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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드리엘 김의 모멘텀 클래식
편집부
입력 2022-12-23 10:52 수정 최종수정 2022-12-23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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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펫 협주곡의 양대산맥, 하이든 그리고 훔멜의 트럼펫 협주곡
 
텔레비전 퀴즈 프로그램 장학퀴즈의 시그널 음악으로 쓰였던 하이든 트럼펫 협주곡만큼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고전파 시대 협주곡은 드물 것이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서 참가자들의 아침 기상 음악으로 쓰일 정도로 대중적이고 기분 좋은 희망감을 안겨주는 이 협주곡은 아직까지도 트럼펫 레퍼토리의 뺴놓을 수 없는 감초다. 또한 하이든 생애 마지막 협주곡이자 당시 협주곡 악기로서 비주류였던 트럼펫의 위상을 승격시킨 곡이기도 하다. 불세출의 하이든 트럼펫 협주곡과 더불어 양대산맥으로 꼽히는 트럼펫 협주곡이 하나 더 있다. 작곡가 요한 네포무크 훔멜(Johann Nepomuk Hummel)의 트럼펫 협주곡이며 둘은 작곡 시기도 비슷하고 닮은 점이 많다.
 
사실 훔멜이라는 이름은 클래식 애호가가 아니라면 생소하게 들릴법한데 그도 그럴것이 훔멜의 작품 중에 오늘날 전세계적으로 연주되는 곡은 트럼펫 협주곡이 거의 유일하다. 고전파하면 교과서에서 배운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 이외에는 딱히 떠오르지 않지만 훔멜은 당대를 대표하던 위대한 작곡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빈 고전파를 대표하던 인물이었다.

안톤 바이딩거(Anton Weidinger)가 고안해낸 키 트럼펫

맹모삼천지교라 했던가. 훔멜 만큼 이상적인 음악환경을 누렸던 작곡가는 드물다. 8세 훔멜의 재능을 간파한 모차르트는 어린 그를 제자로 들여 2년 동안 자신의 집에서 무상으로 먹여주고 재워주며 가르쳤다. 뿐만 아니라 영화를 통해 모차르트를 질투했던 인물로 알려진 오스트리아 궁정악장 살리에리에게 성악 작곡 레슨을 받았으며 하이든에게서 오르간 레슨을 받았다.
 
흥미롭게도 1792년 비엔나로 건너온 베토벤과 같은 시기에 둘은 음악 레슨을 받았으며 뛰어난 천재이자 모난 성격의 소유자였던 베토벤과 자주 갈등을 겪기도 했지만 평생 진한 우정을 나눴다. 전쟁 교향곡으로 불리는 베토벤의 <웰링턴의 승리> 초연무대에서 직접 무대에 올라 타악기 연주로 참여하기도 했으며 베토벤은 훔멜에게 자신이 죽게 되면 피아노 연주를 해달라고 부탁했다.
 
이처럼 그는 위대한 작곡가들과 교류하며 작곡가로서의 입지를 굳혔으며 모차르트 스타일의 연주법을 기반으로 자신만의 독특한 테크닉적인 요소를 가미하며 당대 최고의 피아니스트로도 이름을 날렸다.
 
하지만 훔멜 역시 인류 역사에 길이 남을 위대한 작곡가들과 같은 시기에 활동한 탓(?)에 후대에 잊혀진 걸출한 작곡가 중 한 명이다. 뉴욕 타임즈는 훔멜의 걸출한 피아노 작품들을 소개하며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의 위상에 가려진 작곡가로 훔멜을 꼽은 바 있다.
 
1804년 초연되었던 훔멜의 트럼펫 협주곡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가 1958년 다시 발견된 계기는 메릴 뎁스키라는 예일대 학생의 리사이틀이었다. 대영박물관으로부터 발굴된 악보를 제공받아 자신의 연주회에 소개할 예정이었지만 악보가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그는 결국 보스톤 심포니의 트럼펫 연주자였던 아르만도 기탈라에게 악보를 보낸다.
1964년 이 곡을 녹음한 기탈라 덕분에 이 작품은 세상에 빛을 보게 되었고 수많은 트럼페터들은 이 명곡을 앞다퉈 연주하기 시작했다.
 
이 작품은 하이든의 트럼펫 협주곡과도 연결고리가 있으며 둘은 비슷한 점이 많다. 하이든의 뒤를 이어 에스터하지 궁정악장으로 취임한 훔멜은 하이든과 마찬가지로 악단의 간판 트럼펫 연주자였던 안톤 바이딩거를 위해 작곡했다. 바이딩거는 반음계 연주가 가능한 키 트럼펫을 고안해낸 혁신적인 인물로 하이든과 훔멜의 신임을 받았다.
음악적 내용에 있어서도 닮은 점이 발견되는데 예를 들어 둘은 3악장 구조의 Allegro- Andante- Allegro라는 틀을 택하고 있으며 악곡 형식에 있어서도 1악장의 소나타 형식, 2악장의 두도막 형식 그리고 3악장의 소나타 론도 형식으로 구조적으로 거의 일치한다.
3악장 전반부에 등장하는 트릴 패시지는 리듬에서 근소한 차이를 보일 뿐 음고가 흡사해서 하이든에 대한 오마주라는 생각마저 들 정도다. 물론 차이점도 엿볼 수 있는데 하이든은 트럼펫 고음 특유의 화려함을 살린데 반해 훔멜은 참신하게도 트럼펫의 중저음을 부각시켰다.
 
흥미롭게도 두 협주곡 모두 잊혀졌다가 다시 발굴된 케이스로 하이든 트럼펫 협주곡은 1899년 브뤼셀에서 파울 한트케라는 인물에 의해 자필 악보 형태로 다시 발견되었고 훔멜 또한 1958년 메릴 뎁스키라는 예일대 학생에 의해 세상에 모습을 다시 드러냈다. 작곡시기에 있어 불과 7년 밖에 차이나지 않고 스승과 제자 사이였던 둘 모두 바이딩거라는 트럼펫 연주자를 위해 작곡했으니 닮은 점이 많은 건 어찌보면 당연지사이다.
 
훔멜의 트럼펫 협주곡은 1804년 새해를 기념하기 위해 작곡된 곡으로 오늘날에도 새해에 어울리는 클래식 베스트로 자주 손꼽히는 곡이다. 따뜻한 서정성과 기분좋은 설레임을 선사하는 훔멜 협주곡과 함께 희망찬 2023년을 시작해보면 어떨까.
 
하이든 못지 않는 생기넘치는 리듬감과 선율로 희망감을 선사하는 훔멜 트럼펫 협주곡의 3악장을 추천한다. 유독 몸이 무거운 아침 출근길에 이 곡을 들으면 정신적 환기는 물론 활기가 샘솟을 것이다.
*유튜브 링크 추천

https://www.youtube.com/watch?v=hR8H8CSojis
 
<필자소개>
아드리엘 김은 오스트리아 빈 국립음대에서 지휘와 바이올린을 전공, 졸업(석사)했으며 도이치 방송 교향악단 부지휘자와 디토 오케스트라 수석지휘자를 역임한바 있다, 현재는 지휘자, 작곡가, 문화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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