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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정의 컬쳐포커스
2023년 문화이슈, 스마트 컬쳐 리딩이 온다.
안현정
입력 2023-01-06 10:42 수정 최종수정 2023-01-27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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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우리치오 카텔란, 에드워드 하퍼, 김환기 회고전 등 주목

흑묘(黑卯年) 검은 토끼해, 영특한 토끼의 기운처럼 작년에 이어 올해도 문화예술계를 잇는 온라인과 기술집약적 이슈들은 대거 확대될 예정이다. 영화 아바타의 성공이 예견하듯 메타버스 속 가상공간에서의 경험이 확장되고, 부동산 경기 하락과 금리 인하로 인해 ‘투자중심의 문화’에서 ‘향유중심의 문화’로 시대의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메타버스 전시공간의 확장에 대해 논의하고, 새롭게 전개될 국내외 전시들을 다양하게 진단해보고자 한다.
 
메타버스 전시의 확장, 가상현실 속 아바타와의 만남

코로나19가 장기화 되면서 라이브 방송과 메타버스를 통해 집안에서 즐기는 새로운 문화가 확산되며 일상으로 자리 잡았다. 메타버스란 웹상에서 아바타를 이용하여 사회, 경제, 문화적 활동을 하는 따위처럼 가상 세계와 현실 세계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관련 생태계의 패러다임의 확장을 예고하는 가운데, 메타버스를 활용한 미술 플랫폼들을 늘어났다. 대표적인 플랫폼이 제페토는 증강현실(AR)과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사용자를 닮은 캐릭터, 아바타를 만드는 서비스다. 또 SNS 기능도 접목돼 있어 이용자끼리 여러 가상공간에서 문자·음성·이모티콘 등으로 교류할 수 있으며, 가상세계 안에서 이용자들이 모여 게임을 하거나 춤을 추는 등 다양한 활동도 즐길 수 있다.

 △ CAD 도면 제작으로 모듈화된 전시장 공간을 기획한 실감형 스마트 갤러리 플랫폼 ‘MOVE K’

최근 다양한 브랜드들과 협업하여 브랜드 세계를 만들어 내는 등의 제휴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로블록스 전시도 늘고 있다. 로블록스는 미국의 게임 제작업체로 높은 자유도를 기반으로 다양한 플레이 패턴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사용자들은 레고와 유사하게 생긴 아바타로 자신의 모습을 꾸밀 수 있고, 이 아바타를 통해 다른 사용자와 교류할 수 있다. 그밖에 ‘MOVE K’는 실감형 스마트 갤러리 플랫폼으로 CAD 도면 제작으로 모듈화된 전시장 공간을 기획, 이를 3DS MAX를 이용해 구현한다. 각 전시의 특성에 맞는 새로운 기법들을 유동적으로 추가해, 기존 온라인 전시와 차별화하겠다는 전략이며, 플랫폼은 모바일, PC, 태블릿 등 다양한 디바이스에서 접근할 수 있는 스트리밍 방식으로 서비스될 예정이다. 믐(MEUM)은 실시간 온라인 3D 전시 커뮤니케이션 서비스로, 2D 작품 사진에서 조각, 오브제와 같은 3D 작품도 구현할 수 있다.

이렇게 완성된 전시장에는 지인을 초대하여 실시간 대화를 나누거나 제스처를 통한 커뮤니케이션도 가능하다. 또한 작가가 본인의 작품을 믐 서비스 내에서 판매하기 원하면, 심사를 통해 스토어에 등록할 수 있다. ‘걸어본'은 실제공간을 촬영해 구축한 디지털 공간 제공으로 웹브라우저를 통해 언제 어디서나 전시 관람이 가능하다. 카카오톡, 이메일, SNS 등으로도 전시회를 쉽게 공유할 수 있다. 가상전시 제작을 의뢰하면 걸어본이 제공하는 전시공간을 온라인으로 둘러보며 선택하면 된다. 전시 작품의 이미지, 영상, 텍스트, URL링크, 도슨트 오디오 등을 첨부해 초안을 만들어낸다. 이후 의뢰인에게 송부해 수정사항과 개선사항을 피드백 한 후 웹사이트를 완성하는 방식이다.
 
2023년 놓쳐선 안 될 해외 거장들의 전시
 
한국 미술시장이 거래총액 1조원을 가뿐히 넘긴 2022년이 ‘아트페어와 갤러리의 해’였다면 2023년은 ‘비엔날레와 미술관의 해’가 될 전망이다. 경기침체로 유동성이 줄어들면서 시장 위축은 불가피하다. 반면 한 번 맛본 예술 경험의 속성상 미술과 등 돌리고 살기는 어렵다. 안목을 충족시킬 새로운 예술을 찾아 대형 비엔날레와 귀한 미술관 전시를 찾는 발길은 더욱 분주해질 듯하다. 이에 부합하듯 에드워드 호퍼부터 김환기까지 명성 자자한 거장전과 다채로운 비엔날레가 관람객을 기다리고 있다.

  △‘미술계의 악동’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10년만의 회고전 한남동 리움미술관에서 1월31일부터 열린다. 이미지는 '운석맞고 쓰러진 교황(2001)’

올해 미술전시의 화려한 포문을 열 주인공은 ‘미술계의 악동’ 마우리치오 카텔란이다. 베니스비엔날레에서 운석맞고 쓰러진 교황(2001)을 선보이는가 하면, 작가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며 뉴욕 구겐하임미술관 회고전(2011)이 열렸을 때 돌연 은퇴를 선언한 괴짜다. 황금으로 만든 변기 ‘아메리카’(2016)가 도난당하고, 바나나를 테이프로 벽에 붙여둔 작품 ‘코메디언’(2019)을 누군가가 먹어버리는 해프닝으로 더 유명해진 문제아이기도 하다. 삼성문화재단의 용산구 한남동 리움미술관은 1월 31일부터 카텔란의 국내 첫 개인전이자, 2011년 구겐하임 회고전 이후 가장 큰 규모의 개인전을 개최한다.

△4월 미국 사실주의 미술의 대가인 에드워드 호퍼의 전시가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에서 개막한다. 이미지는 '심야의 인물들’

4월에는 20세기 미국 사실주의 미술의 대가인 에드워드 호퍼의 전시가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에서 개막한다. 지난해 10월 뉴욕 휘트니미술관에서 시작한 호퍼 개인전의 연장선상에 놓인 전시다. 실제로 최근 서울시립미술관이 국제적인 작가들의 전시를 자주 선보이는데 지난주에 선보인 키키스미스 전시도 많은 반향을 불러일으키는 중이다.
 
2023년 눈여겨볼 국내 작가의 전시와 비엔날레
 
경기도 용인의 호암미술관은 1여 년의 리노베이션을 끝내고 4월 김환기 회고전으로 재개관 한다. 작가의 40년 예술 여정을 되짚으며 90여 점을 선보일 이번 전시는 국립현대미술관에 이건희컬렉션으로 기증된 ‘여인들과 항아리’, 리움 소장품 ‘영원의 노래’를 비롯해 한국 미술품 거래 사상 최고가 기록을 세운 ‘우주(완벽한 대칭으로 감동을 준 작품 유니버스)’ 등 김환기의 명작을 한 자리에 모두 선보일 예정이다. ‘단색화’에 쏠린 관심을 이어갈 한국미술의 거장급 작가군으로 기대를 모아온 ‘한국의 1960~70년대 실험미술’ 전시가 5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막 올린다. 뉴욕 구겐하임미술관과 순회전으로 기획돼 이미 지난해 열렸어야 할 전시지만 여러 사정으로 지연됐고, 7월까지 서울에서 열린 후 9월에 뉴욕으로 옮겨간다. 이승택·김구림·정강자·이건용·이강소·성능경 등 실험미술 대표작가들의 100여점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이중섭·박수근과 함께 한국적 정서를 품은 3대 국민화가로 꼽히는 장욱진의 회고전은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6월에 개막한다.

 △ 3대 국민화가로 꼽히는 장욱진의 회고전은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6월에 개막. 이미지는 '길위의 자화상’
 
아시아 최고의 비엔날레로 자리잡은 제14회 광주비엔날레가 4월 7일부터 94일간의 대장정에 돌입한다. 영국 런던 테이트모던의 수석큐레이터 이숙경 예술감독이 진두지휘하는 올해 전시의 주제는 ‘물처럼 부드럽고 여리게’이다. 전 지구적 위기 앞에 예술이 이 어떤 타협과 화합의 계기를 만들지 30개국 80여 팀 작가들과 머리를 맞댄다. 공예의 가치에 집중한 청주공예비엔날레는 9월1일부터 45일간 충북 청주시 문화제조창 일원에서 열린다.

△ 상반기 최대 행사로 치러질 광주비엔날레 2023의 주제어 '물처럼 부드럽고 여리게’

강재영 예술감독이 ‘사물의 지도-공예, 세상을 잇고 만들고 사랑하라’는 주제로 20여개국 80여 작가가 참여하는 본전시를 준비하고 있다.

△ 올 가을 치러질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포스터
 


9월에는 제12회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가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과 서울역사박물관 등지에서 열린다. 세계적인 경제 위기 속에서도 문화예술계는 더욱 활성화 될 전망이다. 정치와 경제의 격변 속에서 문화가 시대를 선도하는 ‘스마트 컬쳐 리딩’의 시대, 아티스트들의 안테나가 시대변화를 다른 분야보다 더 빨리 예고하고 있다.
 
<필자소개>
안현정씨는 예술철학전공 철학박사출신의 문화평론가이자 방송인으로 현재 성균관대학교박물관 학예관, 유중재단 이사, 고려사이버대학교 문화예술경영학과 겸임교수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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