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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드리엘 김의 모멘텀 클래식
드레스덴에서의 3일, 그 절박함
아드리엘김
입력 2023-06-30 10:5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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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레스덴에서의 3그 절박함

 

쇼스타코비치의 현악 사중주 8번에 대하여

 

지휘자 카라얀과 쇼스타코비치

2차세계대전 당시 드레스덴 공습을 결정한 영국의 수상 윈스턴 처칠은 이후 대규모 폭격으로 인한 폐허 속에 널부러진 시체들의 처참한 광경을 담은 영상물을 보고 몸서리 쳤다고한다.

 

1960년 드레스덴을 방문한 쇼스타코비치가 전쟁사의 가장 잔인한 폭격으로 기억될 이 공습의 폐해를 실제로 목도하고 쓴 작품이 현악 사중주 8번이다. 15개의 교향곡과 15개의 현악 사중주를 작곡한 쇼스타코비치그의 작품세계에 있어 두개의 중심축이라고 할 수 있는 교향곡과 현악 사중주를 통틀어 현악사중주 8번은 압축적인 음악적 밀도와 극적인 호소력으로 쇼스타코비치의 작품 중에서도 가장 대중적으로 사랑받는 곡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며 20세기 가장 위대한 사중주로 손꼽힌다하지만 무엇보다도 이 작품이 큰 울림을 주는 이유는 억압과 죽음의 심리적 압박을 겪는 와중에 써내려간 그의 자전적인 메시지이기 때문일 것이다.

 

애초에 소련 당국의 요청으로 드레스덴을 찾은 쇼스타코비치의 방문목적은 영화 <Five Days, Five Nights>의 음악을 작곡하기 위함이었다하지만 그의 영감을 자극한 건 전쟁의 상흔을 고스란히 간직한 드레스덴 그 자체였다불과 3일만에 현악 사중주 8번을 완성했다는 사실은 전쟁의 참상을 음악 속에 담아내려는 그의 창작의지와 더불어 정치적 억압이 곧 자신을 죽음으로 내몰 수 있다는 불안감에 이 작품을 묘비명으로 지인에게 제안했을만큼 절박한 상황이었음을 말해준다이 작품이 갖는 자전적 무게감은 쇼스타코비치의 지인이었던 평론가 이삭 글리크만과 주고 받은 서신의 내용에 중에 여실히 드러난다. "언젠가 내가 죽고 난 후 그 누구도 나를 추모하는 곡을 쓸 것 같지 않아 내가 나를 위해 쓰겠다".

 

5악장으로 이루어진 이 작품은 모든 악장이 연결되어 있는데네 음으로 이루어진 D-S-C-H 모티브가 모든 악장을 관통한다독일식 이름 Dmitri Schostakovich에서 D,S,C,H 이니셜을 추출, '-미 플렛--음들로 구성된 모티브를 만든 것이다이는 이름을 음형에 새겨 자신을 드러낸 것이며 작곡에 임할때 늘 스탈린 정권의 입맛을 고려해야 했던 그의 은근한 반항심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그가 과거에 작곡했던 굵직한 명곡들의 주제를 음악 속에 차용하였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있다교향곡 1,5첼로협주곡 1오페라 <므첸스크의 레이디 맥베스>등 공산정권과 줄다리기했던 긴 인고의 세월 속의 수많은 음악적 흔적들을 악보 곳곳에 심어놓은 것이다. 4악장에서 모든 현악기들이 일제히 거칠게 포효하는 듯한 '세 음'의 반복은 듣는 이로 하여금 공포심을 유발시키기도 하는데 쇼스타코비치는 자신의 아들에게 불시에 들이닥칠지 모르는 'KGB의 노크'를 의미한다고 말한 바 있다구소련을 대표하는 작곡가였기 때문에 늘 감시대상이었 던 그가 느꼈을 공포불안감이 음악 속에 드러난 것이다. 2악장의 그 유명한 '유태인 테마'는 그의 피아노 트리오 2번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데 나치가 주도했던 홀로코스트의 비극을 암시한 것으로 풀이되곤 한다.

 

스탈린 정권 치하에서 눈칫밥을 먹으며 오랫동안 현실과 예술의 양극 사이에서 줄타기를 했던 쇼스타코비치악보에 명시된 "파시즘과 전쟁 희생자들을 추모하며"라는 규범적인 헌정사 이면에는 자신의 묘비명을 떠올렸을만큼 절박했던 자신의 심경을 음악 속에 풀어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5악장으로 이루어진 이 작품은 중단없이 연결되어 있으며 그 중에서도 2악장이 가장 잘 알려져 있다마치 활이 부러질 것 같은 기세로 격정적으로 질주하는 유태인 테마는 홀로코스트의 비극을 소환한 듯 한번 들으면 뇌리속에 각인되어 뜨거운 울림으로 심연을 파고든다.

 

*유튜브 링크

https://www.youtube.com/watch?v=EeQiacb9NA4

 

 

 

<필자소개

아드리엘 김은 오스트리아 빈 국립음대에서 지휘와 바이올린을 전공졸업(석사)했으며 도이치 방송 교향악단 부지휘자와 디토 오케스트라 수석지휘자를 역임한바 있다현재는 지휘자작곡가문화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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