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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영의 뮤지컬 오버뷰 (Musical Over:view)
다시 돌아온 고양이들의 대축제, 뮤지컬 ‘캣츠’ 내한 공연
최윤영
입력 2023-02-22 13:42 수정 최종수정 2023-02-22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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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돌아온 고양이들의 대축제, 뮤지컬 ‘캣츠’ 내한 공연
 
사랑스럽고 신비로운 고양이들을 위한 단 7주간의 축제가 어느덧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3월 12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선보이는 이번 오리지널 내한 공연은 2022년 말부터 김해, 세종, 부산을 거쳐 지난 1월 20일 예정된 서울 여정을 시작했다. 무엇보다도 이번 ‘캣츠’는 오랜만에 만나는 오리지널 연출까지 더해져 더욱 반갑다. 우선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잠시 사라졌던 젤리클석이 부활했고 인터미션을 활용한 플레이타임도 다시 진행된다. 또 지난 2020년에 선보였던 40주년 기념 공연 ‘캣츠’의 경우, 모두의 안전을 위해 일부 배우들이 고양이 분장을 한 채로 메이크업이 된 마스크를 착용한 채 연기를 해야 했는데 이제는 더 이상 마스크를 쓰지 않아 그새 달라진 분위기를 실감케 한다. 덕분에 관객들은 조금 더 가까이에서 배우들과 직접 교감하고 소통하며 작품에 푹 빠져들 수 있게 됐다.

<캣츠 공연장면, 사진제공 에스앤코>

뮤지컬 ‘캣츠’는 ‘오페라의 유령’, ‘레미제라블’, ‘미스 사이공’과 더불어 Big4 뮤지컬이라 불리는 메가 뮤지컬 대표작 중 하나로, 그 중 ‘오페라의 유령’을 탄생시킨 거장 앤드류 로이드 웨버가 만든 또 하나의 명작이다. 노벨상 수상자인 대문호 T.S 엘리엇의 시 ‘주머니쥐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지혜로운 고양이 이야기(Old Possum's Book of Practical Cats)’를 바탕에 두고 재미난 상상력을 더해 만든 뮤지컬인데, 1981년 영국 초연 당시 놀랍게도 처음에는 실패를 점치던 사람들의 우려 속에 무대에 올랐다고 전해진다. 아무래도 기승전결이 뚜렷하지 않은 특성을 가진 시를 가지고 제작한 작품인데다 모든 캐릭터가 고양이들로만 구성돼 있다 보니 과연 이런 시도가 관객들에게 통할 수 있을까 싶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역시 이 모든 우려는 기우에 지나지 않았음이 곧 증명됐다.
 
비교적 실험적인 시도에 가까웠던 뮤지컬 ‘캣츠’는 단순한 전개를 뛰어넘을 만큼 생동감 넘치는 표현뿐만 아니라 독특하면서도 아름다운 음악, 환상적인 무대 연출로 입소문을 타며 꾸준히 많은 사랑을 받았다. 아이부터 어른에 이르기까지 전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공연이라는 점 또한 장점으로 작용했다. 현재까지 전 세계 30여 개국에서 공연했고, 한국 뮤지컬 역사상 최초로 누적 200만 관객 기록을 세우기도 한 역사가 있는 작품이라는 사실만 보더라도 뮤지컬 ‘캣츠’의 힘이 얼마나 강력했는지 미루어 짐작해 볼 수 있을 정도다.

뮤지컬 ‘캣츠’에는 각기 다른 사연과 성격을 지닌 젤리클 고양이들이 잔뜩 등장한다. 매해 열리는 고양이 축제 ‘젤리클 볼’에서는 이들 중 오직 단 한 마리의 고양이만이 새 삶을 얻게 될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지혜로운 선지자 고양이’ 올드 듀터러노미부터 ‘Memory’의 주인공 그리자벨라, 인기 만점 ‘스타 고양이’ 럼 텀 터거, 책임감 강한 ‘리더’ 멍커스트랩, 나타날 때마다 긴장감을 더하는 ‘악당’ 맥캐버티, 의상부터 남다른 ‘마술사 고양이’ 미스터 미스토펠리스, 관능적인 매력을 지닌 봄발루리나 등 작품 속 고양이들은 캐릭터가 뚜렷한 데다 각각 지닌 매력도 상당하다. 그래서 ‘캣츠’를 반복해 보다 보면 자연스럽게 가장 좋아하는 고양이 캐릭터가 생겨날 수밖에 없다. 실감 나는 분장을 한 채로 고양이의 습성까지 완벽히 익혀 표현하는 배우들 덕분에 젤리클 고양이들을 향한 애정은 갈수록 깊어진다. 작품은 이런 고양이들이 무대에서 펼쳐낸 각자의 인생 이야기를 또 하나의 작은 세계에 닿을 수 있도록 생생하게 풀어낸다.

<캣츠 공연장면, 사진제공 에스앤코>

무대는 고양이들의 시선으로 본 세상을 재미나게 꾸며두었다. 낡은 타이어와 버려진 오븐, 자동차 등은 과장됐다 싶을 정도로 상당한 크기를 자랑한다. 고양이들에게 실제로 우리가 사는 세상이 이렇게 보인다고 생각하니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다가도, 그만큼 녹록지 않을 세상살이가 떠올라 조금 안쓰러워지기도 한다. 하지만 신나게 무대를 누비며 축제를 즐기는 젤리클 고양이들의 모습에 금세 마음이 다시 따스해진다.

아름다운 음악 역시 빼놓을 수 없다. 그중에서도 그리자벨라의 ‘Memory’는 명곡 중의 명곡이다. 아름다운 외양으로 사랑받았으나 험난한 세월을 겪으면서 어느덧 볼품없이 늙어버린 고양이는 생애 마지막 희망을 담아 간절히 노래한다. 처음에는 그리자벨라를 차갑게 외면했던 고양이들이 하나둘씩 곁으로 모여들고, 고독했던 그의 삶에 온기가 더해진 순간 느낀 감동은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벅차다. 갈수록 각박해져 가는 세상에서 듣게 된 ‘Memory’는 변함없이 대단한 위로다.

이 밖에도 뮤지컬 ‘캣츠’에는 고양이들의 습성을 알고 친해지는 법, 고양이가 간직한 비밀 등이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다. 물론 극 중 서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관객들에게는 조금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는 전개지만, 이처럼 오랜 시간을 뛰어넘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삶의 가치와 깨달음이 담긴 작품을 만나기도 쉽지 않은 일이다. 이번 기회에 뮤지컬 ‘캣츠’가 준비한 마법 같은 무대에 한껏 취해보시길 바란다.
 
<필자소개>
최윤영씨는 인천국제공항 아나운서와 경인방송 라디오 리포터 등 방송 활동과 더불어 문화예술공연 전문 진행자로 다양한 무대에 선바 있다. 현재는 미디어 스피치 커뮤니케이션 교육을 담당하고 있으며 고려대학교 언론대학원 졸업 후 공연 칼럼니스트로서 칼럼을 기고해왔고, 네이버 오디오클립 ‘최윤영의 Musical Pre:view’ 채널을 운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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