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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종원의 커튼 콜
영화를 가져와 무대용 뮤지컬을 만들다, 뮤지컬 ‘나인 투 파이브’
원종원
입력 2023-06-23 10:1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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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가져와 무대용 뮤지컬을 만들다뮤지컬 나인 투 파이브

해마다 여름이면 대구를 찾는다대구 국제 뮤지컬 페스티벌(DIMF)의 계절이기 때문이다서울이나 수도권에서도 볼 수 없었던 세계 각국의 뮤지컬을 만나는 게 매력이자 재미다지금까지 딤프를 찾은 작품들은 인도중국슬로바키아러시아태국대만일본카자흐스탄 등 일일이 열거하기조차 바쁠 정도로 다양한 국적과 문화정서 그리고 언어를 반영해왔다축제라서축제니까 즐길 수 있는 특별한 체험이다.

올해로 17회를 맞은 딤프가 선택한 개막작은 영국 뮤지컬 나인 투 파이브젊은 비서와 바람난 남편으로부터 이혼까지 당한 가정주부 주디는 난생 처음으로 회사의 말단직이 돼 사회생활을 시작한다주디의 직속상관은 능숙한 워킹 우먼 바이올렛이다능력으로는 회사에서 가장 뛰어나지만성차별주의자면서 남성우월주의자인 프랭클린 하트 주니어 사장은 그녀를 늘 승진자 명단에서 제외시킨다바이올렛은 그런 사장에게 염증과 분노를 느끼지만남성 중심으로 돌아가는 세상을 바꾸기 어려워 힘들어 한다이야기의 세 번째 주인공은 사장의 미녀 비서인 도렐리다아름다운 그녀는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고 있는 유부녀지만하트 사장은 온갖 선물 공세를 펼치며 그녀에게 매일같이 추파를 던진다게다가 사장의 이런 행실 탓에 도랠리는 회사에서 방정치 못한 여자라는 억울한 소문의 주인공이 됐고동료로부터 따돌림마저 당한다결국 바이올렛과 주디 그리고 도랠리는 사장의 부당함에 맞서 스스로의 권리와 인격을 되찾기 위한 계획을 감했다하트 사장에 대한 통쾌한 복수를 결심한 것이다의기투합한 세 여인은 사장을 납치하고회사의 적폐를 하나씩 고쳐나간다그녀들의 계획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뮤지컬은 흥미진진하게 그녀들의 모험담을 들려준다.

 나인 투 파이브는 1980년 제작된 미국산 코미디 영화가 원작이다연출을 맡았던 콜린 히긴스는 파트리샤 레스닉과 대본도 공동 집필했던 오리지널 크리에이터다영화는 제인 폰다(주디), 릴리 톰린(바이올렛그리고 당시 절정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미국 컨트리 여가수 돌리 파튼(도랠리)을 주인공으로 발탁하며 인기를 누렸다특히주제가를 부르고 또 비서인 도랠리로도 직접 영화에 등장해 인생 연기를 펼쳤던 돌리 파튼은 일약 글로벌 스타로 급부상하기도 했다이런 부류의 작품을 스타 비히클이라 부르기도 한다몇몇의 스타가 중심이 돼 이야기의 주축을 이루는 극 형식인데, ‘나인 투 파이브가 바로 전형적인 사례다. 1000만 달러의 예산으로 제작된 영화는 1억 330만 달러라는 티켓 판매 기록을 세우는 기염을 토했다영화 나인 투 파이브는 전미영화협회(AFI, American Film Institute)가 선정한 역사상 가장 재미있는 코미디 영화 100선에서 74위에 오르기도 했다영화의 인기는 TV시리즈물로도 이어졌는데, 5시즌동안 지속된 TV 드라마는 영화와 마찬지로 폭넓은 대중적 지지를 이끌어내 많은 사랑을 받았다

영화 제목과 똑같은 유명한 주제가는 사실 돌리 파튼이 직접 작곡했던 노래다영화가 개봉되자 2주 동안 빌보드 핫 100에서 1위에 올라 돌리 파튼의 가장 대중적으로 성공한 노래가 됐으며그래미상에서 그 해의 컨트리 송”, “그 해의 여성 컨트리 가수” 그리고 오스카상 주제가상에 후보로 오르는 쾌거를 기록했던 것으로도 유명하다그녀의 음반은 400만장 이상 팔려나가 플래티넘 음반으로 기록됐다.

 

뮤지컬이 만들어진 것은 2009년이다하지만 사실그보다 훨씬 이전부터 이미 영화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 작품 제작 소식은 인구에 회자되며 관심을 끌었다물론 이런 배경 덕분에 무대화가 이뤄지기 훨씬 이전부터 화제를 몰고 다녔다. 2005년 미국의 인기 토크쇼인 래리 킹 라이브에 출연한 돌리 파튼은 영화 나인 투 파이브의 뮤지컬화가 적극적으로 시도되고 있고본인이 음악을 작곡하고 있다고 인터뷰를 진행해 뮤지컬 제작을 공식화했다. 2007년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한 독회(reading)가 열렸고그해 여름 뉴욕에서 다시 독회가 열려 본격적인 제작이 임박함을 알렸다워낙 인기가 많던 주제가는 무대에서도 여전히 이목을 집중시켰고돌리 파튼이 무대용 뮤지컬을 위해 직접 새롭게 작곡한 여러 노래들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영화가 원작인 무비컬답게 초연은 LA에서 막을 올렸다이 무대에는 앨리슨 제니(바이올렛), 스테파니 J.클록(주디), 메간 힐트(도렐리등이 참여해 첫 선을 보였다영화와 마찬가지로 공동집필을 했던 파트리샤 레스닉이 뮤지컬에도 참여해 작품의 원작을 고스란히 무대로 옮기는 작업을 성공적으로 마쳤다연출은 뮤지컬 위키드와 라스트 쉽(스팅의 음악으로 만든 뮤지컬)’ 등을 만들었던 조 만텔로가 가세했다초연 당시 폭발적인 흥행은 아니었지만 영화를 추억하는 대중들에게 큰 웃음을 선사하는 인기를 누렸고반년여의 공연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딤프를 찾았던 영국 버전의 뮤지컬은 대서양 건너 웨스트 엔드에서 시도된 새로운 버전이다런던 중심가의 럭셔리한 숙소인 사보이 호텔 바로 옆에 위치한 중소규모 공연장 사보이 씨어터에서 2019년 2월 막을 올린 영국의 뉴 버전은 코로나 19 팬데믹으로 셧다운이 시행된 2020년 3월까지 큰 인기를 누리며 좋은 흥행을 기록했다특히 인기 미국 드라마 베이워치의 주인공인 데이빗 하셀호프가 하트 부사장으로 등장해 특유의 능글거리며 거들먹거리는 연기로 인기를 모았다웨스트 엔드에서 부활한 뮤지컬의 인기는 글로벌 시장으로도 확산돼 호주 프로덕션의 흥행으로 이어졌다. 2020년 시드니에서 막을 올렸던 호주 프로덕션은 브리스베인멜버른아들레이드로 투어가 진행되며 폭넓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뮤지컬의 등장은 음반의 인기로도 이어지고 있다브로드웨이 초연 멤버들의 음성이 담긴 나인 투 파이브’ 뮤지컬 음반은 2009년 7월 발매됐는데뮤지컬의 흥행으로 인기를 누리며 그해 그래미상 최우수 뮤지컬 쇼 앨범 수상 후보에 오르게 만들었다본상 수상은 불발했지만 음반의 인기를 꽤나 높아 뮤지컬 애호가들 사이에서 자주 회자되는 사랑을 받았다.

 요즘 글로벌 공연가에 무비컬의 인기가 거세다아무래도 2차원의 영상이 무대라는 입체 공간에서 재연되는 재미가 남다른 매력을 잉태해내기 때문이다. ‘나인 투 파이브의 인기도 마찬가지다코믹하게 전개되는 여자 주인공들의 복수 스토리는 관객들의 박수와 환호를 이끌어낸다시원하고 통쾌하다공연으로 재탄생한 무대용 뮤지컬이 사랑받는 이유다. K영화는 좋은 소재가 되지 않을까고민해볼 문제다.

<필자소개>  

원종원씨는 한국외대 재학 시절영국을 여행하다가 만난 뮤지컬의 매력에 빠져 활동을 시작했다뮤지컬 저변을 확대하고자 국내 최초로 PC통신을 통해 동호회를 결성관극운동을 펼쳤다. TV의 프로듀서와 일간지 기자,특파원을 거쳤으며,  현재 일간지와 경제지 등 여러 매체에 뮤지컬 관련 칼럼을 연재해오고 있다대학(순천향대 공연영상학과 강단에 서고 있는 지금도 자타가 공인하는 뮤지컬 마니아이자 전문 평론가로 지면과 방송 등을 종횡무진 누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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