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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정의 컬쳐 포커스
슈퍼플랫, 무라카미 다카시의 좀비문화 재해석
안현정
입력 2023-03-17 10:58 수정 최종수정 2023-03-20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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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립미술관의 무라카미 열풍, ‘이우환과 그 친구들’ 시리즈
 
세계를 대표하는 팝아트의 거장, 무라카미 다카시가 부산시립미술관에서 석달(1.26-4.16)의 일정으로 전시를 계속하고 있다. 무료전시를 차치하고라도, 세계적인 브랜드 루이뷔통과의 콜라보로 대중적 유명세를 탄 작가이자 ‘일본 전후세대’를 나타내는 지식인 아티스트로 비춰진 전시, 기다리는 시간은 평균 1시간 남짓이다. 그럼에도 다양한 인스타그램들은 ‘#무라카미좀비’라는 독특한 신조어를 양산하면서 전시 전후의 문화까지 바꿔놓고 있다. MZ세대의 #플렉스(FLEX) 문화를 예견한 ‘평준화된 문화시대’를 보여준 무라카미의 #슈퍼플렛 열풍의 결과가 아닐까.

 


이우환은 왜 무라카미 다카시를 부산에 소개했는가.
 

부산시립미술관에 2015년 상설 전시관인 '이우환 공간'이 생겼는데, 관람객들의 반응이 줄어들자 이우환 화백이 “내 친구들을 데려오겠다”고 제안하면서 이번 전시가 마련되었다. 이우환 작가와 장르는 다르지만 현대미술사의 중심에서 예술관을 공유하는 작가들을 부산시립미술관, 이우환공간에서 함께 조명하자는 취지의 프로젝트이다. 2019년 안토니 곰리를 시작으로 세계적인 2020년 미디어아티스트 빌비올라의 개인전, 2021년에는 크리스티앙 볼탕스키의 국내 최대 회고전이자 첫 유작전이 열렸다.

이우환 작가가 무라카미 다카시에게 전한 편지 내용에 따르면, "무라카미의 작품은 얼른 보아 경쾌하고 유머러스하고 화려하다. 그러나 다시 보면 독이 있고 강한 비판성이 감춰져 있어 지나칠 수 없다." 그가 창조한 시그니쳐 캐릭터 DOB(도브), 탄탄보 그리고 무라카미 플라워는 귀여운 모습을 하고 있지만, 언뜻 기괴한 모습도 품고 있다. 그 미묘한 이중성은 보는 이들에게 기묘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귀여움으로 위장하고 있지만, 작품 속 암시되는 주제인 원전ㆍ환경오염ㆍ전쟁 등은 가벼운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무라카미 효과, 좀비문화와 슈퍼플렛 사이에서 ‘동시대 문화읽기’
 

일본식 팝아트는 ‘오타쿠(オタク) 문화와 무라카미 다카시’로 요약된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떠오른 아톰중심의 애니메이션 문화가 무너진 사회적 현실로부터 도피할 수 있는 가상 세계를 만들었고, 이는 일본사회의 개인주의와 대중문화를 함의하는 새로운 코드로 등장했다는 것이다. 1962년에 태어난 무라카미는 일본식 팝아트와 비지니스 사이를 오가며 오타쿠식 사유방식을 상업화시킨 대표적인 팝아티스트다. 여기서 오타쿠란 “우키요에, 망가, 아니메, 게임 등 일본 특유의 문화체계를 팝아트로 대변되는 서구 미술사의 문맥에 얹어 놓는 일”이자, “일본에만 존재하는 이른바 팝아트와 오타쿠를 결합한 전략 ‘포쿠’(POKU)와 소비문화의 덧없는 소모성과 얄팍함을 적극적으로 차용하기 위한 ‘슈퍼플랫’(Superflat)”을 세계 미술시장에 내다 파는 획기적인 전략이다. 실제 스스로를 오타쿠 예술가로 칭하는 무라카미는 도쿄예술대학 박사과정 재학 중에 오타쿠 문화에 대해 관심을 갖고 이것을 고급예술로 끌어올리는 슈퍼플랫이란 개념을 만들어냈다.


부산시립미술관의 ‘무라카미 좀비’ 전시 장면 (촬영: 안현정 평론가)

슈퍼플랫은 19세기 서양 회화와 전통적인 일본의 재료, 기법, 그리고 관습이 혼합된‘일본화’를 멈추고 신비적이고 명상적인 스토리텔링을 애니메이션과 같은 ‘네오팝’에 몰입한 것이다. 2000년대 초반 등장한 이 이론은 실제 일본미술의 대중예술화에 큰 기여를 했다. 말 그대로 일본 사회의 만연한 소비문화와 서구문화의 무분별한 현상들, 성도착증과 같은 이슈들을 팝아트의 한 맥락으로 끌어들인 것이다. 특히 2002년 캐릭터화된 무라카미의 슈퍼플랫은 호소다 마모루와 함께 루이비통 홍보 애니 제작에 참여하는 등 루이비통과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키덜트 열풍의 예술화를 선도했다. 금박을 붙인 전통 회화나 일본 우키요에(浮世繪)를 바탕으로 서구미술의 평면성과 융합시키는 행위는 무라카미의 마스코트인 ‘미스터 도브(Mr. DOB)’를 통해 가시화되었고, 미국 팝아트를 무분별하게 모방하던 일본 미술계에 새로운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그렇다면 이번 부산시립미술관의 전시에서 전면에 내세운 ‘좀비미학이란 무엇인가’
 
현대문화속 ‘좀비문화’, 무엇이 우리를 좀비로 만드는가.
 
좀비는 무섭고 징그러운 존재처럼 읽힌다. 살아 있지도 죽지도 않은 이미지로 표현되는 현대인의 문명이 좀비로 표현된 것이라고 해야 할까? 좀비의 사전적 정의는 다음과 같다. 살아 있는 시체. 컴퓨터에서 시스템 자원을 점유하는 것으로 되어 있으나 아무 일도 하지 않는 프로세스. 악성 프로그램이 설치되어 다른 사용자나 프로그램을 조종하는 컴퓨터. 만약, 좀비 미학이 인터넷 문화와 소비문화 속 도태될까 봐 걱정하는 현대인의 불안을 좀비라고 표현한 것이라면 두 번째 정의가 사용된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아니면, 간단하게 생각해서 살아 있지도 죽지도 않은 이미지로 표현되는 현대인의 문명이 좀비로 표현된 걸 수도 있다.

△부산시립미술관의 ‘무라카미 좀비’ 전시 장면 (촬영: 안현정 평론가)

이에 관해 정확한 답을 찾고 싶었지만, 좀비 미학을 다룬 논문은 없었고, 서울시립미술관 홈페이지에서도 좀비 미학에 대해 이렇다 할 쉬운 정의를 내려놓지 않았고, 전시회 후기를 모두 읽어도 좀비 미학에 대해 설명하거나 좀비 미학을 이렇게 생각했다는 내용이 없었다. 그래서 정확한 정의를 정리하지는 못했지만, 나름대로 좀비 미학은 디지털화된 현대문명 속 인간이 느끼는 소외감, 공포 때문에 등장한 키덜트와 같은 정상성에서 벗어난 모습을 말하는 미학이론이라고 정리해보았다.

 
<필자소개> 
안현정씨는 예술철학전공 철학박사출신의 문화평론가이자 방송인으로 현재 성균관대학교박물관 학예관, 유중재단 이사, 고려사이버대학교 문화예술경영학과 겸임교수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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