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스티벌 오케스트라의 특별함
여름은 우리에게 어떤 계절일까요? 여름은 작열하는 태양과 무더운 날씨, 매번 안타까운 인명 피해를 유발하는 장마와 태풍을 대면해야만 하는 계절이지만 방학과 휴가, 그리고 산과 바다로 떠나는 여행이 있어 많은 이들이 오래도록 기다리는 계절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음악가들, 그리고 음악을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여름은 어떤 계절일까요? 물론 다양한 대답이 있겠지만 다음과 같은 대답을 많은 이들에게 들을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여름은 페스티벌이 열리는 계절”이라는 것이지요.
여름이면 세계 각국에서 많은 음악 페스티벌이 열립니다. 다른 계절도 있는데 하필 여름에 대부분의 페스티벌이 열리는 이유는 그 때가 많은 오케스트라와 오페라 극장의 비시즌이기 때문입니다. 많은 경우 그들의 시즌은 가을에 시작해서 이듬해 초여름에 마무리됩니다. 그리고는 다음 시즌이 시작되기까지의 두세 달 정도가 (대개 7~8월) 비시즌이 되지요. 이 비시즌의 시간을 활용하여 많은 단체들이 페스티벌에 참가합니다. 어떻게 보면 시즌이 끝나고도 일이 계속되어 시즌과 비시즌의 구분이 없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요. 하지만, 상당수의 페스티벌이 유명한 휴양지나 야외 무대처럼 정규 시즌 중이라면 생각하기 어려운 독특한 장소에서 개최된다는 점이나 활력 넘치는 페스티벌 특유의 분위기를 생각해보면 페스티벌에 참여하는 것은 음악가에게도, 청중에게도 특별하게 여겨지지 않을까 합니다.
페스티벌의 규모와 성격은 다양합니다. 잘츠부르크 페스티벌(Salzburger Festspiele)처럼 오페라와 오케스트라 연주회, 그리고 리사이틀 등 성악과 기악 분야 모두를 포함하는 페스티벌이 있는가 하면 루체른 페스티벌(Lucerne Festival)처럼 오페라 없이 주로 기악 분야에 집중하는 페스티벌도 있고 바그너(R. Wagner, 1813-1883)의 작품을 다루는 바이로이트 페스티벌(Bayreuther Festspiele)처럼 특정 작곡가에 집중된 페스티벌도 있지요.
저마다의 매력을 뽐내며 많은 이들의 눈과 귀를 집중시키는 페스티벌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입니다.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란 이름 그대로 페스티벌을 위해 만들어진 오케스트라를 뜻합니다. 이 오케스트라는 일년에 한 번 특정 페스티벌에서 연주하기 위해 결성되었다가 예정된 몇 차례의 음악회가 끝나면 해체되지요. 이 과정을 페스티벌이 열리는 해마다 반복하게 됩니다. 물론 모든 페스티벌마다 각자의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페스티벌 오케스트라가 따로 없는 대신 한 오케스트라가 특정 페스티벌의 메인 오케스트라를 맡는 경우도 많은데,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의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Wiener Philharmoniker)와 탱글우드 페스티벌(Tanglewood Music Festival)에서의 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Boston Symphony Orchestra)가 이런 경우에 해당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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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가장 유명한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로는 1876년 첫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에서 결성되었으며 1886년이래 이 페스티벌의 오케스트라로 자리한 바이로이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Bayreuther Festspielorchester), 2003년 아바도(C. Abbado, 1933-2014)의 지휘로 많은 화제 속에 시작된 루체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Lucerne Festival Orchestra), 그리고 젊은 음악가들이 모여 그들의 에너지를 가득 발산하는 베르비에 페스티벌 오케스트라(Verbier Festival Orchestra) 등이 있습니다. 이들의 연주는 많은 영상물로도 접할 수 있지요. 다만, 바이로이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의 연주 모습은 그들이 연주하는 바그너의 오페라 영상 속에서 좀처럼 발견하기 어렵습니다. 이는 오페라 영상의 특성상 영상의 중심이 가수들이 활약하는 무대에 있다는 것, 오케스트라가 청중석 어디서도 보이지 않게 설계된 것으로 유명한 바이로이트 축제극장(Bayreuther Festspielhaus)의 구조, 그리고 촬영에 적합하지 않아 보이는 오케스트라 피트(오페라 연주에서 오케스트라가 자리하는 곳)에 기인하지요.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의 특별함은 어디에 있을까요? 우선 희소성에 있지 않을까 합니다. 상설 오케스트라와는 달리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는 한 해에 몇 차례만 그 페스티벌이 열리는 곳에서 들을 수 있으니까요. 물론, 루체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의 경우처럼 페스티벌 이후 몇몇 도시로 연주 투어를 떠나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다 해도 이런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를 직접 들을 수 있는 기회가 무척 제한적이라는 점은 변하지 않습니다.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의 구성도 우리의 흥미를 이끄는 점 중 하나입니다.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의 구성원들은 대부분 오케스트라 음악가들입니다. 즉, 그들은 시즌 중에는 본인이 속한 오케스트라에서 활동하다가 비시즌에 특정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로 모이는 것이지요. 그렇게 되면 자연히 평상시 볼 수 없던 독특한 조합의 오케스트라가 탄생하게 됩니다. 이는 청중에게도 음악가들에게도 신선한 자극이지요.
마지막으로 언급하고 싶은 특별함은 휴가를 마다하고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로 향하는 음악가들의 자발성, 그리고 좋아하는 사람들과 모여 함께 음악을 만들어가는 것에서 오는 기쁨입니다. 이는 루체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에 참여하고 있는 비올리스트 타냐 크리스트(T. Christ, 1966- )나 바이올리니스트 코르비니안 알텐베르거(K. Altenberger, 1982- ) 등이 인터뷰에서 직접 언급한 내용인데, 이 자발성과 기쁨은 일차적으로는 청중보다는 음악가의 측면에서 바라본 특별함이지요. 그러나, 이 특별함은 그들이 만들어내는 음악을 통해 결국 청중에게 생생하게 전달될 것이 분명합니다.
올 여름에도 다양한 페스티벌이 개최되고 또 그 안에서 많은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들이 활약할 것입니다. 음악을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페스티벌과 그 오케스트라에 머무르겠지요. 이들이 펼쳐 보이는 음악으로 인해 보다 풍요로운 여름이 되기를 바래봅니다.
추천영상: 아바도의 지휘로 루체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드뷔시의 교향시 <바다>입니다. 2003년 많은 이들의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이 오케스트라가 첫 선을 보였던 음악회에서의 연주이지요. 새롭게 탄생한 오케스트라의 다채롭고 섬세하며 생동감 가득한 연주는 많은 이들을 매료시켰습니다. 지휘자와 음악가들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생생한 열기 또한 일품인 이 연주를 감상해 보세요.
https://www.youtube.com/watch?v=SgSNgzA37To
박병준씨는 음악학자이자 음악칼럼니스트로 오스트리아 그라츠 국립음악대학교에서 비올라를 전공했으며 같은 대학에서 박사학위(음악학)를 취득했다. 현재는 광명 심포니 오케스트라 비올라 수석 연주자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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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스티벌 오케스트라의 특별함
여름은 우리에게 어떤 계절일까요? 여름은 작열하는 태양과 무더운 날씨, 매번 안타까운 인명 피해를 유발하는 장마와 태풍을 대면해야만 하는 계절이지만 방학과 휴가, 그리고 산과 바다로 떠나는 여행이 있어 많은 이들이 오래도록 기다리는 계절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음악가들, 그리고 음악을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여름은 어떤 계절일까요? 물론 다양한 대답이 있겠지만 다음과 같은 대답을 많은 이들에게 들을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여름은 페스티벌이 열리는 계절”이라는 것이지요.
여름이면 세계 각국에서 많은 음악 페스티벌이 열립니다. 다른 계절도 있는데 하필 여름에 대부분의 페스티벌이 열리는 이유는 그 때가 많은 오케스트라와 오페라 극장의 비시즌이기 때문입니다. 많은 경우 그들의 시즌은 가을에 시작해서 이듬해 초여름에 마무리됩니다. 그리고는 다음 시즌이 시작되기까지의 두세 달 정도가 (대개 7~8월) 비시즌이 되지요. 이 비시즌의 시간을 활용하여 많은 단체들이 페스티벌에 참가합니다. 어떻게 보면 시즌이 끝나고도 일이 계속되어 시즌과 비시즌의 구분이 없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요. 하지만, 상당수의 페스티벌이 유명한 휴양지나 야외 무대처럼 정규 시즌 중이라면 생각하기 어려운 독특한 장소에서 개최된다는 점이나 활력 넘치는 페스티벌 특유의 분위기를 생각해보면 페스티벌에 참여하는 것은 음악가에게도, 청중에게도 특별하게 여겨지지 않을까 합니다.
페스티벌의 규모와 성격은 다양합니다. 잘츠부르크 페스티벌(Salzburger Festspiele)처럼 오페라와 오케스트라 연주회, 그리고 리사이틀 등 성악과 기악 분야 모두를 포함하는 페스티벌이 있는가 하면 루체른 페스티벌(Lucerne Festival)처럼 오페라 없이 주로 기악 분야에 집중하는 페스티벌도 있고 바그너(R. Wagner, 1813-1883)의 작품을 다루는 바이로이트 페스티벌(Bayreuther Festspiele)처럼 특정 작곡가에 집중된 페스티벌도 있지요.
저마다의 매력을 뽐내며 많은 이들의 눈과 귀를 집중시키는 페스티벌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입니다.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란 이름 그대로 페스티벌을 위해 만들어진 오케스트라를 뜻합니다. 이 오케스트라는 일년에 한 번 특정 페스티벌에서 연주하기 위해 결성되었다가 예정된 몇 차례의 음악회가 끝나면 해체되지요. 이 과정을 페스티벌이 열리는 해마다 반복하게 됩니다. 물론 모든 페스티벌마다 각자의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페스티벌 오케스트라가 따로 없는 대신 한 오케스트라가 특정 페스티벌의 메인 오케스트라를 맡는 경우도 많은데,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의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Wiener Philharmoniker)와 탱글우드 페스티벌(Tanglewood Music Festival)에서의 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Boston Symphony Orchestra)가 이런 경우에 해당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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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가장 유명한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로는 1876년 첫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에서 결성되었으며 1886년이래 이 페스티벌의 오케스트라로 자리한 바이로이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Bayreuther Festspielorchester), 2003년 아바도(C. Abbado, 1933-2014)의 지휘로 많은 화제 속에 시작된 루체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Lucerne Festival Orchestra), 그리고 젊은 음악가들이 모여 그들의 에너지를 가득 발산하는 베르비에 페스티벌 오케스트라(Verbier Festival Orchestra) 등이 있습니다. 이들의 연주는 많은 영상물로도 접할 수 있지요. 다만, 바이로이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의 연주 모습은 그들이 연주하는 바그너의 오페라 영상 속에서 좀처럼 발견하기 어렵습니다. 이는 오페라 영상의 특성상 영상의 중심이 가수들이 활약하는 무대에 있다는 것, 오케스트라가 청중석 어디서도 보이지 않게 설계된 것으로 유명한 바이로이트 축제극장(Bayreuther Festspielhaus)의 구조, 그리고 촬영에 적합하지 않아 보이는 오케스트라 피트(오페라 연주에서 오케스트라가 자리하는 곳)에 기인하지요.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의 특별함은 어디에 있을까요? 우선 희소성에 있지 않을까 합니다. 상설 오케스트라와는 달리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는 한 해에 몇 차례만 그 페스티벌이 열리는 곳에서 들을 수 있으니까요. 물론, 루체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의 경우처럼 페스티벌 이후 몇몇 도시로 연주 투어를 떠나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다 해도 이런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를 직접 들을 수 있는 기회가 무척 제한적이라는 점은 변하지 않습니다.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의 구성도 우리의 흥미를 이끄는 점 중 하나입니다.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의 구성원들은 대부분 오케스트라 음악가들입니다. 즉, 그들은 시즌 중에는 본인이 속한 오케스트라에서 활동하다가 비시즌에 특정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로 모이는 것이지요. 그렇게 되면 자연히 평상시 볼 수 없던 독특한 조합의 오케스트라가 탄생하게 됩니다. 이는 청중에게도 음악가들에게도 신선한 자극이지요.
마지막으로 언급하고 싶은 특별함은 휴가를 마다하고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로 향하는 음악가들의 자발성, 그리고 좋아하는 사람들과 모여 함께 음악을 만들어가는 것에서 오는 기쁨입니다. 이는 루체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에 참여하고 있는 비올리스트 타냐 크리스트(T. Christ, 1966- )나 바이올리니스트 코르비니안 알텐베르거(K. Altenberger, 1982- ) 등이 인터뷰에서 직접 언급한 내용인데, 이 자발성과 기쁨은 일차적으로는 청중보다는 음악가의 측면에서 바라본 특별함이지요. 그러나, 이 특별함은 그들이 만들어내는 음악을 통해 결국 청중에게 생생하게 전달될 것이 분명합니다.
올 여름에도 다양한 페스티벌이 개최되고 또 그 안에서 많은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들이 활약할 것입니다. 음악을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페스티벌과 그 오케스트라에 머무르겠지요. 이들이 펼쳐 보이는 음악으로 인해 보다 풍요로운 여름이 되기를 바래봅니다.
추천영상: 아바도의 지휘로 루체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드뷔시의 교향시 <바다>입니다. 2003년 많은 이들의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이 오케스트라가 첫 선을 보였던 음악회에서의 연주이지요. 새롭게 탄생한 오케스트라의 다채롭고 섬세하며 생동감 가득한 연주는 많은 이들을 매료시켰습니다. 지휘자와 음악가들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생생한 열기 또한 일품인 이 연주를 감상해 보세요.
https://www.youtube.com/watch?v=SgSNgzA37To
박병준씨는 음악학자이자 음악칼럼니스트로 오스트리아 그라츠 국립음악대학교에서 비올라를 전공했으며 같은 대학에서 박사학위(음악학)를 취득했다. 현재는 광명 심포니 오케스트라 비올라 수석 연주자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