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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민의 공연예술 글로벌 Now!
예술을 통한 삶의 치유
박선민
입력 2023-02-06 14:23 수정 최종수정 2023-02-06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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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을 통한 삶의 치유

알랭 드 보통은 저서 ‘영혼의 미술관’을 통해 예술이 인간을 위한 도구일 수 있다면 무엇을 위함이며 또 어떤 구체적인 이득을 줄 수 있는가를 고민하고 예술이 인간의 감정과 정서를 다스리기 위한 치유의 도구라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기술의 발달, 매체의 다원화 등으로 세상은 점점 더 얽히고 설키며 인간의 삶을 복잡하게 만들어가고 있는 데 반해 정서적 안정이나 연대를 도모하려는 노력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이로 인해 육체 피로도는 경감되었을지 모르지만 정신적 피로도는 증가했고, 따라서 신체의 건강 뿐만 아니라 정서적 건강까지 포함하는 진정한 의미의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예술을 통한 정서치유는 개인 뿐만 아니라 기업의 차원에서도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할 문제다. 다행히 예술치유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기업들도 있다. 
 
디즈니는 그들의 창작능력을 환우들을 위해 활용하는 방법을 찾아냈다. 디즈니 캐릭터를 활용한 환우 맞춤형 애니메이션 스토리를 제작한 것이다. 병원에서 MRI 시술을 하는 동안 보여줄 것을 목적으로 제작한 이 애니메이션은 특히 어린 환우들에게 효과적이다. 디즈니의 스토리텔링과 캐릭터가 가진 가장 큰 힘은 병원에서 느낄 수 있는 두려움, 불안 등 부정적인 감정을 완화시키고 긴장감을 낮춰주는 것이다. 
  
또 의료로봇회사 오픈 바이오닉스와 디즈니가 협업한 ‘히어로 암(Hero Arm)’ 역시 눈여겨 볼 만하다. 생체 공학적 의수에 디즈니 캐릭터 디자인을 결합해 의수에 대한 불편한 시각을 거두고 사용하는 데 자신감을 가지며 심리적인 편안함을 갖게 해주는 것이 목적이다. 의수는 가볍지만 튼튼해 최대 17파운드까지 들어올릴 수 있고, 아이들의 취향에 맞춰 선택할 수 있도록 다양한 커버 디자인을 적용하였다. 디즈니는 환우들이 직면한 상황을 좀 더 수월하게 받아들이는 데 도움을 주는 방향으로 예술을 활용하고 있다. 
  
구찌 아틀루션의 프로그램에 참여해 벽화를 그리고 있는 참가자

반면 럭셔리 패션브랜드 구찌는 메시지 전달에 초점을 맞춘 예술치유에 관심을 두고 있다. 예술을 통해 아픔을 포용하고 통합하며 전 세계 사람들을 연결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는 ‘아트 월 프로젝트’는 공공 예술 프로젝트다. 뉴욕, 런던, 밀라노, 홍콩, 상하이에서 완성된 아트 월은 상처받은 여성, 어린이를 위로하고 그들이 목소리를 대변한다. 각 도시에서 진행된 아트월은 각각 다른 메시지를 담고 있는데, 뉴욕에서는 어린이들의 미래와 꿈을, 밀라노에서는 젠트리피케이션을 다루는 식이다. 

특히 2022년에는 뉴욕과 우간다의 어린이들이 함께 참여해 교통사고로 사망한 우간다 나쿠와데 지역의 학생을 추모하는 작품을 제작했는데 이는 치유와 회복, 긍정적인 사회변화를 촉진하고 욕하는 강력한 메시지가 되었다. 구찌는 ‘아트 월 프로젝트’로 2020년 유엔난민기구가 수여하는 난민 통합을 위한 공로상을 수상했으며, 럭셔리 브랜드를 넘어 사회에 의미있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하나의 아이콘으로 자리잡을 수 있었다. 
 
국내에서도 예술치유에 대한 관심이 점차 높아지는 추세다. 서울문화재단이 운영하는 ‘서울예술치유허브’는 지역사회가 주체가 되어 운영하는 예술치유 센터다. 일상에서 예술을 향유하고 위로받으며 재활까지 도모하는 공간을 목표로 하는 이 곳은 예술가 스튜디오, 갤러리, 다목적홀, 주민 창작실 등이 마련되어 있다. 더불어 다양한 장르의 치유 프로그램을 시민들에게 적극적으로 개방하는 것은 물론 예술 단체들의 창작활동까지 전폭적으로 지원한다. 
 
국내에서 기업들이 예술치유를 추구한 사례로는 올림푸스 한국과 현대해상이 있다. 
올림푸스 한국이 운영하는 ‘아이엠카메라(I am Camera)’는 카메라를 통해 나를 표현할 기회를 얻고 정체성을 찾는 것이 목적인 사진 예술 교육 프로그램으로 오랜 병원 생활로 지친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운영한다. 올림푸스 한국 사장 오카다 나오키는 “오랜 시간 병마와 싸워 온 환우들이 이 프로젝트를 통해 마음의 여유와 자존감을 되찾고 적극적으로 세상과 소통하는 기회가 됐길 바란다.”며 프로젝트의 방향성을 언급한 바 있다.
 
현대해상 역시 체험형 모션 인터랙티브 놀이공간 “힐링 정글”을 서울아산병원, 신촌세브란스병원, 이대서울병원 내에서 운영하며 환우들이 가상동물과 소통하고 놀이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바 있다. 

환자를 만나고 있는 디즈니 영화출연자


위에 제시된 국내외 사례들은 기업과 예술이 결합할 수 있는 다양한 방식을 제시한다.

유엔 산하 자문기구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트(SDSN)'은 '2022 세계행복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행복지수는 62위로 조사대상 149개국 중 중위권에 해당한다. 이는 GDP 10위권 내 국가들 중에서는 하위권에 해당하는 것으로 국민들의 정신적 피로도가 상당함을 보여주는 안타까운 수치다. 예술 치유에 대한 관심이 개인의 차원을 넘어 기업, 국가의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다뤄질 필요성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키는 수치이기도 하다. 
  
예술치유의 핵심은 사회의 연대와 공감에 있다. 디즈니의 히어로암은 의수 사용자 뿐만 아니라 주변인들의 시선을 변화시키는 것으로 연대를 도모하고, 구찌는 아트월을 통해 소외된 자들을 위한 목소리를 높이고 공감을 유도한다. 예술을 통해 드러나는 상징과 메시지들이 개개인에게 강력하게 와닿기 위해서는 재정적 지원과 기업 및 국가의 관심은 필수적이다. 사회를 포용하는 매개체로 예술이 인식되고 활용될 때 그 치유의 힘은 더욱 커질 것이다. 



<필자소개>
 박선민씨는 한국예술종합학교(예술경영)와 홍콩과학기술대학(MBA)을 졸업한 후 미국 뉴욕필하모닉 기획팀 및 싱가포르 IMG Artists에서 근무한 바 있다. 현재는 선아트 매니지먼트 대표를 맡고 있으며 한양대학교에서 예술경영을 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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