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바지 무더위가 기승인 가운데뜨거운 더위를 이열치열(以熱治熱)로 시기는 가장 뜨거운 전시가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을 달구고 있다. 《거장의 시선, 사람을 향하다-영국 내셔널갤러리 명화전》(~2023.10.9.)은 한국과 영국 수교(1883년) 140주년을 기념하여 내셔널갤러리 소장 명화를 국내 최초로 공개하는 전시로라파엘로, 티치아노, 카라바조, 푸생, 벨라스케스, 반 다이크, 렘브란트, 고야, 터너, 컨스터블, 토마스 로렌스, 마네, 모네, 르누아르, 고갱, 반 고흐 등 서양 미술 거장들의 명화 52점을 만날 수 있다. 개막 이후 한달 동안 하루 평균 2600명씩 찾아 10만 명을 가뿐히 돌파한 전시로 국내에서 만나보기 힘들었던 르네상스시대 회화부터 관람객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인상주의 회화까지를 다채롭게 조망한다. 이와 맞물려 또다른 인기를 끄는 사유의 방의 두 안주인은 바로 ‘국보 반가사유상’이다. 최근 한류가 전세계적 인기로 부상한 가운데 상설전시실의 인기스타인 이들을 보기 위해 ‘1300년된 한국의 생각하는 사람(?)’을 찾는 외국인들도 눈에 띈다. 동·서 명작의 향연속으로 풍덩 감성을 던져보자.
내셔널갤러리 명화전의 하이라이트, 신에서 인간의 시선으로
15~20세기 초 유럽 회화의 흐름을 살피는 이번 전시에서는 서양미술 명작을 통해 미술의 주제가 신으로부터 사람과 우리 일상으로 향하는 모습을 조명한다. 전시는 시간대별로 입장 인원을 제한해서 반드시 사전예약을 하고 가야 한다. 최근엔 표가 좀 풀리기 시작해 8월7일 이후 부터 여유가 있다. 관람 포인트들을 짚어보면, 전시는 4부 구성으로 중세 이후 르네상스부터 종교와 신에 머물러 있던 거장의 시선이 어떻게 변화되어, 인상주의 시기까지 닿아가고 있는지를 선보인다.
라파엘로, 성모자와 세례 요한(가바의 성모)
<1부. 르네상스, 사람 곁으로 온 신> 파트에서는 라파엘로 ‘성모자와 세례 요한(가바의 성모)’을 픽했다. 전성기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화가 라파엘로가 바티칸 교황궁에서 ‘아테네 학당’을 그리던 시기 그린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바로크시대 하면 네덜란드가 대표적인데, 네덜란드 그림들이 강조한 독특한 느낌들이 주목할 만하다. 분열된 교회, 종교개혁으로부터 탈피한 자유, 플랑드르 지역이 자본주의와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미술품 시장이 형성되고, 정물화-풍속화-풍경화 등 다양한 장르의 미술시장이 만들어진다. 요아킴 베케라르 <4원소> 가운데 물그림, 그림을 소비하는 주체가 시민임을 보여준다. 플랑드르 화가 알베르트 코이프는 평화로운 네덜란드 풍경을 그린다. 과학시대의 발견과 인간의 시선으로 내려온 시대를 보여준다.
카라바조, 도마뱀에 물린 소년
<2부. 분열된 교회, 서로 다른 길>의 대표작은 카라바조의 <도마뱀에 물린 소년>으로, 강렬하고 극적인 묘사가 두드러진다. 꽃병에 꽂힌 장미꽃을 만지다가 그 안에 숨어 있던 도마뱀에게 물려 놀란 소년을 그렸다. 명암의 극적인 대비로 회화지만 조각 같은 입체감을 느낄 수 있다.
렘브란트, 63세의 자화상
<3부. 새로운 시대, 나에 대한 관심>에서 주목할 최고의 작품은 ‘렘브란트 63세 자화상’이다. 다빈치와 함께 17세기 유럽 회화 사상 최고의 화가로 손꼽히는 하르멘츠 반 레인 렘브란트는 1632년에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에 정착한 이후로, 약 10여 년간 명성과 부를 누리며 최고의 초상화가의 삶을 살았다. 또한 그는 50점 이상의 유화와 30점 이상의 에칭, 셀 수 없이 많은 드로잉으로 자화상을 제작했는데, 이를 통해 렘브란트는 자아성찰에 대한 욕구가 매우 강했음을 알 수 있다. 이 작품은 1669년에 그린 <63세의 자화상>으로 렘브란트가 죽은 마지막 해에 그려진 것이다. 렘브란트는 일생동안 많은 자화상을 회화와 동판화로 남겼는데, 말년에 이들을 많이 없앴다.
<4부. 인상주의, 빛나는 순간>에서는 에두아르 마네의 <카페 콩세르의 한구석>을 추천한다.
19세기 말 파리에서 사는 삶의 한 장면을 담고 있는 '카페 콩세르'는 다양한 계급의 사람들이 모여들어 담배와 술을 즐기고 서로 대화를 나누며 가벼운 노래와 공연을 감상할 수 있는 곳으로, 특히 인상주의와 관련 있는 예술가들과 문필가들이 만나던 세련된 장소라고. 마네는 1872년부터 1883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인기 있는 카페 콩세르, 식당, 카페 등의 내부와 테라스, 정원 등을 담은 그림을 많이 그렸다.
최근 한국에서 영국전시를 하는 것처럼, 영국내에서도 한국에 대한 관심이 풍성하다. 빅토리아앤 알버트 뮤지엄의 한류전시가 8개월간 끝난 이후 더 그런 열풍이 불고 있다. 이달만해도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가 BBC Proms 2023에서 이름을 올렸고, 다음달 27일까지 ‘한류 수출시장 다변화’를 촉진하는 차원에서 ‘2023 K-콘텐츠 엑스포 인(in) 영국’과 코리안 뮤직 페스티벌 등의 행사가 기다리고 있다
해외 관광객들의 찬사, 사유의 방에서 만나는 나의 발견
내셔널갤러리전을 봤다면 한국적인 방도 꼭 보기를 권장한다. 최근 반가사유상 굿즈를 통해 많은 관심을 받고있는 반가사유상들은 상설전시실 2층 초입에 있어 언제나 내 안을 돌아보는 ‘명상장소’로 각광 받는다. 혹자들은 이 작품을 보고 서양식 생각하는 사람(로댕)이라고 말한다. 사유의 방은 삼국시대 6세기 후반과 7세기 전반에 제작된 우리나라의 국보 반가사유상(半跏思惟像) 두 점을 나란히 전시한 공간이다. 어둡고 고요한 복도를 지나면 왼쪽 무릎 위에 오른쪽 다리를 얹고 오른쪽 손가락을 살짝 뺨에 댄 채 깊은 생각에 잠긴 반가사유상을 만나볼 수 있다. 뛰어난 주조기술을 바탕으로 간결하면서도 생동감 넘치고, 화려하면서도 절제된 근엄한 반가사유상의 모습은 인간의 생로병사에 대한 깊은 고뇌와 깨달음을 상징한다. 이제는 문화재 지정번호가 없어졌는데. 과거 두 반가사유상은 ‘국보 78호’, ‘국보 83호’로 불렸다. 제작된 시기도 비슷하고 둘다 부처를 형상화한 불상이지만, 종교적 도상보다 시공을 초월한 인간 사유의 결과라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사유의 방, 국보 반가사유상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머리에 쓴 보관(寶冠)이다. 왼쪽에 있는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은 화려한 보관을 쓰고 있는데 탑처럼 보이는 장식이 솟아 있는 이 보관은 태양과 초승달을 결합한 특이한 형식으로 흔히 일월식(日月蝕)이라고 한다. 이 형식은 원래 사산조 페르시아의 왕관에서 유래했는데, 비단길을 통해 동쪽으로 전파되면서 보살상의 보관으로 바뀌었다. 오른쪽에 있는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은 머리에 삼산관(三山冠) 또는 연화관(蓮花冠)이라고 불리는 낮은 관을 쓰고 있다. 상반신에 옷을 전혀 걸치지 않은 채 단순한 목걸이만 착용하고 있다. 단순하지만 자연스럽고 분명한 얼굴 표현이 절제되면서도 강건한 미감을 드러낸다. 7세기 전반에 제작된 것으로, 일본 교토 고류지(廣隆寺)의 목조반가사유상과 매우 닮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삼국의 불상이 고대 일본으로 전래된 유력한 증거로 꼽힌다.
<필자소개>
안현정씨는 예술철학전공 철학박사 출신의 문화평론가이자 방송인으로 현재 성균관대학교박물관 학예관, 유중재단 이사, 고려사이버대학교 문화예술경영학과 겸임교수를 맡고 있다.
막바지 무더위가 기승인 가운데뜨거운 더위를 이열치열(以熱治熱)로 시기는 가장 뜨거운 전시가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을 달구고 있다. 《거장의 시선, 사람을 향하다-영국 내셔널갤러리 명화전》(~2023.10.9.)은 한국과 영국 수교(1883년) 140주년을 기념하여 내셔널갤러리 소장 명화를 국내 최초로 공개하는 전시로라파엘로, 티치아노, 카라바조, 푸생, 벨라스케스, 반 다이크, 렘브란트, 고야, 터너, 컨스터블, 토마스 로렌스, 마네, 모네, 르누아르, 고갱, 반 고흐 등 서양 미술 거장들의 명화 52점을 만날 수 있다. 개막 이후 한달 동안 하루 평균 2600명씩 찾아 10만 명을 가뿐히 돌파한 전시로 국내에서 만나보기 힘들었던 르네상스시대 회화부터 관람객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인상주의 회화까지를 다채롭게 조망한다. 이와 맞물려 또다른 인기를 끄는 사유의 방의 두 안주인은 바로 ‘국보 반가사유상’이다. 최근 한류가 전세계적 인기로 부상한 가운데 상설전시실의 인기스타인 이들을 보기 위해 ‘1300년된 한국의 생각하는 사람(?)’을 찾는 외국인들도 눈에 띈다. 동·서 명작의 향연속으로 풍덩 감성을 던져보자.
내셔널갤러리 명화전의 하이라이트, 신에서 인간의 시선으로
15~20세기 초 유럽 회화의 흐름을 살피는 이번 전시에서는 서양미술 명작을 통해 미술의 주제가 신으로부터 사람과 우리 일상으로 향하는 모습을 조명한다. 전시는 시간대별로 입장 인원을 제한해서 반드시 사전예약을 하고 가야 한다. 최근엔 표가 좀 풀리기 시작해 8월7일 이후 부터 여유가 있다. 관람 포인트들을 짚어보면, 전시는 4부 구성으로 중세 이후 르네상스부터 종교와 신에 머물러 있던 거장의 시선이 어떻게 변화되어, 인상주의 시기까지 닿아가고 있는지를 선보인다.
라파엘로, 성모자와 세례 요한(가바의 성모)
<1부. 르네상스, 사람 곁으로 온 신> 파트에서는 라파엘로 ‘성모자와 세례 요한(가바의 성모)’을 픽했다. 전성기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화가 라파엘로가 바티칸 교황궁에서 ‘아테네 학당’을 그리던 시기 그린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바로크시대 하면 네덜란드가 대표적인데, 네덜란드 그림들이 강조한 독특한 느낌들이 주목할 만하다. 분열된 교회, 종교개혁으로부터 탈피한 자유, 플랑드르 지역이 자본주의와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미술품 시장이 형성되고, 정물화-풍속화-풍경화 등 다양한 장르의 미술시장이 만들어진다. 요아킴 베케라르 <4원소> 가운데 물그림, 그림을 소비하는 주체가 시민임을 보여준다. 플랑드르 화가 알베르트 코이프는 평화로운 네덜란드 풍경을 그린다. 과학시대의 발견과 인간의 시선으로 내려온 시대를 보여준다.
카라바조, 도마뱀에 물린 소년
<2부. 분열된 교회, 서로 다른 길>의 대표작은 카라바조의 <도마뱀에 물린 소년>으로, 강렬하고 극적인 묘사가 두드러진다. 꽃병에 꽂힌 장미꽃을 만지다가 그 안에 숨어 있던 도마뱀에게 물려 놀란 소년을 그렸다. 명암의 극적인 대비로 회화지만 조각 같은 입체감을 느낄 수 있다.
렘브란트, 63세의 자화상
<3부. 새로운 시대, 나에 대한 관심>에서 주목할 최고의 작품은 ‘렘브란트 63세 자화상’이다. 다빈치와 함께 17세기 유럽 회화 사상 최고의 화가로 손꼽히는 하르멘츠 반 레인 렘브란트는 1632년에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에 정착한 이후로, 약 10여 년간 명성과 부를 누리며 최고의 초상화가의 삶을 살았다. 또한 그는 50점 이상의 유화와 30점 이상의 에칭, 셀 수 없이 많은 드로잉으로 자화상을 제작했는데, 이를 통해 렘브란트는 자아성찰에 대한 욕구가 매우 강했음을 알 수 있다. 이 작품은 1669년에 그린 <63세의 자화상>으로 렘브란트가 죽은 마지막 해에 그려진 것이다. 렘브란트는 일생동안 많은 자화상을 회화와 동판화로 남겼는데, 말년에 이들을 많이 없앴다.
<4부. 인상주의, 빛나는 순간>에서는 에두아르 마네의 <카페 콩세르의 한구석>을 추천한다.
19세기 말 파리에서 사는 삶의 한 장면을 담고 있는 '카페 콩세르'는 다양한 계급의 사람들이 모여들어 담배와 술을 즐기고 서로 대화를 나누며 가벼운 노래와 공연을 감상할 수 있는 곳으로, 특히 인상주의와 관련 있는 예술가들과 문필가들이 만나던 세련된 장소라고. 마네는 1872년부터 1883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인기 있는 카페 콩세르, 식당, 카페 등의 내부와 테라스, 정원 등을 담은 그림을 많이 그렸다.
최근 한국에서 영국전시를 하는 것처럼, 영국내에서도 한국에 대한 관심이 풍성하다. 빅토리아앤 알버트 뮤지엄의 한류전시가 8개월간 끝난 이후 더 그런 열풍이 불고 있다. 이달만해도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가 BBC Proms 2023에서 이름을 올렸고, 다음달 27일까지 ‘한류 수출시장 다변화’를 촉진하는 차원에서 ‘2023 K-콘텐츠 엑스포 인(in) 영국’과 코리안 뮤직 페스티벌 등의 행사가 기다리고 있다
해외 관광객들의 찬사, 사유의 방에서 만나는 나의 발견
내셔널갤러리전을 봤다면 한국적인 방도 꼭 보기를 권장한다. 최근 반가사유상 굿즈를 통해 많은 관심을 받고있는 반가사유상들은 상설전시실 2층 초입에 있어 언제나 내 안을 돌아보는 ‘명상장소’로 각광 받는다. 혹자들은 이 작품을 보고 서양식 생각하는 사람(로댕)이라고 말한다. 사유의 방은 삼국시대 6세기 후반과 7세기 전반에 제작된 우리나라의 국보 반가사유상(半跏思惟像) 두 점을 나란히 전시한 공간이다. 어둡고 고요한 복도를 지나면 왼쪽 무릎 위에 오른쪽 다리를 얹고 오른쪽 손가락을 살짝 뺨에 댄 채 깊은 생각에 잠긴 반가사유상을 만나볼 수 있다. 뛰어난 주조기술을 바탕으로 간결하면서도 생동감 넘치고, 화려하면서도 절제된 근엄한 반가사유상의 모습은 인간의 생로병사에 대한 깊은 고뇌와 깨달음을 상징한다. 이제는 문화재 지정번호가 없어졌는데. 과거 두 반가사유상은 ‘국보 78호’, ‘국보 83호’로 불렸다. 제작된 시기도 비슷하고 둘다 부처를 형상화한 불상이지만, 종교적 도상보다 시공을 초월한 인간 사유의 결과라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사유의 방, 국보 반가사유상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머리에 쓴 보관(寶冠)이다. 왼쪽에 있는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은 화려한 보관을 쓰고 있는데 탑처럼 보이는 장식이 솟아 있는 이 보관은 태양과 초승달을 결합한 특이한 형식으로 흔히 일월식(日月蝕)이라고 한다. 이 형식은 원래 사산조 페르시아의 왕관에서 유래했는데, 비단길을 통해 동쪽으로 전파되면서 보살상의 보관으로 바뀌었다. 오른쪽에 있는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은 머리에 삼산관(三山冠) 또는 연화관(蓮花冠)이라고 불리는 낮은 관을 쓰고 있다. 상반신에 옷을 전혀 걸치지 않은 채 단순한 목걸이만 착용하고 있다. 단순하지만 자연스럽고 분명한 얼굴 표현이 절제되면서도 강건한 미감을 드러낸다. 7세기 전반에 제작된 것으로, 일본 교토 고류지(廣隆寺)의 목조반가사유상과 매우 닮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삼국의 불상이 고대 일본으로 전래된 유력한 증거로 꼽힌다.
<필자소개>
안현정씨는 예술철학전공 철학박사 출신의 문화평론가이자 방송인으로 현재 성균관대학교박물관 학예관, 유중재단 이사, 고려사이버대학교 문화예술경영학과 겸임교수를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