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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민의 공연예술 글로벌 Now!
박선민
입력 2023-03-31 11:46 수정 최종수정 2023-03-31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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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s For Everyone. Music For Everyone!
 

Arts for Everyone, Music for Everyone.
클래식계에서는 다소 유명무실하다 여겨졌던 이 슬로건이 기쁘게도 현실이 되어가는 중이다. 매니아층을 중심으로 흘러가던 클래식계가 일반 대중들까지 아우를 수 있는 공연예술로 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클래식 음악이라는 장르의 본질적인 성격이 변화한 것은 아니다. 변화한 것은 클래식을 알리고 들려주는 방식이다.

롯데 콘서트홀의 홍보 담당자가 인터뷰를 통해 언급한 바 있듯 이전의 클래식 공연 홍보 방식은 비교적 단순하고 아날로그적으로 포스터 광고, 초대권 배포 등 공연장이 주체가 되어 진행되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당연히 이런 홍보방식으로는 관심있는 사람들에게만 정보가 공유될 수 밖에 없었고 규모 역시 제한적이었다. 그러나 시대가 변모하면서 SNS에 사진을 게시하는 것만으로도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빠른 속도로 알릴 수 있게 되고, 기존 관객들 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들에게도 즉각적인 피드백을 받을 수 있게 되면서 아티스트가 직접 공연을 홍보하고, 대중들에게 자신을 어필하는 홍보방식이 대세가 되어가고 있다.

투셋바이올린(TwoSetViolin)

아티스트가 주체가 되어 성공한 마케팅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먼저 투셋바이올린(TwoSetViolin)을 들 수 있다. 대만계 오스트레일리아인 에디 첸(Eddy Chen)과 브렛 양(Brett Yang)으로 구성된 이 바이올린 듀오는 대중들에게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가벼운 유머코드를 가미한 유튜브 채널을 운영해 젊은 층의 이목을 끄는 데 성공했다.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83만 명에 이르는 그들은 거대한 팬덤의 규모 덕택에 세계 투어에서 매진 행렬을 기록 중이다.

또, 2000년대부터 활동을 시작해 이제는 중견 피아니스트로 자리잡은 중국의 피아니스트 랑랑 역시 55만 명에 육박하는 인스타그램 팔로워를 보유해 SNS파워를 보여주고 있다. 그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공연 전 대기실의 모습부터 공연 실황, 신보 알림까지 본인이 적극적으로 홍보에 나서며 팬들과 소통하고 있다.

바이올리니스트 레이 첸(Ray Chen)

대만계 호주 바이올리니스트 레이 첸(Ray Chen)은 “앞으로는 대중적 라이프 스타일로서 클래식 음악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 말하며 때로는 클래시컬하게 때로는 친근하게 대중들에게 다가간다. 그는 영국의 싱어송라이터 스팅(Sting)과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아케인(Arcane)’의 음악에 참여하였고, 아이유의 ‘밤편지’를 바이올린 곡으로 편곡해 연주하기도 해 애니메이션 팬들과 국내 대중음악 팬들 사이에서도 화제가 되었다. 최근 그의 행보에서 가장 주목할만 한 점은 아마추어 연주자들이 연주영상을 직접 올리고 공유할 수 있는 온라인 클래식 앱 ‘토닉(Tonic)’을 공동 설립했다는 것이다. 이는 ‘모든 사람이 음악을 공유하는 것이 꿈’이라는 그의 포부에도 걸맞지만 클래식이 앞으로 나아갈 새로운 길을 열었다는 점에서 또 다른 의미가 있다.

피아니스트 손열음

국내에서도 대중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려 노력 중인 아티스트들이 많다. 피아니스트이자 평창대관령음악제 음악감독을 역임한 손열음은 지난 해 예능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에 출연해 인터뷰는 물론 디지털 피아노로 터키 행진곡 변주곡을 연주해주기도 하는 등 대중들이 클래식에 대해 갖고있던 기존의 이미지를 벗어나 좀 더 가벼운 마음으로 클래식에 입문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피아니스트 조성진

또,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로 거듭난 조성진 역시 ‘유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 예정이라는 소식이 알려지며 대중들의 기대를 한껏 모으고 있다. 더 나아가 아티스트들은 다양한 장르와의 협업을 적극적으로 시도하면서 대중들에게 좀 더 친숙하게 다가가고자 노력중이다. 이미 2016년부터 대중음악과의 협업에 적극적이었던 피아니스트 랑랑은 빅뱅과의 콜라보에 이어 2020년 자선 콘서트에서는 셀린 디온, 존 레전드 등 팝가수와 함께 무대에 오른 적이 있다.

대중음악과 클래식의 협업이 빛을 발한 사례는 올해 2월에도 있었다. 바로 프랑스 영부인 브리짓 마크롱(Brigitte Macron)이 주최하는 자선행사 “Le Gala des Pieces Jaunes”에서 첼리스트 고티에 카퓌송(Gautier Capuson)과 대니얼 로자코비치(Daniel Lozakovich)가 블랙핑크와 선보인 콜라보 무대다. 카퓌송은 ‘핑크베놈’ 무대에서 반주를 더해 힘을 실어주었고, 로자코비치는 ‘셧 다운’의 샘플링 원곡인 파가니니의 ‘라 캄파넬라’ 독주 및 반주를 선보였다. 특히 활의 현이 끊어지도록 열정적인 연주를 선보였던 로자코비치의 무대에서 대중음악 팬들은 신선한 충격을 받았고 이 모습은 프랑스 전역 및 유튜브를 통해 전세계에 공개되었다. 아티스트들 간의 이러한 협업 방식은 서로의 음악을 팬들에게 소개하는 장이 되어준다는 점에서도 긍정적이고 클래식을 대중음악처럼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장르 중 하나로 인식시키는 시너지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이런 협업들이 팬들에게 어필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클래식 음악가들의 탁월한 실력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일 것이라 짐작된다. 유튜브 및 다양한 채널을 통해 공연예술을 쉽게 접할 수 있게 된 대중들은 아티스트의 인지도보다 그들이 가진 진짜 실력을 궁금해하고 이에 적극적으로 반응한다. SNS의 활용과 타 장르와의 협업은 도구에 불과하며 팬들이 아티스트에게 공명하고 열광하는 지점은 클래식 아티스트들이 오랜 시간 갈고닦아온 ‘실력’에 있다는 것 역시 잊지말아야 한다.

혹자는 클래식이 ‘클래식답지 못한’ 행보를 보이는 것에 안타까움을 표시하기도 한다. 그러나 클래식 역시 계속해서 살아있는 음악으로 존재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보다 오랫동안 사랑받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중들과의 적극적인 소통이 필수적이다. 아티스트 입장에서는 질높은 공연을 위한 강도 높은 연습 뿐만 아니라 자기 홍보를 위해 직접 뛰어야 하는 것이 다소 부담스러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클래식이 ‘모두를 위한 음악’에 보다 가까워지기 위해서는 아티스트들의 열린 자세 역시 반드시 필요하다.

앞으로 클래식의 목표를 시대와 경계를 뛰어넘는 음악의 정수로서 대중음악이 가진 티켓파워를 뛰어넘는 것으로 삼는다면 클래식 음악이 새롭게 진화하고 영역을 확장시키는 발판이 되지 않을까 조심스레 기대해본다.
 
<필자소개>
 박선민씨는 한국예술종합학교(예술경영)와 홍콩과학기술대학(MBA)을 졸업한 후 미국 뉴욕필하모닉 기획팀 및 싱가포르 IMG Artists에서 근무한 바 있다. 현재는 선아트 매니지먼트 대표를 맡고 있으며 한양대학교에서 예술경영을 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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