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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종원의 커튼 콜
원종원
입력 2023-03-13 17:0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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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크박스 뮤지컬의 신화가 재연되길 기다린다_뮤지컬 맘마미아
 
얼마 전 조용필의 음악으로 만드는 뮤지컬의 대본 공모가 있었다. 반세기 넘게 그의 음악을 즐기며 살아왔던 세대들에겐 열광하지 않을 수 없는, 열광할 수밖에 없을 소식이다. 흥미로운 시도가 잉태할 ‘물건’이 벌써부터 자못 궁금하다.
 
왕년의 히트곡을 무대용 콘텐츠로 쓴다. 주크박스 뮤지컬이라 불리는, 요즘 세계 공연가의 가장 인기있는 뮤지컬 형식이다. 대중이 열광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한 시절을 풍미했던 친숙한 선율의 음악을 무대에서 그것도 라이브로 재연하는 재미는 견주기 힘든 즐거움이다. 게다가 원곡자가 이미 세상을 떠났거나 팀이 해체돼 다시 그 음악을 라이브로 즐길 수 없는 상황이라면, 무대가 주는 즐거움은 더욱 배가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일까, 요즘 글로벌 극장가에는 새로 막을 올리는 뮤지컬의 세 편중 한 편 꼴로 주크박스 뮤지컬이 만들어지고 있다. 퀸의 음악으로 만든 ‘위 윌 록 유’, 캔트 테이크 마이 아이스 오프 유나 쉐리, 빅 걸 돈트 크라이등으로 유명한 남성4인조 그룹 포 시즌스의 음악으로 만든 ‘저지 보이스’, 빌리 조엘의 음악이 담긴 ‘무빙 아웃’, 스파이스 걸스의 히트곡들이 등장하는 ‘비바 포에버’, 티나 터너의 음악들로 꾸민 ‘티나!’, 베리 매닐로우의 노래가 소재인 ‘코파카바나’, 유브 갓 어 프렌드로 유명한 캐롤 킹의 노래들로 꾸민 ‘뷰티풀‘ 등 일일이 열거하기조차 힘들 정도로 많은 작품들이 올려지고 있다. 아바의 ‘맘마 미아!’가 불러온 세계 공연가의 흥미로운 현상이다.

 <2019년 맘마미아 공연의 한 장면>

1970~80년대 절정의 인기를 누렸던 스웨덴 출신의 혼성그룹 아바가 처음 세계 관중들 앞에 등장했던 것은 1974년 4월 6일 영국 브라이튼에서 열렸던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였다. 워털루로 대망의 그랑프리를 수상하며 세계 음악계에 화려하게 등장했기 때문이다. 아바라는 팀 이름은 그룹의 멤머였던 아그네사와 비요른, 베니 그리고 애니 프리다의 머리글자를 모아 만든 것으로, 초창기에는 길게 이름을 붙여 나열하다가 너무 거추장스러워 짧게 줄여서 사용한 것이 오늘날의 이름이 됐다.
 
아바는 서구 대중음악 역사상 비틀즈와 엘비스 프레슬리, 클리프 리처드 등과 함께 가장 많은 히트곡을 배출한 불멸의 스타로 흔히 손꼽힌다. 모든 곡들이 팀의 남자멤버였던 비요른과 베니가 직접 만든 것으로,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모았던 댄싱 퀸, 머니 머니 머니, 페르난도, 테이크 어 챈스 언 미 등 수많은 히트곡들을 배출해냈다. 특히, 전성기라 할 수 있는 79년에서 80년까지의 2년 동안에는 치키티타, 김미 김미 김미, 아이 해브 어 드림, 더 위너 테이츠 잇 올, 슈퍼 트루퍼 등 5곡의 챠트 1위곡을 연속 발표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가장 마지막에 발표된 노래는 1982년작 언더 어택이다. 이 노래 이후 멤버들간의 불화로 결국 팀은 해체됐다. 하지만 아바의 인기 자체가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90년대 들어 아바에 대한 재평가가 활발하게 전개됐고, 그 결과 예전의 히트곡들을 모아서 발매한 앨범인 ‘아바 골드 - 그레이티스트 히트’, ‘모어 아바 골드’, ‘땡큐 포 더 뮤직’ 등이 심지어 전성기 보다 더 높은 판매고를 달성하는 인기를 누리게 된다.
 
아바의 음악으로 만든 뮤지컬에 대한 구상은 바로 여기서 비롯됐다. 팀 해체 이후에도 뮤지컬계에서 꾸준히 활동해오던 비요른과 베니는 비지스의 음악들로 꾸며진 뮤지컬 ‘토요일 밤의 열기’를 관람했고, 자신들의 히트곡에 적절한 스토리를 가미해 가족용 뮤지컬로 꾸민다면 좋은 공연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된다. 수소문 끝에 영국의 여성 극작가 캐더린 존슨을 만났고, 그녀는 대부분 아바의 노래들이 가족이나 형제, 연인간의 사랑을 소재로 한다는 점에 착안해 그리스 지중해의 작은 섬에서 40대 미혼모 도나가 20살의 예쁜 딸 소피의 결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겪게 되는 기상천외한 ‘핏줄 찾기’의 코믹 스토리를 더해 극으로 완성하게 된다.
 
무엇보다 그녀의 아이디어가 돋보였던 것은 노랫말을 전혀 바꾸지 않고도 이야기를 꿰어냈다는 ‘발상의 전환’이다. 덕분에 관객들은 익숙하게 잘 알고 있던 노래들이 전혀 다른 이야기로 활용되고 재해석되는 ‘별스런’ 재미를 만끽하게 됐다. 예를 들어, 애인으로부터 버림받은 여인이 사랑의 시간을 원망하며 부르는 노래인 네임 오브 더 게임은 아빠일지 모를 빌에게 딸일지 모를 소피가 엄마와의 사랑놀이로 태어난 자신은 어떤 존재인지를 묻는 의미로 탈바꿈된다. 또, 걷기 전에 춤추고, 말하기 전에 노래 불렀다는 쌩큐 포 더 뮤직의 가사는 아빠 후보 셋과 소피가 공감대를 형성하는 일종의 복선이자 매개체 역할을 한다. 뚱뚱한 엄마 친구 로지가 오랫동안 간직해온 사랑의 감정을 고백하는 장면에 등장하는 테이크 어 챈스 온 미는 그야말로 공연장을 폭소의 도가니로 만든다. ‘마음 바꿔 바라보면 맨 앞줄에서 당신을 기다리고 있는 내가 보일 것’이라는 노랫말이 마치 처음부터 이 장면을 위해 쓰여진 것처럼 극적 전개와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 묘미를 선사하기 떄문이다. 영어권 관객들이 무릎을 치며 교묘한 스토리의 재치와 유모에 박장대소를 하게 되는 이유다.
 
새 봄을 맞아 뮤지컬 ‘맘마 미아!’가 다시 막을 올린다. 최정원과 신영숙, 홍지민, 김영주, 박준면 그리고 가수 출신인 김정민, 장현성, 이현우, 민영기, 탤런트로 활약하던 송일국 등이 김환희, 최태이 등 신세대의 풋풋한 배우들과 조화를 이루는 재미는 오랜 무대를 통해 잘 숙성된 완성도를 여지없이 보여준다. 특히, 젊은 관객 뿐 아니라 중장년도 공연장으로 불러들이는 이 작품만의 매력은 특히 인상적인 뒷맛을 남긴다. 연령이나 성별을 뛰어넘는 작품의 매력이 엄마 아빠가 아이들을 데리고 공연장을 찾는 세대공감의 문화체험으로 이어지는 것 같아 반갑다. 올해 무대는 또 어떤 신기록을 잉태해낼까. 흥겨운 마음으로 막이 오르길 기다린다.
 
<필자소개>
원종원씨는 한국외대 재학 시절, 영국을 여행하다가 만난 뮤지컬의 매력에 빠져 활동을 시작했다. 뮤지컬 저변을 확대하고자 국내 최초로 PC통신을 통해 동호회를 결성, 관극운동을 펼쳤다. TV의 프로듀서와 일간지 기자,특파원을 거쳤으며, 현재 일간지와 경제지 등 여러 매체에 뮤지컬 관련 칼럼을 연재해오고 있다. 대학(순천향대 공연영상학과 ) 강단에 서고 있는 지금도 자타가 공인하는 뮤지컬 마니아이자 전문 평론가로 지면과 방송 등을 종횡무진 누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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