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에서 계속 맴도는 그 목소리 ‘스즈메의 문단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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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가의 비수기로 불리는 시즌인데도 개봉한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아 400만 명의 관객동원을 눈 앞에 둔 영화가 있다. 국내에서 380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던 ‘너의 이름은’(2016)을 연출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팬덤과 일본 애니메이션에 대한 관심, 한국영화의 침체 등이 맞물려 빚어낸 결과다. ‘스즈메의 문단속’은 신카이 마코토 감독 특유의 아름다운 작화에 뛰어난 상상력을 바탕으로 동일본 대지진 피해자들에 대한 추모를 담은 애니메이션이다.
무거울 수 있는 주제를 한 소녀와 저주에 걸려 의자가 된 한 청년의 로드 무비이자 환상적인 모험담으로 풀어낸 부분이 인상적이다. 동일본 대지진에 대한 일본의 트라우마를 위로하고, 앞으로 일어날지 모르는 유사한 재난을 막고자 하는 간절함이 잘 드러나 있다.
‘스즈메의 문단속’에는 영상을 압도할 만큼 강렬한 음악들이 여러 번 사용되는데, 실사 영화였다면 다소 과하다고 느껴졌겠지만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적 특성 때문에 그런대로 무난하게 받아들여진다. 영화의 오프닝부터 시작해 여러 차례 반복되는 ‘뚜뚜루 루루루’ 로 시작하는 주제곡 ‘스즈메’는 2003년생인 ‘토아카’가 불렀다. 그녀는 앳된 음색에 슬픔 한 스푼을 떨어뜨린 듯한 섬세한 목소리로 보컬 오디션에서 제작진을 매료시켰고, 그녀의 소감대로 ‘신카이 마코토 감독 세계관의 일부’가 되었다. 음악은 신카이 마코토 감독과 꾸준히 작업해왔던 밴드, 래드윔프스와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영상 음악을 작곡해온 진노우치 카즈마가 함께 맡았다. 진노우치 카즈마는 오케스트라와 전자 음악을 함께 활용하는 하이브리드 작풍이 특징인데, 이번 영화에 합류하면서 래드윔프스의 노다 요지로가 가지고 있던 음악적 색깔의 스펙트럼을 넓혀주었다. 이들은 런던 애비로드 스튜디오에서 오케스트라 녹음을 진행했으며, 수많은 명작에 참여했던 세계적 음악팀과 함께 ‘스즈메의 문단속’을 완성시켰다.
영상의 스케일 때문이 아니라 사운드나 음악을 제대로 듣기 위해 영화관에서 보아야 하는 작품이 있다. ‘스즈메의 문단속’도 그런 영화 중 하나다.
윤성은의 Pick 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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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영화, 그 중에서도 농구 관련 영화가 붐이다. 3040 세대의 향수를 자극하는데 성공한 ‘더 퍼스트 슬램덩크’(감독 이노우에 다케히코)가 센세이션을 일으킨 이후, 최근 나이키사의 ‘마이클 조던 영입 실화를 바탕으로 한 ‘에어’(감독 벤 에플렉)도 개봉했다. 농구를 하는 신은 나오지 않지만, 농구화 라인에서 다른 회사들에 밀려 있던 나이키가 ‘에어 조던’을 런칭하기까지의 과정 중, 당대 최고의 농구 선수들 이름과 마이클 조던의 전설적인 플레이가 등장한다. 왕년에 농구를 좋아했거나 에어 조던 라인 좀 신어본 분들에게는 선물 같은 작품이다. ‘에어’와 같은 날, 작년에 촬영을 마친 장항준 감독의 ‘리바운드’도 베일을 벗고 관객들을 만났다.
‘리바운드’는 2012년, 대한농구협회장기 전국 고교부 결승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부산중앙고의 실화를 담은 작품이다. 부산중앙고는 한 때 농구명문이었으나 이 대회 전에 농구부가 해체될 위기까지 맞는다. 새로운 코치로 부임한 강양현 코치는 길거리 농구판을 전전하던 학생 6명을 모아 가까스로 대회에 출전했는데, 그 중 한 명은 예선 2회전 때 쇄골을 다쳐 5명의 선수가 결승까지 단 한 번의 교체 없이 뛰게 된다. 실화 바탕의 영화가 아니었다면 너무 비현실적이라는 이유로 투자를 거부당했을 이야기다.
서사를 이끌어나가는 것은 중앙고 출신의 전직 프로선수, 강양현이다. 그는 선수로서 크게 성공하지 못한 자신의 욕심만 채우려 하다가 경기를 완전히 망친 후, 선수들과 다시 의기투합해 드라마틱한 역사를 써내려간다. 영화 전반부는 강양현에 무리하게 코믹한 캐릭터를 부여한 장면들이 세련되지 못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행동에 설득력이 떨어지는 부분도 있어 아쉬움이 남지만 대회장면에 집중한 후반부에서는 스포츠 영화의 박진감과 감동, 두 가지 포인트가 잘 살아난다. 오직 농구를 하고 싶다는 이유로 뭉치게 된 여섯 명의 고교 선수들도 매력적이다. 아직 어리게만 보이는 10대들이 각기 다른 환경과 성격으로 인한 갈등을 극복하고 훈련과 시합을 통해 한 팀이 되어가는 모습은 어른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든다.
모든 스포츠는 선수들의 노력과 도전을 응원하고 고무시키는 장치를 가지고 있다. 복싱에는 쓰러진 선수에게도 잠시 쉬었다 일어날 수 있는 기회, 즉 열 번의 카운트다운이 있다. 야구는 타자가 홈을 떠났다가 다시 홈으로 돌아와야 점수를 낼 수 있는 스포츠다. 출루한 선수들의 플레이를 응원하는 것은 그가 점수를 내기 위한 힘든 여정을 마치고 다시 홈(집)으로 돌아오기를 응원하는 것과 같다. 농구에는 리바운드가 있다. 골을 넣는데 실패하면 동료 선수에게 한 번 더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약 10년 전, 길거리에서 중앙고 농구 골대 밑에 모였던 고등학생들이 준우승이라는 위업을 달성하는 모습을 보면, 삶의 무게에 짓눌려 있는 관객들도 다시 인생의 리바운드를 위한 용기를 낼 수 있을 것이다.
윤성은씨는 영화평론가이자 방송인으로 현재 다양한 매체에 영화음악 칼럼과 짧은 영화소개 글을 기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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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에서 계속 맴도는 그 목소리 ‘스즈메의 문단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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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가의 비수기로 불리는 시즌인데도 개봉한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아 400만 명의 관객동원을 눈 앞에 둔 영화가 있다. 국내에서 380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던 ‘너의 이름은’(2016)을 연출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팬덤과 일본 애니메이션에 대한 관심, 한국영화의 침체 등이 맞물려 빚어낸 결과다. ‘스즈메의 문단속’은 신카이 마코토 감독 특유의 아름다운 작화에 뛰어난 상상력을 바탕으로 동일본 대지진 피해자들에 대한 추모를 담은 애니메이션이다.
무거울 수 있는 주제를 한 소녀와 저주에 걸려 의자가 된 한 청년의 로드 무비이자 환상적인 모험담으로 풀어낸 부분이 인상적이다. 동일본 대지진에 대한 일본의 트라우마를 위로하고, 앞으로 일어날지 모르는 유사한 재난을 막고자 하는 간절함이 잘 드러나 있다.
‘스즈메의 문단속’에는 영상을 압도할 만큼 강렬한 음악들이 여러 번 사용되는데, 실사 영화였다면 다소 과하다고 느껴졌겠지만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적 특성 때문에 그런대로 무난하게 받아들여진다. 영화의 오프닝부터 시작해 여러 차례 반복되는 ‘뚜뚜루 루루루’ 로 시작하는 주제곡 ‘스즈메’는 2003년생인 ‘토아카’가 불렀다. 그녀는 앳된 음색에 슬픔 한 스푼을 떨어뜨린 듯한 섬세한 목소리로 보컬 오디션에서 제작진을 매료시켰고, 그녀의 소감대로 ‘신카이 마코토 감독 세계관의 일부’가 되었다. 음악은 신카이 마코토 감독과 꾸준히 작업해왔던 밴드, 래드윔프스와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영상 음악을 작곡해온 진노우치 카즈마가 함께 맡았다. 진노우치 카즈마는 오케스트라와 전자 음악을 함께 활용하는 하이브리드 작풍이 특징인데, 이번 영화에 합류하면서 래드윔프스의 노다 요지로가 가지고 있던 음악적 색깔의 스펙트럼을 넓혀주었다. 이들은 런던 애비로드 스튜디오에서 오케스트라 녹음을 진행했으며, 수많은 명작에 참여했던 세계적 음악팀과 함께 ‘스즈메의 문단속’을 완성시켰다.
영상의 스케일 때문이 아니라 사운드나 음악을 제대로 듣기 위해 영화관에서 보아야 하는 작품이 있다. ‘스즈메의 문단속’도 그런 영화 중 하나다.
윤성은의 Pick 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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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영화, 그 중에서도 농구 관련 영화가 붐이다. 3040 세대의 향수를 자극하는데 성공한 ‘더 퍼스트 슬램덩크’(감독 이노우에 다케히코)가 센세이션을 일으킨 이후, 최근 나이키사의 ‘마이클 조던 영입 실화를 바탕으로 한 ‘에어’(감독 벤 에플렉)도 개봉했다. 농구를 하는 신은 나오지 않지만, 농구화 라인에서 다른 회사들에 밀려 있던 나이키가 ‘에어 조던’을 런칭하기까지의 과정 중, 당대 최고의 농구 선수들 이름과 마이클 조던의 전설적인 플레이가 등장한다. 왕년에 농구를 좋아했거나 에어 조던 라인 좀 신어본 분들에게는 선물 같은 작품이다. ‘에어’와 같은 날, 작년에 촬영을 마친 장항준 감독의 ‘리바운드’도 베일을 벗고 관객들을 만났다.
‘리바운드’는 2012년, 대한농구협회장기 전국 고교부 결승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부산중앙고의 실화를 담은 작품이다. 부산중앙고는 한 때 농구명문이었으나 이 대회 전에 농구부가 해체될 위기까지 맞는다. 새로운 코치로 부임한 강양현 코치는 길거리 농구판을 전전하던 학생 6명을 모아 가까스로 대회에 출전했는데, 그 중 한 명은 예선 2회전 때 쇄골을 다쳐 5명의 선수가 결승까지 단 한 번의 교체 없이 뛰게 된다. 실화 바탕의 영화가 아니었다면 너무 비현실적이라는 이유로 투자를 거부당했을 이야기다.
서사를 이끌어나가는 것은 중앙고 출신의 전직 프로선수, 강양현이다. 그는 선수로서 크게 성공하지 못한 자신의 욕심만 채우려 하다가 경기를 완전히 망친 후, 선수들과 다시 의기투합해 드라마틱한 역사를 써내려간다. 영화 전반부는 강양현에 무리하게 코믹한 캐릭터를 부여한 장면들이 세련되지 못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행동에 설득력이 떨어지는 부분도 있어 아쉬움이 남지만 대회장면에 집중한 후반부에서는 스포츠 영화의 박진감과 감동, 두 가지 포인트가 잘 살아난다. 오직 농구를 하고 싶다는 이유로 뭉치게 된 여섯 명의 고교 선수들도 매력적이다. 아직 어리게만 보이는 10대들이 각기 다른 환경과 성격으로 인한 갈등을 극복하고 훈련과 시합을 통해 한 팀이 되어가는 모습은 어른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든다.
모든 스포츠는 선수들의 노력과 도전을 응원하고 고무시키는 장치를 가지고 있다. 복싱에는 쓰러진 선수에게도 잠시 쉬었다 일어날 수 있는 기회, 즉 열 번의 카운트다운이 있다. 야구는 타자가 홈을 떠났다가 다시 홈으로 돌아와야 점수를 낼 수 있는 스포츠다. 출루한 선수들의 플레이를 응원하는 것은 그가 점수를 내기 위한 힘든 여정을 마치고 다시 홈(집)으로 돌아오기를 응원하는 것과 같다. 농구에는 리바운드가 있다. 골을 넣는데 실패하면 동료 선수에게 한 번 더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약 10년 전, 길거리에서 중앙고 농구 골대 밑에 모였던 고등학생들이 준우승이라는 위업을 달성하는 모습을 보면, 삶의 무게에 짓눌려 있는 관객들도 다시 인생의 리바운드를 위한 용기를 낼 수 있을 것이다.
윤성은씨는 영화평론가이자 방송인으로 현재 다양한 매체에 영화음악 칼럼과 짧은 영화소개 글을 기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