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축제가 나아갈 길
2019년 말부터 시작된 코로나로 명맥이 끊길 위기에 처했던 축제들이 올해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다. 하늘길이 열리고 마스크를 벗어 던진 사람들이 축제를 즐기기 위해 가벼운 발걸음으로 이곳저곳으로 떠나기 시작한 올해 봄, 오랜만에 한국의 대학 캠퍼스들도 축제로 들썩이며 화제를 모았다.
한국의 대학 축제들은 동아리나 과별로 부스를 열어 다양한 이벤트나 주점, 음식점을 운영하고 연예인들의 공연으로 대미를 장식하는 것이 관례로 자리잡았다. 따라서 대학들마다 공연 라인업에 따라 축제의 화제성이 점쳐지기도 한다. 그러나 이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도 있다. 성균관대학교 웹진 실무단의 인터뷰에 따르면 “외부인보다는 좀 더 성균인에 집중된 축제의 장이 되었으면 한다”는 의견도 다수 존재한다. 이런 반응은 비단 성균관대학교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축제가 열리는 대학들에서 보이는 공통적인 의견이기도 하다.
필자가 현재머무르고 있는 싱가포르에서도 대학 축제들이 열린다. 그중 ‘NUS Arts Festival’은 학생이 중심이 되는 축제로, 대학부설기관인 ‘Center For Arts’에서 공연장 및 홍보를 비롯한 행정지원을 통해 학생들이 전문적으로 공연을 진행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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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NUS Arts Festival은 ‘Spaces Between’이라는 주제로 개최되어 6,700여 명의 관객이 축제를 즐기기 위해 찾았다. 800여 명이 모여 20개의 공연, 영화 상영, 토크쇼 등을 진행한 이 축제는 재학생들을 중심으로 현장에서 활동 중인 졸업생들이 스태프로 참여하는 등 적극적으로 지원사격한다.
졸업생과 재학생들의 협업이 돋보였던 ‘Moonrise’의 경우 NUS 산하의 용쇼토우 음악원(Yong Siew Toh Conservatory)의 피아노과 졸업생과 사운드․영상 엔지니어들이 함께 완성한 크로스오버장르 공연물로 축제의 메인테마 ‘spaces between’를 ‘장르를 아우르며 넘나든다’는 의미로 해석한 신선한 작품이었다.
사이버공간 내 왕따를 주제로 한 연극 ‘End of the line’ 역시 재학생들과 전문가들의 협업이 돋보였던 공연으로 연극동아리 재학생들이 배우, 연출, 무대를 담당하고 전문가들의 자문을 구해 공연을 완성했다. 더불어 예술경영을 전공한 재학생들이 축제 전반에서 자원봉사자로 활약하며 공연 진행의 전체적인 구성을 현장감 있게 배우며 또 적극적으로 참여할 기회를 가졌다.
그 밖에 졸업생이 꾸미는 무대로 NUS 법대 졸업생이자 유명 배우인 Jo Tan이 1인칭 연극 ‘The Future Show’는 재학생들이 전문 배우의 연극을 좀 더 가까이서 관람할 수 있도록 소극장에서 단 40명의 관객만을 수용해 진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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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에서 또 하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컴퓨터공학과 2학년 학생이 전자 음악 ‘OmnIVerse: The Fourth Dimension’을 작곡해 연주한 것으로 관객들이 자유롭게 공연장을 드나들며 음악을 들을 수 있게 한 것이다. 정형적인 공연의 형태를 벗어나 관객들의 관람폭을 넓히면서 학생들의 역량을 자유롭게 펼칠 수 있게 도운 것은 ‘즐긴다’는 축제의 의미와 학생들의 주체성을 모두 존중한 사례로 볼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의 대학에도 몸담았던 필자에게는 NUS의 Arts Festival이 꽤나 신선한 자극으로 다가왔다. 올해 재개된 대학 축제는 코로나로 답답함을 느꼈던 대학생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숨통이 트이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17,000원에 판매되는 연세대 응원단 축제표가 인기가수의 참석으로 인해 35만원에 암표로 거래되고, 관객석에 대학생 대신 아이돌 팬들이 앉아있는 현실은 대학 축제의 정체성에 대한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축제를 단순히 유흥의 연장선으로 생각한다면 이런 현상이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그들을 초청하는데 쓰이는 개런티가 일정부분 재학생들의 등록금에서 충당된다는 것을 생각해볼 때 축제 주인의 자리를 대학생들에게 돌려주어야 한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NUS Arts Festival은 학생들이 스스로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이며 학교와 학생이 주체가 되어 열리는 축제로, 대학축제의 본질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그렇기에 상대적으로 관객 수가 적고 신나지 않을 수 있다. 교내 규정에 주류금지가 명시되어 있다보니 국내 대학축제와 비교해 분위기가 사뭇 조용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재학생과 졸업생이 피땀 흘려 준비한 작품이 무대에 올려지고, 그 성취감이 온전히 학생들에게 되돌아간다는 점에서 축제의 진정한 주인이 누구인지를 보여준다.
재개된 대학 축제가 성숙한 문화로 발전하기 위해 학생들과 관객 모두 ‘축제를 어떻게 만들고 즐길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다시 해 볼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인생에 다시 없을 귀중한 순간을 학생들이 함께 일궈낸 소중한 추억으로 채워야하지 않겠는가.
박선민씨는 한국예술종합학교(예술경영)와 홍콩과학기술대학(MBA)을 졸업한 후 미국 뉴욕필하모닉 기획팀 및 싱가포르 IMG Artists에서 근무한 바 있다. 현재는 선아트 매니지먼트 대표를 맡고 있으며 한양대학교에서 예술경영을 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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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축제가 나아갈 길
2019년 말부터 시작된 코로나로 명맥이 끊길 위기에 처했던 축제들이 올해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다. 하늘길이 열리고 마스크를 벗어 던진 사람들이 축제를 즐기기 위해 가벼운 발걸음으로 이곳저곳으로 떠나기 시작한 올해 봄, 오랜만에 한국의 대학 캠퍼스들도 축제로 들썩이며 화제를 모았다.
한국의 대학 축제들은 동아리나 과별로 부스를 열어 다양한 이벤트나 주점, 음식점을 운영하고 연예인들의 공연으로 대미를 장식하는 것이 관례로 자리잡았다. 따라서 대학들마다 공연 라인업에 따라 축제의 화제성이 점쳐지기도 한다. 그러나 이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도 있다. 성균관대학교 웹진 실무단의 인터뷰에 따르면 “외부인보다는 좀 더 성균인에 집중된 축제의 장이 되었으면 한다”는 의견도 다수 존재한다. 이런 반응은 비단 성균관대학교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축제가 열리는 대학들에서 보이는 공통적인 의견이기도 하다.
필자가 현재머무르고 있는 싱가포르에서도 대학 축제들이 열린다. 그중 ‘NUS Arts Festival’은 학생이 중심이 되는 축제로, 대학부설기관인 ‘Center For Arts’에서 공연장 및 홍보를 비롯한 행정지원을 통해 학생들이 전문적으로 공연을 진행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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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NUS Arts Festival은 ‘Spaces Between’이라는 주제로 개최되어 6,700여 명의 관객이 축제를 즐기기 위해 찾았다. 800여 명이 모여 20개의 공연, 영화 상영, 토크쇼 등을 진행한 이 축제는 재학생들을 중심으로 현장에서 활동 중인 졸업생들이 스태프로 참여하는 등 적극적으로 지원사격한다.
졸업생과 재학생들의 협업이 돋보였던 ‘Moonrise’의 경우 NUS 산하의 용쇼토우 음악원(Yong Siew Toh Conservatory)의 피아노과 졸업생과 사운드․영상 엔지니어들이 함께 완성한 크로스오버장르 공연물로 축제의 메인테마 ‘spaces between’를 ‘장르를 아우르며 넘나든다’는 의미로 해석한 신선한 작품이었다.
사이버공간 내 왕따를 주제로 한 연극 ‘End of the line’ 역시 재학생들과 전문가들의 협업이 돋보였던 공연으로 연극동아리 재학생들이 배우, 연출, 무대를 담당하고 전문가들의 자문을 구해 공연을 완성했다. 더불어 예술경영을 전공한 재학생들이 축제 전반에서 자원봉사자로 활약하며 공연 진행의 전체적인 구성을 현장감 있게 배우며 또 적극적으로 참여할 기회를 가졌다.
그 밖에 졸업생이 꾸미는 무대로 NUS 법대 졸업생이자 유명 배우인 Jo Tan이 1인칭 연극 ‘The Future Show’는 재학생들이 전문 배우의 연극을 좀 더 가까이서 관람할 수 있도록 소극장에서 단 40명의 관객만을 수용해 진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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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에서 또 하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컴퓨터공학과 2학년 학생이 전자 음악 ‘OmnIVerse: The Fourth Dimension’을 작곡해 연주한 것으로 관객들이 자유롭게 공연장을 드나들며 음악을 들을 수 있게 한 것이다. 정형적인 공연의 형태를 벗어나 관객들의 관람폭을 넓히면서 학생들의 역량을 자유롭게 펼칠 수 있게 도운 것은 ‘즐긴다’는 축제의 의미와 학생들의 주체성을 모두 존중한 사례로 볼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의 대학에도 몸담았던 필자에게는 NUS의 Arts Festival이 꽤나 신선한 자극으로 다가왔다. 올해 재개된 대학 축제는 코로나로 답답함을 느꼈던 대학생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숨통이 트이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17,000원에 판매되는 연세대 응원단 축제표가 인기가수의 참석으로 인해 35만원에 암표로 거래되고, 관객석에 대학생 대신 아이돌 팬들이 앉아있는 현실은 대학 축제의 정체성에 대한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축제를 단순히 유흥의 연장선으로 생각한다면 이런 현상이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그들을 초청하는데 쓰이는 개런티가 일정부분 재학생들의 등록금에서 충당된다는 것을 생각해볼 때 축제 주인의 자리를 대학생들에게 돌려주어야 한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NUS Arts Festival은 학생들이 스스로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이며 학교와 학생이 주체가 되어 열리는 축제로, 대학축제의 본질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그렇기에 상대적으로 관객 수가 적고 신나지 않을 수 있다. 교내 규정에 주류금지가 명시되어 있다보니 국내 대학축제와 비교해 분위기가 사뭇 조용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재학생과 졸업생이 피땀 흘려 준비한 작품이 무대에 올려지고, 그 성취감이 온전히 학생들에게 되돌아간다는 점에서 축제의 진정한 주인이 누구인지를 보여준다.
재개된 대학 축제가 성숙한 문화로 발전하기 위해 학생들과 관객 모두 ‘축제를 어떻게 만들고 즐길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다시 해 볼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인생에 다시 없을 귀중한 순간을 학생들이 함께 일궈낸 소중한 추억으로 채워야하지 않겠는가.
박선민씨는 한국예술종합학교(예술경영)와 홍콩과학기술대학(MBA)을 졸업한 후 미국 뉴욕필하모닉 기획팀 및 싱가포르 IMG Artists에서 근무한 바 있다. 현재는 선아트 매니지먼트 대표를 맡고 있으며 한양대학교에서 예술경영을 강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