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시그널
클래시그널[CLASSI그널]
최윤영의 뮤지컬 오버뷰 (Musical Over:view)
불멸의 연인이 남긴 흔적을 찾아서, 뮤지컬 ‘베토벤  
최윤영
입력 2023-01-31 17:45 수정 최종수정 2023-02-22 12:38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스크랩하기
작게보기 크게보기
불멸의 연인이 남긴 흔적을 찾아서, 뮤지컬 ‘베토벤'
 
△ 뮤지컬 베토벤 공연장면 <사진제공 EMK뮤지컬 컴퍼니>

뮤지컬 ‘베토벤; Beethoven Secret(이하 뮤지컬 ‘베토벤’)’이 드디어 본격적인 개막 소식을 알렸다. 월드 프리미어 초연으로 한국에서 선보이는 뮤지컬 ‘베토벤’은 EMK뮤지컬컴퍼니의 다섯 번째 창작 뮤지컬이다. 제작과 개발 기간에만 총 7년이 소요될 만큼 엄청난 노력을 기울인 작품으로, 뮤지컬 ‘모차르트!’ ‘레베카’ ‘엘리자벳’의 극작가 미하엘 쿤체와 작곡 및 오케스트레이션을 맡은 실베스터 르베이가 다시 한번 합작해 만들었다. 자연히 기대감은 더 커졌다.
 
그러나 위대한 음악가이자 다시 없을 천재, 영웅 같은 모습의 베토벤을 기대했다면 생각과는 다른 전개에 조금 놀랄 수도 있다. 창작자들은 작품 개발 초기부터 베토벤의 인간적인 모습과 고뇌, 자아를 찾기 위한 여정, 변화를 담고자 했고 그 중심에 사랑이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래서 40대의 베토벤이 음악가로서 최고로 명성을 날리던 때이자 청력 상실이라는 고통과 마주하게 된 시기인 1810년부터 1812년에 집중해 서사를 풀어간다.

△ 뮤지컬 베토벤 메인포스터 <사진제공 EMK뮤지컬 컴퍼니>

뮤지컬에 등장한 모든 이야기는 한 통의 편지로부터 출발했다. 평생 홀로 살았던 베토벤이 세상을 떠난 후, 그의 유품에서 발견된 ‘불멸의 연인’을 향한 편지는 대상이 누군지 끊임없이 논의될 정도로 주목받았다. 작품은 신원 미상의 편지 속 주인공으로 추측된 여러 인물 가운데 안토니 브렌타노에게 시선을 던졌다. 안토니는 이미 가정을 이루고 아이까지 가진 인물이었기 때문에 끝내 그 사랑이 이뤄질 수는 없었겠지만, 어린 시절 트라우마로 인해 평생 불신의 늪에 빠져 살던 베토벤이 운명처럼 만난 안토니 덕분에 자신을 둘러싼 수많은 껍질과 제약에서 벗어나 지금 우리가 듣고 있는 불멸의 음악들을 남겼으리라는 가정이다. 이런 서사를 완성하는 데는 물론 역사적 사료와 다양한 근거들도 어느 정도 기반이 됐다.

작곡 방향 역시 베토벤의 원곡을 최대한 살리는 쪽으로 흘러갔다. 기악곡을 성악곡으로 바꾸는 일 또한 쉽지 않았다. 이는 관점에 따라 장점이 될 수도 있고 반대로 한계가 될 수도 있다. 뮤지컬 문법에 따라 장르 특유의 옷을 입고 새롭게 선보인 음악들 모두 어디선가 많이 들어봄 직한 멜로디가 나타난다. 먼저 베토벤이 보내지 못할 편지를 쓰며 노래한 ‘사랑은 잔인해’에는 ‘비창’으로 잘 알려진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제8번 c단조 Op.13’이 담겼다. 이 곡은 그가 직접 작품에 ‘Pathétique’라는 제목을 붙여 더욱 특별하게 여겨지는데, 이런 곡이 가진 의미를 뮤지컬에서도 주요하게 다룬 셈이다.
 
또 넓게 확장되는 무대를 중심으로 파격을 더한 1막 엔딩 넘버 ‘너의 운명’에서는 ‘교향곡 제5번 Op.67 운명’을 만나볼 수 있다. 특히 이 장면은 이어질 2막을 향한 기대감을 드높인다. 아픈 과거와 현재를 뒤로한 채, 혼령들로부터 끊임없이 자신의 역할을 되새겨야만 했던 음악가의 고뇌를 엿볼 수 있으면서도 그에게 단 하나 희망으로 떠오른 여인의 존재감을 부각하는 모습이 인상 깊다. 이처럼 여러모로 실험적인 뮤지컬이지만 리프라이즈(reprise) 형식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어렵다고 느껴지기 쉬운 클래식 음악의 장벽을 낮추면서 관객들이 더욱 친밀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한 시도가 새롭게 다가온다.

다만 일부 장면 연결의 자연스러움과 더불어 전반적인 서사에 개연성을 더할 필요는 있다. 작품에 참여하고 있는 배우들에게도 아직 풀어가야 할 숙제가 남은 듯했다. 지난 1월 19일 뮤지컬 ‘베토벤’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배우들은 영원불멸의 음악을 남긴 인물의 삶을 재조명하는 작품에 몸담고 있다는 점에 커다란 책임감을 느끼면서도 관객들이 더 크게 공감할 수 있도록 맡은 역할을 충실히 하는 데 더욱더 힘쓰겠다는 말을 공통으로 전했다. 전 세계 초연이기 때문에 오는 부담도 컸겠지만 그만큼 다양한 반응을 훨씬 빠르게 접할 수 있어 더 고민하는 듯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대에 선 배우들은 작품에 완벽히 몰입한 모습으로 큰 박수를 이끌었다. 그중에서도 루드비히 반 베토벤 역을 맡은 카이는 폭넓은 이해를 바탕으로 최고의 무대를 선보이며 놀라움을 더했다. 집중해 보다 보면 어느 순간 배우의 얼굴에 베토벤의 모습이 겹치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대단하다. 과연 이런 무대를 선보이기 위해 그가 얼마나 치열한 고민과 해석을 이어갔을지 조금이나마 짐작해볼 수 있었다. 또 고전적인 성악 발성과 로큰롤 스타일 편곡이 들어간 넘버의 어울림도 매우 돋보였다.

안토니 브렌타노 역의 조정은 역시 가슴을 울리는 감성과 섬세한 표현력으로 극에 깊이를 더한다. 특히 그간 행복하지 않았던 삶을 애써 위로하고 다독이다 결국 아픈 현실을 인정하고 마는 ‘괜찮아 난’과 루드비히와 이별 후 시간이 흐른 뒤 다시금 삶의 의미를 되물으면서 ‘매직문(Magic Moon)’을 부를 때면 진정한 행복을 찾기 위해 몸부림친 인물의 고통이 생생하게 느껴진다. 두 배우가 이뤄낸 조화는 초연의 아쉬움마저 잠시 접어둘 만큼 뛰어났다.

뮤지컬 ‘베토벤’이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분명하다. 사랑은 존재만으로도 특별하며 누군가의 삶을 완전히 뒤바꿔놓을 만큼 강력하다는 사실이다. 갖가지 한계에 부딪히더라도 다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게 이끌 힘이 바로 이 ‘사랑’에 있다. 진정한 행복의 가치를 탐구하길 꿈꾸거나, 혁신에 가깝도록 재탄생한 베토벤의 이야기가 궁금한 당신에게 뮤지컬 ‘베토벤’을 권한다.

 
<필자소개>
최윤영씨는 인천국제공항 아나운서와 경인방송 라디오 리포터 등 방송 활동과 더불어 문화예술공연 전문 진행자로 다양한 무대에 선바 있다. 현재는 미디어 스피치 커뮤니케이션 교육을 담당하고 있으며 고려대학교 언론대학원 졸업 후 공연 칼럼니스트로서 칼럼을 기고해왔고, 네이버 오디오클립 ‘최윤영의 Musical Pre:view’ 채널을 운영중이다.

 
전체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인기기사 더보기 +
인터뷰 더보기 +
약학회장 선거, 김형식 "균형 발전" VS 이병훈 "연구비 확보"
[인터뷰] 듀셀바이오 이민우 대표 "혈액 부족 끝내겠다…'인공 혈소판' 대량생산 목전"
한림대성심병원 박경희 교수가 전하는 '건강한 다이어트' 방법
약업신문 타이틀 이미지
[]최윤영의 뮤지컬 오버뷰 (Musical Over:view)
아이콘 개인정보 수집 · 이용에 관한 사항 (필수)
  - 개인정보 이용 목적 : 콘텐츠 발송
- 개인정보 수집 항목 : 받는분 이메일, 보내는 분 이름, 이메일 정보
- 개인정보 보유 및 이용 기간 : 이메일 발송 후 1일내 파기
받는 사람 이메일
* 받는 사람이 여러사람일 경우 Enter를 사용하시면 됩니다.
* (최대 5명까지 가능)
보낼 메세지
(선택사항)
보내는 사람 이름
보내는 사람 이메일
@
Copyright © Yakup.com All rights reserved.
약업신문 의 모든 컨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약업신문 타이틀 이미지
[]최윤영의 뮤지컬 오버뷰 (Musical Over:view)
이 정보를 스크랩 하시겠습니까?
스크랩한 정보는 마이페이지에서 확인 하실 수 있습니다.
Copyright © Yakup.com All rights reserved.
약업신문 의 모든 컨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