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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드리엘 김의 모멘텀 클래식
듣는 재미, 작곡가 풀랑크
아드리엘김
입력 2023-02-24 10:58 수정 최종수정 2023-02-24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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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는 재미, 작곡가 풀랑크

신 고전주의 작곡가 프랑시스 풀랑크를 소개하며

프랑시스 풀랑크(1899~1963) 

"이 음악이 클래식 장르 맞나요?" 가끔 이런 질문을 듣게 되는 클래식 작품들이 있다.
 
재즈풍의 관현악과 라틴 리듬이 어우러진 거슈윈, 번스타인의 음악이나 풍성하고 유려한 할리우드 사운드를 발산하는 에리히 볼프강 코른골드의 바이올린 협주곡과 같은 작품은 대중적인 음악과 접점을 이루며 클래식에 대한 선입견을 허물기도 한다.

20세기 전반을 풍미했던 프랑스 작곡가 프랑시스 풀랑크(1899~1963) 또한 순수음악과 대중음악의 이분법적 경계가 모호한 작곡가다. 특히 변화무쌍한 음악과 귀에 쉽게 꽂히는 명징한 선율로 인해 흥미로운 클래식으로 통하지만 동시에 영국의 가디언지가 풀랑크의 음악을 "표절이 심하고 구조가 취약한 음악"으로 단편적으로 소개한 바 있듯이 오리지널함이 결여되어있고 클래식의 장르적 순도를 떨어뜨린 음악으로 치부되기도 한다. 하지만 어떤 면에서 그의 음악에 대한 접근법은 다른 작곡가들과는 조금 다르다. 

풀랑크는 난해한 아방가르드 스타일이 대세였던 20세기 전반, 시류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만의 길을 걸었다.  '프랑스 6인조' 중 가장 젊은 축에 속했던 풀랑크는 그들이 지향했던 신 고전주의의 중심에 서 있던 인물이다.  신고전주의란 20세기 전반, 독일의 극대화된 낭만주의와 드뷔시의 인상주의에 반기를 들며 고전시대의 명료한 양식에 현대미를 접목한 음악 사조라고 볼 수 있으며 이들 6인조는 작곡가 에릭 사티와 극작가 장 콕토를 추종했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만능 예술가로 손꼽히는 장 콕토는 " 구름, 파도, 수족관, 물의 요정, 밤의 향기를 버려야 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지상에 뿌리내린 일상의 음악이다"라고 주장했는데 이상향이나 신화적 세계관이 아닌 실재하는 '일상'에 근거를 둔 미학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풀랑크의 음악언어는 모호하거나 형이상학적이기보다는 직관적이며 세속적이다. 심오한 주제도 유머와 해학을 곁들였다. 초월적인 위대한 작품에 대한 욕심보다 일상에서 접하는 다양한 음악적 스타일을 수렴하여 자신의 개성을 담아 매력적인 작품들을 써 내려갔던 것이다.

예를 들어 미국 스윙 재즈의 선두주자 베니 굿맨의 의뢰로 작곡된 클라리넷 소나타는 전통적 소나타 형식이지만 3악장 피날레는 재즈의 경쾌함이 돋보이며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협주곡'의 2악장의 도입부는 모차르트에 대한 오마주로 빈 고전파 양식을 그대로 차용했으며 흥미롭게도 영화음악적 요소들도 가미되어 있다. 그가 높이 평가했던 스트라빈스키의 무조적 반음계주의에 대항한 온음계 음악 양식, 팬디어토니시즘의 영향도 그의 다른 작품들 속에 찾아볼 수 있다.  빈 고전음악,영화음악, 재즈, 샹송 등 어떤 시대나 장르도 가리지 않았고 삶 속에서 마주친 예술적 영감들을 솔직하게 음악에 담았다. 

덧붙여 그는 L.A 필하모닉 협회로부터 '20세기를 대표하는 멜로디의 장인'으로 소개될 정도로  '선율미'에 있어 타고난 작곡가다. 프랑스의 전설적인 가수 에디트 피아프를 오마주한 샹송 스타일의 즉흥곡 15번이든, 신앙에 관한 심오한 주제를 담고 있는 오페라 <카르멜 파 수녀들의 대화>든 멜로디의 윤곽이 뚜렷하고 중독성이 강하다. 그가 가곡에 애착을 보였던 것도 멜로디에 있어 탁월한 재능이 뒷받침되어 주었기 때문이다.

미국의 뉴요커지는 풀랑크에 대해 '경쾌하면서도 지극히 아름다운 멜로디스트'라고 평했다.

다채로운 음악적 스타일에 신 고전주의적 명쾌함과 서민적인 프랑스인의 해학과 유머를 더했고 그 중심에는 빼어난 선율이 자리 잡고 있으니 그의 음악이 지루할 틈 없이 재미있다는 평에 격하게 공감할 수 밖에.

피아노를 위한 15개의 즉흥곡 중 마지막 15번은 그의 열렬한 팬이었던 샹송의 여왕 '에디트 피아프'를 위한 오마주다. 성공한 가수였지만 기구한 일생을 살았던 그녀를 대변하듯 단조로 일관하지만 우울한 감성보다는 열정적이고 멜랑꼴리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역시 직관적이고 아름다운 선율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유튜브 링크 https://www.youtube.com/watch?v=GETFcTMU1JA

장 콕토가 얘기했듯 모호하고 뜬구름잡는 예술이 아닌 일상의 미학이 엿보이는 풀랑의 음악이 우리의 일상에도 스며들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노래소개:에디트 피아프

<필자소개> 
아드리엘 김은 오스트리아 빈 국립음대에서 지휘와 바이올린을 전공, 졸업(석사)했으며 도이치 방송 교향악단 부지휘자와 디토 오케스트라 수석지휘자를 역임한바 있다, 현재는 지휘자, 작곡가, 문화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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