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의 심볼, 미키마우스가 악수를 청한 지휘자
혁신과 도전의 지휘자 레오폴트 스토코프스키
1940년에 제작된 디즈니의 장편 애니메이션 <판타지아>에 깜짝 등장하는 지휘자 레오폴트 스토코프스키. 제작자들이 만화 캐릭터 속에 그의 지휘 제스처를 심어놓을 정도로 그는 수퍼스타 지휘자였으며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를 미국을 대표하는 5대 악단 중의 하나로 키워낸 장본인이었다. 어두운 전체 조명 속에 자신의 손과 머리에 스포트라이트를 비춰달라고 주문했던 그의 쇼맨십과 독보적인 인기가 그를 설명하는 전부였다면 그는 세계적인 거장의 반열에 올라서지 못했을 터. 보수적인 클래식계에서 아티스트의 대중적인 행보가 두드러지면 가벼운 이미지로 소비되기 십상인데 그는 다방면에 크리에이티브함을 발휘하며 94세의 나이에 타계하기까지 늘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며 후대에 큰 영향력을 미쳤다.
1903년 영국 옥스포드 대학교를 졸업한 그가 1905년, 23세의 나이에 미국으로 건너왔을때 그를 알아봐 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의 진가가 드러나기 시작한 건 뉴욕에서 오르가니스트로 이름을 알리던 그가 아내의 권유로 지원한 신시내티 심포니의 상임지휘자로 부임하면서부터이다. 클리블랜드의 한 신문사는 그에 대해 "젊은 나이에도 불구, 창의적인 천재가 가진 불꽃을 엿볼 수 있었다"라고 평하며 그의 가능성을 점쳤다. 결국 그는 1912년 펜실베니아주의 이름없는 지방악단이었던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의 상임지휘자 자리를 맡아 26년간 이끌며 그의 이름을 전 세계에 각인시켰으며 명실상부 미국을 대표하는 일류 오케스트라 반열에 올려놓았다.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하면 떠오르는 것이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필라델피아 사운드'다. 윤택하면서도 화려한 사운드가 일품인데 스토코프스키의 조련 아래 발현되기 시작했다. 레전드 중의 레전드 지휘자로 불리우는 카를로스 클라이버가 이 사운드의 비밀을 캐고 다녔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
무엇이 필라델피아 사운드를 만들어낸 것일까. 몇가지 요인을 들어보자. 우리가 상상하는 좋은 오케스트라의 현악합주는 하나된 일사불란한 움직임인데, 스토코프스키는 놀랍게도 단원들로 하여금 각각 다른 보잉(활주법)으로 연주하게 함으로써 긴 음악적 프레이즈와 개성있는 색채를 부각시켰다. 또한 자리배치에 있어서도 새로운 시도를 감행했는데 지휘자를 중심으로 좌우에 배치되었던 제1바이올린과 제2바이올린을 지휘자 좌측에 나란히 연주하게끔 배치함으로서 바이올린 그룹의 화려한 색채와 고음의 일치감이 극대화 되었다. 결과적으로 왼쪽은 고음, 오른쪽은 저음악기를 배치하는 이 포지셔닝은 전형적인 미국식 배치로 자리잡게 되었고 전세계로 퍼져나가게 되었다.
동시대성을 중요시했던 그는 전위음악을 대표하는 작곡가 쇤베르크 생전에 그가 작곡한 모든 오케스트라 작품을 지휘할 정도로 동시대 작곡가 소개에도 적극적이었다.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4번을 비롯하여 스트라빈스키의 수많은 관현악 작품들의 미국 초연을 도맡았으며 그의 말년까지 참신한 작품에 대한 그의 목마름은 끊임없었다. 청중에게 생소한 초연곡들을 정규 레퍼토리에 포함시킨다는건 여러모로 모험이라는 사실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 대중성을 갖춘 지휘자지만 대중의 인기에 좌지우지하지 않았던 그의 면모가 읽혀지는 대목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그는 기존 작품들에 대한 재해석, 재창조를 시도하기도 했다. 젊은 시절 오르가니스트로 활동했던 스토코프스키는 바흐의 유명한 오르간곡들을 직접 오케스트라 곡으로 편곡하여 무대에 올렸다.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행보였는데 훗날 유럽 투어 중 한 인터뷰에서 "자신이 편곡한 바흐를 접하고 관객은 열광했지만 미국 평단은 거부감을 드러냈다"고 말한 바 있다. 애니메이션 <판타지아>에 등장하는 바흐의 토카타와 푸가(BWV565)는 그가 편곡한 작품이며 새로운 관현악적 색채감을 뽐내며 현재까지도 무대에 오르고있다.
미국 내 클래식 음악의 저변확대를 위해 오케스트라 창단에도 힘을 쏟았는데 올 아메리칸 유스 오케스트라, 헐리우드 볼 심포니 오케스트라 등이 잘 알려져 있다. 1962년, 나이 80에 이르러 창단한 '아메리칸 심포니 오케스트라'는 젊은층의 콘서트 유입을 목표삼아 티켓 가격을 낮췄고 재정적자는 자신의 돈으로 메꾸는 등 각별한 애정을 쏟기도 했다. 미래의 다음 세대에게 물려줄 문화적 유산을 염두에 둔 행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의 플레이빌지는 '어떻게 스토코프스키가 미국에서 관현악 음악을 대중화 시켰는가'라는 제목의 기사를 싣고 그가 미국 음악계에 끼친 영향력을 조명한 바 있다. 디즈니가 제작한 애니메이션 <판타지아>에서 디즈니의 심볼 미키마우스가 그에게 악수를 청한건 그의 끝없는 도전정신에 대한 경의를 표한 것이 아니었을까. 디즈니 본인이 그랬던 것처럼.
스토코프스키가 편곡한 바흐의 '토카타와 푸가'는 오르간이 뿜어내는 장엄한 사운드와는 다른 다채로운 관현악의 색채감을 만끽할 수 있는 매력적인 버전이다. 심플한 관현악 편곡 속에 화려한 현악기를 주축으로 따뜻한 목관과 무게감있는 금관이 어우러지며 큰 스케일의 감동을 선사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0i2l9DQt_QY
아드리엘 김은 오스트리아 빈 국립음대에서 지휘와 바이올린을 전공, 졸업(석사)했으며 도이치 방송 교향악단 부지휘자와 디토 오케스트라 수석지휘자를 역임한바 있다, 현재는 지휘자, 작곡가, 문화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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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과 도전의 지휘자 레오폴트 스토코프스키
1940년에 제작된 디즈니의 장편 애니메이션 <판타지아>에 깜짝 등장하는 지휘자 레오폴트 스토코프스키. 제작자들이 만화 캐릭터 속에 그의 지휘 제스처를 심어놓을 정도로 그는 수퍼스타 지휘자였으며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를 미국을 대표하는 5대 악단 중의 하나로 키워낸 장본인이었다. 어두운 전체 조명 속에 자신의 손과 머리에 스포트라이트를 비춰달라고 주문했던 그의 쇼맨십과 독보적인 인기가 그를 설명하는 전부였다면 그는 세계적인 거장의 반열에 올라서지 못했을 터. 보수적인 클래식계에서 아티스트의 대중적인 행보가 두드러지면 가벼운 이미지로 소비되기 십상인데 그는 다방면에 크리에이티브함을 발휘하며 94세의 나이에 타계하기까지 늘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며 후대에 큰 영향력을 미쳤다.
1903년 영국 옥스포드 대학교를 졸업한 그가 1905년, 23세의 나이에 미국으로 건너왔을때 그를 알아봐 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의 진가가 드러나기 시작한 건 뉴욕에서 오르가니스트로 이름을 알리던 그가 아내의 권유로 지원한 신시내티 심포니의 상임지휘자로 부임하면서부터이다. 클리블랜드의 한 신문사는 그에 대해 "젊은 나이에도 불구, 창의적인 천재가 가진 불꽃을 엿볼 수 있었다"라고 평하며 그의 가능성을 점쳤다. 결국 그는 1912년 펜실베니아주의 이름없는 지방악단이었던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의 상임지휘자 자리를 맡아 26년간 이끌며 그의 이름을 전 세계에 각인시켰으며 명실상부 미국을 대표하는 일류 오케스트라 반열에 올려놓았다.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하면 떠오르는 것이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필라델피아 사운드'다. 윤택하면서도 화려한 사운드가 일품인데 스토코프스키의 조련 아래 발현되기 시작했다. 레전드 중의 레전드 지휘자로 불리우는 카를로스 클라이버가 이 사운드의 비밀을 캐고 다녔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
무엇이 필라델피아 사운드를 만들어낸 것일까. 몇가지 요인을 들어보자. 우리가 상상하는 좋은 오케스트라의 현악합주는 하나된 일사불란한 움직임인데, 스토코프스키는 놀랍게도 단원들로 하여금 각각 다른 보잉(활주법)으로 연주하게 함으로써 긴 음악적 프레이즈와 개성있는 색채를 부각시켰다. 또한 자리배치에 있어서도 새로운 시도를 감행했는데 지휘자를 중심으로 좌우에 배치되었던 제1바이올린과 제2바이올린을 지휘자 좌측에 나란히 연주하게끔 배치함으로서 바이올린 그룹의 화려한 색채와 고음의 일치감이 극대화 되었다. 결과적으로 왼쪽은 고음, 오른쪽은 저음악기를 배치하는 이 포지셔닝은 전형적인 미국식 배치로 자리잡게 되었고 전세계로 퍼져나가게 되었다.
동시대성을 중요시했던 그는 전위음악을 대표하는 작곡가 쇤베르크 생전에 그가 작곡한 모든 오케스트라 작품을 지휘할 정도로 동시대 작곡가 소개에도 적극적이었다.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4번을 비롯하여 스트라빈스키의 수많은 관현악 작품들의 미국 초연을 도맡았으며 그의 말년까지 참신한 작품에 대한 그의 목마름은 끊임없었다. 청중에게 생소한 초연곡들을 정규 레퍼토리에 포함시킨다는건 여러모로 모험이라는 사실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 대중성을 갖춘 지휘자지만 대중의 인기에 좌지우지하지 않았던 그의 면모가 읽혀지는 대목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그는 기존 작품들에 대한 재해석, 재창조를 시도하기도 했다. 젊은 시절 오르가니스트로 활동했던 스토코프스키는 바흐의 유명한 오르간곡들을 직접 오케스트라 곡으로 편곡하여 무대에 올렸다.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행보였는데 훗날 유럽 투어 중 한 인터뷰에서 "자신이 편곡한 바흐를 접하고 관객은 열광했지만 미국 평단은 거부감을 드러냈다"고 말한 바 있다. 애니메이션 <판타지아>에 등장하는 바흐의 토카타와 푸가(BWV565)는 그가 편곡한 작품이며 새로운 관현악적 색채감을 뽐내며 현재까지도 무대에 오르고있다.
미국 내 클래식 음악의 저변확대를 위해 오케스트라 창단에도 힘을 쏟았는데 올 아메리칸 유스 오케스트라, 헐리우드 볼 심포니 오케스트라 등이 잘 알려져 있다. 1962년, 나이 80에 이르러 창단한 '아메리칸 심포니 오케스트라'는 젊은층의 콘서트 유입을 목표삼아 티켓 가격을 낮췄고 재정적자는 자신의 돈으로 메꾸는 등 각별한 애정을 쏟기도 했다. 미래의 다음 세대에게 물려줄 문화적 유산을 염두에 둔 행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의 플레이빌지는 '어떻게 스토코프스키가 미국에서 관현악 음악을 대중화 시켰는가'라는 제목의 기사를 싣고 그가 미국 음악계에 끼친 영향력을 조명한 바 있다. 디즈니가 제작한 애니메이션 <판타지아>에서 디즈니의 심볼 미키마우스가 그에게 악수를 청한건 그의 끝없는 도전정신에 대한 경의를 표한 것이 아니었을까. 디즈니 본인이 그랬던 것처럼.
스토코프스키가 편곡한 바흐의 '토카타와 푸가'는 오르간이 뿜어내는 장엄한 사운드와는 다른 다채로운 관현악의 색채감을 만끽할 수 있는 매력적인 버전이다. 심플한 관현악 편곡 속에 화려한 현악기를 주축으로 따뜻한 목관과 무게감있는 금관이 어우러지며 큰 스케일의 감동을 선사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0i2l9DQt_QY
아드리엘 김은 오스트리아 빈 국립음대에서 지휘와 바이올린을 전공, 졸업(석사)했으며 도이치 방송 교향악단 부지휘자와 디토 오케스트라 수석지휘자를 역임한바 있다, 현재는 지휘자, 작곡가, 문화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