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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 Prologue!  
국악 Prologue!  
김보람
입력 2023-02-14 09:31 수정 최종수정 2023-02-14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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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금 병창의 명인들
 
무대에 조명이 들어온다. 30여 명의 연주자가 가야금을 한 대씩 앞에 두고 앉아 있다. 장구 장단에 맞춰 일사불란하게 연주가 시작된다. 곧 가야금 가락 위에 노래가 얹어진다. 향사 박귀희 선생이 작곡한 신민요가 흥을 돋운다. ‘가야금을 연주하며 부르는 노래’ 또는 ‘노래하며 가야금을 타는 연주 형식’을 일컬어 ‘가야금 병창(竝唱)’이라고 한다.
 
지난 2021년 향사 탄생 100주년을 맞이해 (사)가야금병창보존회가 주최하는 공연이 열렸다. 가야금 산조 및 병창 예능 보유자(이하, 가야금 병창 보유자)이자 박귀희 선생의 제자였던 안숙선, 강정숙 명인을 비롯해 여러 전수자와 이수자들이 함께 무대에 올랐다.

2022년에는 금농 정재국(예명: 정달영) 선생의 탄신 100주년을 기념해 강정열 명인과 제자들이 펼치는 공연이 열렸다. 강정열 명인 역시 정달영 선생의 뒤를 이어 남자 가야금 병창의 계보를 잇는 예능 보유자다. 향사와 금농 모두 20세기 초 활약한 가야금 병창 명인 오태석의 제자들이다.
 
지금은 독립된 장르로 인정받지만 악가무에 두루 통달했던 옛 예인들 중 가야금 병창을 선보인 이들은 소리에 일가견이 있는 가야금 연주자였거나 악기 연주에 소질이 있는 판소리꾼이었을 것이다. 지금의 가야금 병창을 주 종목으로 하는 이들 역시 가야금 병창 연주가로도, 소리꾼으로도 불리며 연주와 소리에 두루 능통해야 한다.
 
조선 시대 ‘사습놀이’에 기원을 두고 1975년 다시 시작한 전주대사습놀이는 판소리, 농악, 무용 등의 부문에서 명인 명창 자리를 두고 겨루는 경연이다. 1985년 11회 대회부터 가야금 병창 부문을 신설했는데 이때 병창 부문 장원은 강정숙 명인이었으며 또 다른 보유자인 강정열 명인은 같은 해 기악 부문에서 장원을 차지했다.
 
한편, 지난해 판소리계의 프리마 돈나 안숙선 명창은 판소리 춘향가 예능 보유자로 지정됐다. 1997년 가야금 병창 보유자가 된 지 25년만에 보유 종목이 바뀐 것인데, 그 덕에 많은 사람들이 가야금 병창에 대해 알게 되지 않았을까 싶다.
 
안숙선 명창은 어린 시절부터 가야금 산조 예능 보유자인 이모와 판소리 흥보가 예능 보유자인 외삼촌을 비롯해 이름난 명인, 명창들에게 가야금과 판소리를 두루 사사했다. 판소리 춘향가 보유자인 김소희 선생과 가야금 병창 보유자인 박귀희 선생의 애제자이기도 했는데, 박귀희 선생이 한발 앞서 그를 후계자로 낙점했다. 판소리 명창으로 국창의 반열에 올랐으나 그는 가야금 병창 보유자로서의 활동도 꾸준히 이어왔다. 동생 안옥선과 함께 녹음한 음반을 비롯해 가야금을 타며 노래하는 그의 영상을 유튜브 등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판소리 춘향가 예능 보유자로 지정되며 가야금 병창 예능 보유자 자격은 해지되었다. 남원의 아기 명창이라 불리던 시절부터 지금까지 ‘영원한 춘향’이란 타이틀의 무게를 짊어지고 온 거장에겐 조금 더 맞춤한 자리일지도 모르겠다. 그간 그가 지켜온 가야금 병창은 재예를 물려받은 제자들이 대물림하며 이어나갈 것이다.

 안숙선 명창의 가야금 병창(출처: 국가문화유산포털)
 
새타령, 남원산성 등의 민요와 창작한 곡들을 제외하면, 오래전부터 불려온 가야금 병창곡들은 대부분 ‘단가(短歌)’에 속하는 곡들이다. 짧은 노래를 의미하는 단가는 판소리를 하기 전에 소리꾼이 목을 풀고, 관객들의 시선을 집중시키기 위해 불렀던 노래를 가리킨다. 주로 산천경개를 묘사하거나 옛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판소리의 한 대목이기도 하고, 판소리와는 무관한 내용의 노래들도 있다.
 
호남가, 죽장망혜, 녹음방초와 같은 단가 그리고 춘향가 중 사랑가, 흥보가 중 제비노정기, 수궁가의 고고천변 등이 자주 불리는 가야금 병창곡들이다. 단가와 마찬가지로 애절한 느낌의 계면조보다는 씩씩한 우조나 웅장한 느낌을 주는 평조 선율이 많다. 선율 악기인 가야금에 장구를 곁들여 반주하므로 원곡과는 또 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으며, 대규모 인원이 함께 연주하며 노래하는 장관을 연출하기도 해 초심자들도 흥겹게 감상할 수 있다.
 
가야금 병창 분야에서도 새로운 시도들이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다. 창작 가야금 병창곡에서 가야금 병창극까지 내용과 형식 면에서 풍요로워지는 중이다. 천주미와 이선의 유튜브에서 창작곡과 뮤직비디오, 병창극 등을 감상할 수 있다. 이 두 사람과 박혜련, 서태경이 의기투합한 연구모임 ‘현재’는 가야금 병창 레퍼토리를 확장하기 위한 작업의 결과물을 지난해 8월 음원으로 출시하기도 했다.
 
<필자소개>
김보람 씨는 동국대학교 문예창작학과와 영상대학원 문화콘텐츠학과를 졸업했으며, 국립국악원에서 소식지 국악누리 제작을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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