 알리스 사라 오트 

북유럽 아이슬란드 출신의 작곡가 하면 영화 <조커>로 아카데미상을 거머쥔 힐뒤르 그뷔드나도티르를 비롯해서 요한 요한슨올라퍼 아르날즈가 떠오른다이들의 음악은 클래식펑크일렉트로닉 등 다양한 장르를 포괄하고 있으며 현재 코어 클래식의 범주에도 자연스럽게 안착하는 중이다클래식 레이블의 대명사로 일컬어지는 도이치 그라모폰은 일찌감치 대담하고 실험적인 요한 요한손의 작품을 녹음해 왔고 힐뒤르 그뷔드나도티르의 음악 또한 도이치 그라모폰이 내놓은 영화<타르> OST앨범 속에 수록되어 있다.

 현재 북유럽 출신 작곡가들은 북구 특유의 광활한 자연미와 여백투명하고 독창적인 사운드를 바탕으로 북유럽 정취와 감성을 내뿜으며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음악을 요리에 비유하자면 마치 조미료를 안 쓴 좋은 재료 본연의 맛이 나는 음식 같다고나 할까.

 아이슬란드 출신의 올라퍼 아르날즈는 1986년생으로 클래식의 실내악과 전자음악을 혼합하여 미니멀한 스타일의 음악을 쓰는 작곡가다하드코어 메탈밴드 드럼 연주자로 커리어를 시작한 그 답게 팝과 일렉트로닉을 오가며 음악적 자양분을 쌓아왔지만 결국 그의 관심은 클래식 음악에 닿게 되었다그는 한 인터뷰에서 "클래식 음악을 공부하지 않은 대중에게 클래식은 늘 닫혀 있다클래식 음악에 영향을 받은 내 음악을 통해 대중이 클래식에 대한 마음을 열었으면 한다"라고 말한 바 있다클래식에 대한 심리적 장벽을 허물겠다는 의지로 읽히는 대목이다.

과하지 않고 디테일하게 조율된 일렉트로닉 사운드에 피아노어쿠스틱 현악기 같은 악기들을 조합한 그의 독창적인 체임버 음악은 현대미와 고전미를 동시에 발산하며 그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음악과 기술의 섬세한 조합이 설득력 있게 다가온 것이다. 2013년 음반 ‘For Now I Am Winter’로 그는 빌보드 클래식 차트 1위를 석권했으며 영국 아카데미상(BAFTA) 최우수 TV 음악상을 거머쥐기도 했다.

 최근 한국무대에 자주 오르고 있는 막스 리히터의 <비발디 사계 리콤포즈드>는 2012년 바로크의 비발디 시계를 현대적으로 재구성한 작품으로 큰 호응을 얻었는데 마찬가지로 3년 뒤 아르날즈는 쇼팽을 선택하여 현대적인 각색을 시도했다그가 쇼팽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한 인터뷰에서 그는 "어렸을 적부터 할머니와 함께 쇼팽을 들었고 할머니가 임종을 맞을 때에도 쇼팽의 음악이 흘렀다"며 쇼팽이 자신에게 각별했던 이유를 설명했다.

2015년 그가 피아니스트 알리스 사라 오트와 함께 내놓은 앨범 '쇼팽 프로젝트'는 쇼팽과 쇼팽으로부터 영감을 받아 현대적으로 작곡한 아르날즈의 곡들이 조화를 이루며 믹싱 기술을 활용한 현악기와 전자음악노이즈가 가미된 21세기 쇼팽 버전이다그의 철학이 흥미로운데 그의 관심사는 "쇼팽을 더 완벽하게 연주하기보다는 쇼팽을 다르게 연주하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으며 세련된 스타인웨이 피아노 소리보다도 오히려 술집의 평범한 피아노 소리가 더 흥미로울 수 있다는 과감한 발언으로 주목을 받았다. (실제로 아르날즈는 피아니스트와 함께 아이슬란드의 수도 레이캬비크에서 다양한 피아노를 사용하며 일부러 빈티지한 징비로 녹음했다고 한다.) 새로운 시도에 둔감한 클래식에 돌직구를 날리기도 하는 그의 말속에 클래식이 좀더 과감한 시도를 포용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읽혀진다예를 들어 아르날즈는 2대의 어쿠스틱 피아노가 미디를 통해 소리를 내는 마스터 건반과 서로 연동되어 자동으로 소리를 내는 스트라투스(Stratus) 시스템을 개발했는데 그의 실험정신이 여실히 드러난다.

 막스 리히터의 <비발디 사계 리콤포즈드>는 기존 음악을 붙이고 자르며 리듬적인 요소를 강조시키는 과감한 변주가 돋보이는데 아르날즈는 기존 쇼팽의 선율에 손대지 않으면서 쇼팽으로부터 받은 영감에 의거새로 작곡하는 방식을 택했다또한 현장감을 중시하는 그답게 일상 잡음노이즈 같은 소리들을 음악의 한 부분으로 포용했다는 사실도 주목할 만하다.

 이 음반은 9개의 트랙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도입부에 해당하는 'Verses'는 쇼팽의 피아노 소나타 3번에 영감을 받아 작곡했으며 현악기가 연주한다이어서 다음 트랙에서는 원곡 쇼팽 피아노 소나타 3(Largo)이 흐른다그다음 이어지는 녹턴의 선율은 피아노 대신 바이올린이 연주하며 이 선율을 차용하여 아르날즈가 작곡한 음악이 다음 트랙에서 이어진다이처럼 유기적으로 연결된 하나의 스토리처럼 쇼팽과 쇼팽에게서 영감을 받은 아르날즈가 서로 교차하며 연주된다이 음반은 결국 영국 클래식 차트 1위를 차지하며 예술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인정받았다.

현재까지도 기존 쇼팽을 그 만의 독창적인 방식으로 섬세하게 재해석했다는 점에서 장르적 순도를 중요시하는 클래식계에 참신한 자극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국무대에서도 이 곡을 접할 날을 기대해 본다.

트랙 5번의 수록된 녹턴 in G Minor는 바깥의 빗소리를 비롯하여 일상 소음이 피아노 연주와 어우러지며 현장감 있으면서도 빈티지한 감성을 자극한다콘서트라면 잡음으로 치부될 수 있는 소리들이 오히려 피아노 연주를 방해하지 않고 어우러진다는 점에서 성공적인 시도라고 여겨진다.

 

*유튜브 링크

https://www.youtube.com/watch?v=vIHJMaRQfwo&list=OLAK5uy_mx8ECLrrOy8KaZbm_ttnEBvhyc1d0QAm4&index=5

 

<필자소개

아드리엘 김은 오스트리아 빈 국립음대에서 지휘와 바이올린을 전공졸업(석사)했으며 도이치 방송 교향악단 부지휘자와 디토 오케스트라 수석지휘자를 역임한바 있다현재는 지휘자작곡가문화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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