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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영의 뮤지컬 오버뷰 (Musical Over:view)
편집부
입력 2022-12-23 11:5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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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카롭게 파고든 핏빛 교향곡, 뮤지컬 ‘스위니토드’

추악한 욕망이 행복했던 한 가족의 삶을 송두리째 삼켜버린 순간, 거대한 복수는 이미 예견됐다. 사랑하는 아내와 딸을 잃고 영문도 모른 채 추방당해야 했던 남자가 다시 돌아왔을 때, 성실하고 순진했던 이발사는 더 이상 그곳에 없었다. 오로지 복수의 칼날을 휘두르며 때를 기다린 살인마만 존재할 뿐이었다.
스위스토드 공연포스터

뮤지컬 ‘스위니토드’가 올해로 세 번째 시즌을 맞았다. 지난 12월 1일 서울 샤롯데씨어터에서 개막한 이번 공연은 작품 프로덕션인 오디컴퍼니 창립 20주년 기념 마지막 라인업인데다, 작품 속 명곡들을 탄생시킨 천재 작곡가 스티븐 손드하임이 타계한 지 약 1년 만에 올라온 공연이라 더욱 특별한 의미를 품었다. 또 앞 시즌 ‘스위니토드’에서 러빗부인 역으로 놀라운 무대를 선보였던 전미도, 김지현, 린아와 더불어 완전히 새롭게 캐스팅된 강필석, 신성록, 이규형이 타이틀 롤 스위니토드 역을 맡아 신선한 조화를 선보일 예정이어서 더 큰 기대를 모으기도 했다. 실제로 개막 초반 개최된 ‘스위니토드’ 프레스 콜에서 본 배우들의 합은 예상을 훌쩍 뛰어넘은 모습이었다. 이밖에 김대종, 박인배, 진태화, 노윤, 윤석호, 윤은오, 최서연, 류인아 등 대단한 실력으로 뭉친 출연진이 함께 완성한 무대는 매서우리만큼 서늘한 요즘 날씨와도 잘 어울린다. 이처럼 여러모로 눈여겨볼 만한 이번 시즌 공연은 오는 3월 5일까지 계속된다.

찢어질 듯한 굉음이 무대 위로 날아들면 비로소 광기 어린 복수극의 서막이 오른다. 탁월한 재능을 가진 이발사 벤자민 바커는 그의 아내를 탐한 터핀 판사 때문에 억울한 누명을 쓴 채 먼 곳으로 쫓겨난다. 그리고 무려 15년이 흐른 뒤에야 젊은 선원 안소니의 도움을 받아 플릿가로 돌아온다. 그는 스위니 토드라 이름을 바꾸고 자신의 전부를 앗아간 이들을 향해 복수를 다짐한다. 그러다 그가 살던 집 아래층에서 파이 가게를 운영하던 러빗부인으로부터 아내 루시와 딸 조안나 이야기를 전해 듣고는 부인의 도움을 받아 다시 면도칼을 잡는다.

공연장면 <사진제공 : 오디컴퍼니>

하지만 불타는 복수심은 날이 갈수록 더 커져만 갔다. 때마침 조안나를 수양딸 삼아 기르던 터핀 판사의 검은 속내가 또 한 번 드러나고, 스위니토드가 세운 계획에도 속도가 붙는다. 복수의 칼날을 휘두를 대상 또한 걷잡을 수 없이 늘어간다. 어느새 인간 전체를 향한 혐오로 가득 차버린 그에게 이발소를 찾아온 손님들은 그저 먹잇감에 지나지 않았다. 비슷한 시기, 손님이 없어 고심하던 러빗부인의 파이 가게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고기를 넣은 파이가 새롭게 출시되면서 인기몰이를 한다. 작품은 이처럼 놀랍고 잔혹한 이야기를 음울하면서도 유쾌하게 펼쳐낸다.

빅토리아 시대 런던을 배경으로 전해진 도시 괴담이 오늘날 인기 뮤지컬로 자리매김하기까지는 수많은 과정이 있었다. 뮤지컬뿐만 아니라 영화, 연극, 오페라 등 장르도 다양하게 변주됐다. 그중 새로운 프로덕션으로 선보이고 있는 오늘날 뮤지컬은 런던의 어두운 골목에 방치된 폐공장을 본뜬 무대, 섬뜩한 분장, 실감 나는 무대 장치와 소품으로 앞서 시선을 사로잡는다. 여기에 스티븐 손드하임이 남긴 완벽한 음악과 궁금증을 자아내는 스토리가 어울려 만든 결과물이 무척 파격적이면서도 흥미롭다. 특히 어떤 뮤지컬에서도 만나보지 못한 넘버들의 향연이 가장 인상적인데, 워낙 치밀한 전개가 돋보이다 보니 작곡이라기보다는 설계에 더 가까울 정도다. 제멋대로 펼쳐지는 듯한 불협화음 속에서도 완벽히 들어맞는 음표들의 짜임새가 예사롭지 않다. 배우들의 노래로 완성된 핏빛 교향곡이 기묘한 불행을 연주하는 동안 관객들은 엄청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된다.

귀족주의가 팽배했던 당대 분위기 속 초기 산업혁명이 싹을 틔운 도시에는 빛과 그림자가 동시에 존재했다. 물론 과도기를 겪는 시기라면 어느 사회나 다 비슷할 것이다. 뮤지컬 ‘스위니토드’는 인간이라면 반드시 지켜야 할 기본적인 도덕성의 상실과 권력자들의 추악한 위선, 선과 악을 명확히 구분할 수 없는 인간상을 보여주며 갈수록 급변하는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린다. 결국 스위니토드 역시 비참한 삶을 견디게 만든 세상을 향해 이성을 잃고 목적 없이 칼을 휘두른다. 사회 부조리와 더불어 썩어빠진 권력자들을 힐난하던 그조차 죄 없는 사람들에게까지 무자비한 악행을 저지르고 마는 결과가 무척 씁쓸하게 다가온다. 이 같은 이야기는 곳곳에 마련된 풍자와 유머 코드 덕분에 마냥 불편하거나 무겁지만은 않게 전해진다.

어쩌면 꽤 차갑고 낯설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그러다 어느새 작품 안에 완벽하게 빠져든 자신을 발견한 순간 흠칫 놀라게 되리라 확신한다. 이번 겨울, 뮤지컬 ‘스위니토드’가 선보일 매력에 푹 빠져보시기를 강력히 추천해 본다.

<필자소개>
최윤영씨는 인천국제공항 아나운서와 경인방송 라디오 리포터 등 방송 활동과 더불어 문화예술공연 전문 진행자로 다양한 무대에 선바 있다. 현재는 미디어 스피치 커뮤니케이션 교육을 담당하고 있으며 고려대학교 언론대학원 졸업 후 공연 칼럼니스트로서 칼럼을 기고해왔고, 네이버 오디오클립 ‘최윤영의 Musical Pre:view’ 채널을 운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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