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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정의 컬쳐포커스
2023년 계묘년, 예술문화 속 토끼의 모든 것
안현정
입력 2023-02-17 14:45 수정 최종수정 2023-02-24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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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에 살던 토끼가 ‘속세’로 내려온 까닭은
 
 계묘년은 검은 토끼의 해라 토끼 관련 전시들도 많이 열리고 있다. 예술문화 속 토끼는 무엇을 상징하는 동물인가? 대부분의 아시아 지역에서 토끼는 영리하고 잔꾀가 많은 동물로 의인화된다. 불교에서 토끼는 보시행을 상징한다. 기독교의 헌금과 유사한 불교의 보시는 대가 없이 베풀고 나누는 덕행이다. 불교 설화에 의하면 보시를 결심한 토끼, 원숭이, 수달, 승냥이에게 제석천이 배고픈 나그네로 위장해 시험을 했는데 토끼만이 스스로 자기 몸을 태워 보시하려 하자 제석천이 감동해 토끼를 구하고 달에 새겨 놓았다고 한다. 달나라의 신성한 계수나무 아래에서 떡방아를 찧는 토끼 이야기는 아시아 전역에 퍼져 있다. 기독교 중심의 서구 문화권에선 전혀 다른 상징으로 구전됐다.

<세상에서 제일 비싼 제프쿤스의 토기>

예수가 죽음에서 되살아난 것을 경축하는 부활절의 아이콘이 토끼다. 교회의 부활절 행사에서는 토끼 복장을 한 사람이 삶은 달걀을 나눠 주는 풍경이 흔하다. 세상에서 제일 비싼 토끼 미국 현대 미술가 제프 쿤스의 조각으로, 풍선처럼 구현한 104㎝ 크기의 조형작품이다. <토끼>는 2019년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9110만달러(당시 약 1084억원, 현재 기준 약 1125억원)에 낙찰됐다. 얼굴은 구체적으로 묘사하지 않았고, 앞발에 당근을 쥐고 있는 모습을 귀엽고 앙증맞게 형상화했다. 달에 살던 토끼가 지상으로 내려온 까닭은 여러 긍정적 상징요소 때문이다. 국내에서 열리고 있는 다양한 토끼 전시 속으로 들어가 보자.
 
백남준 효과 <달에 사는 토끼>, 토끼효과 노리는 관광지들
 
나무 토끼가 TV에 나오는 달을 본다. 달 토끼가 방아를 찧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설정. 2월 26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서 열리는 <백남준 효과> 전시에서는 백남준의 작품 <달에 사는 토끼>를 만날 수 있다. 달에 있어야 할 토끼가 TV를 통해 달을 보고 있다는 설정은 지금 보아도 파격적이다. 2023년 우리는 스크린을 통해서 세상을 인식한다. 무엇이든 온라인 세상과 연결된 오늘날, 백남준의 시도는 토끼를 자기화한 선지자의 상징처럼 느껴진다.

<백남준의 작품,<달에 사는 토끼>

이 전시는 백남준과 백남준이 한국미술계에 끼친 영향, 역할을 조명한다. 토끼 작품 전시는 전국 단위로 기획돼 다양한 관광객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서울대공원도 이달 26일까지 토끼 조형 작품 23점을 전시하는 '2023 점프 프로젝트' 야외 전시를 이어간다. 경남 창원 창원역사민속관에서도 '묘(卯)한 토끼그림전'을 통해 토끼 캐릭터 '베니' 등 60점의 토끼를 선보인다. 용인 에버랜드의 15m의 초대형 토끼 조형물 '래빅, 전남 목포 대반동 유달 유원지 '목포 오키토끼'가 포토존, 부산 해운대에 마련된 대형 토끼 조형물, 충남 예산군 예당호 야외공연장 입구에 마련된 검은토끼와 흰토끼 한 쌍도 많은 언론에서 조명됐다.
 
국립민속박물관 《새해, 토끼 왔네》
전시제목: 계묘년 토끼띠 해 특별전 《새해, 토끼 왔네》
전시기간: 2022. 12. 14.(수) ~ 2023. 3. 6.(월)
전시장소: 국립민속박물관 기획전시실2
전시내용: 토끼의 생태에 얽힌 민속 이야기 / 십이지장식품 토끼 등 70여 점

이 전시는 지혜로움, 민첩함에서부터 달 토끼, 부부애까지 토끼의 여러 민속 상징을 외형과 습성 등 생태와 결합하여 전시한다. 대표 작품인 <화조영모도 – 토끼와 모란(花鳥翎毛圖)>는 토끼와 모란을 함께 그려 부부애와 화목을 상징하는 그림으로, 화조영모도 10폭 병풍 중 한 폭이다. <풍차(風遮)>는 목 뒤를 덮고 볼을 감쌀 수 있게 하여 추위를 막는 여성용 방한 모자로, 안쪽에 토끼털을 덧댄 볼끼뺨과 턱을 덮기 위한 겨울철 방한구를 부착하였다. <문자도 – 치>는 ‘치(恥)’자에 달 속에서 방아 찧는 토끼를 그린 문자도이다. 백이‧숙제(伯夷‧叔齊)가 죽은 뒤 해마다 매화꽃이 피고 달빛이 밝게 빛이 났다(首陽梅月 夷齊淸節)는 고사를 형상화하여 ‘치’자도에는 토끼, 달, 매화나무를 함께 그려 넣는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만나는 ‘토끼’ 작품 찾기

고려 12세기 청자의 정수를 보여주는 <청자 투각 칠보무늬 향로>(고려 12세기 국보)는 귀여운 토끼 세 마리가 향로를 받치고 있는 형상이다. 작고 검은 눈동자의 토끼는 귀를 쫑긋 세우고 발을 가지런히 모으고 있다. 토끼는 귀여운 외모와 달리 향로를 가뿐히 받치고 있을 만큼 힘이 세 보인다. 이 향로는 몸체가 연꽃 모양으로 불교와 관련된 목적으로 제작되었을 것이다. 통일신라시대 <십이지 토끼상>은 갑옷을 입고 칼을 들고 있는 형상으로 능묘 수호의 의미가 부여되던 것으로 보인다. 조선 19세기 말 <백자 청화 토끼 모양 연적>은 파도를 내려다보는 토끼 형상으로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 속 토끼가 연상된다. 예로부터 토끼는 재치 있는 동물로 여겨졌다. 가장 널리 알려진 달에서 방아를 찧는 옥토끼는 고려시대 청동 거울과 조선시대 그림에서 확인할 수 있다.

<<국립민속박물관 새해 토기왔네> 

또한 사나운 매가 토끼를 잡으려는 상황을 그린 조선시대 그림 여러 점 전한다. 이는 매로 토끼를 잡는 전통적 사냥방법을 반영한 것이며, 제왕(매)의 위엄 앞에 교활한 소인배(토끼)가 움츠린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둥근 달을 보는 토끼> (조선19세기) 두 귀를 쫑긋 세운 토끼가 하늘에 떠 있는 둥근 달을 바라보고 있다. 토끼는 예로부터 달에서 방아를 찧으며 불사약을 만드는 영물로 알려져 왔다. 이러한 문화재의 상징과 역사를 통해 토끼와 달을 연결시킨 옛 사람들의 인식을 살펴볼 수 있다.
 
 <필자소개>
안현정씨는 예술철학전공 철학박사출신의 문화평론가이자 방송인으로 현재 성균관대학교박물관 학예관, 유중재단 이사, 고려사이버대학교 문화예술경영학과 겸임교수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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